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적응기간이 시작됐다
이사를 가긴 갔지만 회사 집만 오고갔던 상황이라서 딱히 생활에 큰 변화가 느껴지진 않았더랬다.
방에 물이 새서 불편했고 출퇴근시간이 대폭 길어져 문화충격을 느꼈다는 정도?
사실 은근히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산다는 것 자체가 추가 거리와 추가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슬슬 생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끝나감에 따라서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중국어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 꼭 중국어를 공부하겠다고 했던 다짐이 중간에 프로젝트 때문에 중단됐었는데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다고나 할까. 12월까지 화수목을 불태울 예정이다. 새로운 집에서 중국어 가는 길은 전의 집에서 가는 것과 전혀 다르다. 거기에 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먹고 사는 일을 고민해야 하지만 당장...까지는 아니어도 한 달 이내로 책이 나오게 되므로 한동안은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 그 외에도 내 인생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그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하기로.
#182 OMG I'm driving
갑자기 운전연수를 받게 됐다.
가족끼리는 그런 거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동생이 내 선생님이 됐다.
정말 그냥 아무렇지 않게 '오늘부터 하자' 하고 막바로 시작된 일이었기에 마음의 준비 이런 것은 애진작에 할 수 없었다.
15년차 장롱면허인 나는 갑자기 그렇게 운전대를 잡게 됐다.
한 시간 동안 동네를 다니는데 30km/h 넘기가 그렇게 힘들 줄이야.
마치 150km/h 달리는 것처럼 무서웠다.
결론은 내 얼굴은 마치 레몬처럼 누렇게 떠버렸다는.
재미있는 건 다다음 번에 80km/h까지는 그럭저럭 달리게 됐다는 것. ㅋㅋㅋ
#183 sleepy
요즘 자주 졸리다.
간절기에 자주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콧물 재채기보다는 나으니까, 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꾸 꾸벅꾸벅 졸고 있자니 이만저만 곤란한 것이 아닌 건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고양이었다면 그냥 푹 자도 됐을 텐데 말야......라고 투덜거리며 그림.
#184 Mr.Doe
영화 보다가 휠 받아서 주인공을 그리자! 하고 시작한 그림.
인물화를 그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참 쉽지가 않다.
사실 실물처럼 뙇 그리는 건 사진이 젤 잘하는 일이니까 뭔가 느낌을 살려서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그림의 할 일인데...
다시 한 번 갈 길이 멀다는 걸 체감했던 순간.
물론 이건 당연한 일이다. 그림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주 잘 그리기를 바라겠는가.
천천히 일주일에 한두 명씩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믿으련다.
ㅋ
#185 SPANISH NIGHT
스페인 친구를 만났다.
녀석은 멀리서 딱히 나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스페인 와인과 치즈와 햄 등을 들고 왔다.
내가 스페인을 그리워하느라 이따금씩 눈물 찔끔거린다는....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을 접하자 가져온 그것을 나와 함께 먹고 마시기로 했다.
:)
역시 먹을 복 있는 뇬.
최근 3개월 동안 컴퓨터와 1000판도 넘는 장기를 뒀다는 그를 상대로 25년도 넘게 만에 장기를 처음으로 두며 이 맛있는 스페인 시간을 보냈지.
장기는 두 판 뒀는데 둘 다 나의 패배. 한 번은 참패였고 한 번은 완전 선빵했다. ㅎㅎㅎㅎ
집에 가려는데 친구가 치즈랑 햄을 싸줬다. 그래서 주말 동안 야금야금.....울 동네서 젤 싼 6000원짜리 스페인 와인 한 병을 사서 홀짝홀짝 마시며 안주로 곁들였지.
너무 신기한 건 딱 1달 전에 치즈랑 햄 먹고 싶어 유럽 가고 싶다며 그림도 그렸는데 그 덕분인지 정말 유럽에서 온 치즈와 햄을 먹게 됐다는 것.
또 다시 먹을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스페인 와인과 어울리는 스페인 안주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 주말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 차원에서 그려봤다.
#186 백합
그림을 그리다 보니 조금 더 욕심나는 프로젝트들이 왕왕 생겨나고 있다.
욕심나는 프로젝트라 함은 유화로 크게 그려내는 것. 혹은 적어도 수채화라도 크게?
아무튼 만약 실행한다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궁금한 것들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한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표현의 실질적인 것에 대한 조언은 인터넷에서 구해볼 생각이다.
요즘은 뭐 웬만한 대답은 다 거기에 있는 듯하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그건 전문성을 가진 개인에게 찾아가야 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전문성를 띈 사람은 전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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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스케치북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다.
프레임이 주는 특성이 또 있는 듯하다.
이 스케치북을 사용하는 데 가장 문제점(?)이 있다면 내가 내 평생에 했던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이던 시절에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 안에 그려준 그림들이 다수 존재하는 바람에 여행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 고무된다는 것이다.
매우 심각하게 떠나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떠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어디 멀리 아니면 가까이라도.
아무도 없는 곳을 혼자 멋대로 쏘다니다가 돌아오고 싶다.
어쩌면 다음주는 그런 시간에 대해서 그려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유럽 치즈처럼 이뤄질지도 모르잖아.
ㅋㅋㅋ
어쨌든 무탈히 새로운 삶의 패턴에는 적응해가는 듯하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다음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