고난이 닥칠 지라도 묵묵히 그릴 뿐
악마 같았던 한 주!
월화수는 출근해서 일하는 데 분주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삿날이 도래하고 말았다.
퇴근한 뒤에 꾸준히 짐을 싸긴 했지만....
싸도 싸도 싸고 싶던 모든 것을 싸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웠다.
그만큼 내가 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이라 생각하니 이건 또 무슨 업보인가 싶어 한숨이....
없애고 버린다고 애썼지만 티도 안 나더라 이거다.
3시간 겨우 자고 일어나 이사 시작.
그런데 말이다....이사 가야 할 집의 내 방이....내 방이!!!!!!!!!!!!!!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어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획대로 착착 넣어도 짐을 다 넣을 수 있을까 말까 걱정이었는데 맙소사....수리해야 하니까 그쪽 주변에는 짐을 놓지 말래.
멘탈이 붕괴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느낌. 붕괴되니까 혼도 가출하더구만.
결과적으로 나의 방은 그냥 창고처럼 됐다. 모든 짐이 풀어지지 않은 채로 쌓여 있었던 상황.
인터넷은 다음주에 온다 하고 TV도 마찬가지고....왕좌의 게임도 못 보고 비밀의 숲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정말 절망적이었다. 아무튼 이삿날은 이사해서 시체 다음 날은 정리하느라 시체....
문득 계속 시체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출했던 혼을 불러들이고 붕괴되었던 멘탈을 재건하는 과정에 있어 잊고 지낸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146 PataPataPeppy
이 캐릭터를 처음 본 것이 1993년 일본에 갔을 때였지 않나 싶다. 손거울과 소심하게 구매한 지우개.
손거울도 방 어딘가에서 발굴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지우개는 포장도 안 뜯고 20년 정도 고이 가지고 있다가 사용하기 시작한 지 몇 년 안 됐다.
그림 그려야지 하고 앉긴 했는데 대체 뭘 그려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 괴로워하다가 이 캐릭터를 따라그려보자 하고 그냥 막 그려봤다.
처음 시도한 것 치고 그럴싸하게 나와서 흡족.
#147 NIGHT WALK
새로 이사했으니 동네를 탐방하지 않을 수 없지!
낮에는 덥고 힘들어 밤마실을 나왔다.
난생 처음으로 와보는 동네로의 이사이다보니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슬쩍 돌아다녀본 결과 산책로가 하천변을 따라 잘 조성되어 있고 산길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좋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중인 달이 밤마실 길을 비춰주었던 걸 마음에 새긴 뒤 집에 들어오자마자 열심히 그려봤는데......
네.....
언젠가는 비슷하게 그릴 날도 오겠죠.
#148 After shower
샤워하고 나면 허리까지 치렁치렁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에 말아 올리곤 한다.
어디 한 번 그려볼까?
싶어서....
모친 전화기로 셀카 찍은 뒤에 그려봄.
모친께서 나중에 사진 발견하고 매우 놀라셨단 후일담.....
#149 Tea Time
이삿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와중에도 찻장은 정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전에 이사 왔을 때 그대로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새롭게 정리하면서 다른 테마로 정리가 됐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 편리하고 더 많이 수납될 수 있도록. ㅎㅎㅎ
그리하여 다시 잔을 꺼내고 포트를 꺼내어 나는 티타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정말 그마저 안 됐다면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150 Some Longing
4년째 제대로 된 여행을 못 가봤다.
비행기는 올해의 경우 한 번도 못 타봤다.
헐.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충격적이다.
조금의 여유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하늘 위를 나는 저 비행기에 내가 타고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려본 그림.
****
솔직히 하나 겨우 그리거나 하나도 못 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 했던 바람에 그림을 그릴 시간이 더 있었던 듯하다.
저 작은 장난감 팔레트의 물감은 정말로 별로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원칙에 따르기 위해서 열심히 쓰는 중이다.
그렇다고 색깔을 아예 안 내주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최대한 빨리 다 써야 언젠가 물감을 사게 되면 짜서 넣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연장 탓할 거 없다.
열심히 그리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그냥 계속 그리면 된다.
이번주에 발겨한 소소한 기쁨은 전에 비해서 무언가를 그리기로 결심하고 그리기에 앞서 있었던 두려움의 크키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전에는 꼭 다섯 번 정도는 '내가 저걸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주저주저하다가 겨우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이번주엔 그냥 심호흡 한 번 정도로 단축되었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31주차에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