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스케치북을 다 채웠다
오, 9월이야! 했던 것이 어제 같건만 벌써 9월도 1/3은 지나갔다.
9월 1일에 늘 월초에 치르는 의식인 이번달의 흐름에 대한 타로리딩에서 초반부는 침묵하며 머무르는 격동의 시기라더니 정말 그랬던 듯. 물론 딱히 엄청난 침묵은 아니었다만....뭐랄까 사무실에 출근해서 그야말로 바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퇴근시간까지 혹은 야근해가며 일했다.
마음이 괴로울 거라더니 마음이 실제로 괴로운 순간들이 많았는데......그래도 결국에는 이야기가 잘 마무리됐다.
그게 잘 끝나자마자 갑자기 멈췄던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그간 일하느라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마구 만나는 중?!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내가 놀기 위한 목적으로 친구를 만났던 것이 6월 중순이었음)
사실 일에 대해서는 부정맥 온 뒤로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던 터라.... 마음이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는 나름의 솔루션을 찾아냈는데 그게 다름 아닌 책읽기로의 회귀였다.
확실히 미드를 보면 뭔가 생각이 많아졌다가 허무해졌다가를 반복하는 느낌이 있는데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런 부분에서 좀 자유로운 것 같다. 그래서 덕분에 일주일 동안 네 권의 책을 읽었다는.
텍스트를 읽다 보니 상상력이 자극되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하얀 종이에 구체화시키는 일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넘 복잡한 이미지들만 떠올라서 말이지.
아무튼~ 뭘 그렸는지...그럼....봅시다.
#175 another John Doe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사진을 보며 그리기 시작했건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드물게(?) 이 그림을 보고도 내가 누굴 그렸는지 정확하게 유추해내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어쨌든 누군가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저렇게 망쳐(?) 놓은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플까봐 이름을 무명씨로.....ㅎㅎㅎㅎㅎ
인물화는 일주일에 되도록 하나는 그리기로 했으니까.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무명씨가 나오겠지만 자꾸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나저나 이 그림이 누군지 알아보신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관찰력의 소유자!
#176 Sitting
책을 읽다가 떠오른 이미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존재.
하지만 저곳은 완벽한 어둠은 아니다.
완벽한 어둠이라면 그림자가 질 수 없을 테니까.
최근 나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다.
빛의 존재를 표현한 건 그나마 내가 지금 점차 빛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177 Ocean
무창포 프로젝트가 끝나가고 있다.
발표자료 서류를 일단락지었던 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 저 그림을 그렸다.
그렇데 나는 천천히 내 나름대로 이별을 준비 중.
:)
#178 Sad news
멀고 먼 나라에 있는 친구와의 통화.
우리에겐 16년을 관통하는 인생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사이에 많은 사람이 끼어 있는데, 그중 몇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슬픈 이야기들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
1시간여 통화하면서 그린 그림.
#179 Cat
슬픈 소식 그림을 그리다가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어서 팔레트를 열고 가만히 내려다봤는데 초록색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고 끝낼 생각이었으나 그림 속에서 고양이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ㅎㅎㅎ
녀석을 선으로 표현해서 꺼내주었다.
그렇게 뿅, 나타난 얼룩고양이 한 마리.
#180 It's rainy
똑똑똑,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던 밤.
낭만적이라기보단 우중충한 느낌이 들어서 노란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붓에 물감을 잔뜩 묻히고 모친을 불러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여쭈니 '나비', '꽃', '햇님' 같은 끌리지 않는 항목들이 튀어나와서 고민하는데 불현듯 어렸을 때 입었던 노란색 우비가 떠올랐다.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장화를 사준 적은 없었는데 나는 그게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노란 모자, 판초, 주황 장화....우산....빗물....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멋대로 그려봤다.
#181 Page full
세모를 그려야지. 무슨 색으로 그리지. 무지개빛깔로 해야지.
저 세 가지 문장에서 출발해서 도출된 결과물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리다 보니 저렇게 됐고 화면에 빈 틈이 없도록 그려냈기에 타이틀은 page full로 결정.
자사호나 그릇이 깨지거나 금이 가면 금이나 옻 등으로 조각을 붙이는데 세모들도 그런 느낌으로 유기적으로 만들고 싶어 그리다 보니 저렇게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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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번주는 7개나 그렸다.
그렇게 스케치북 하나를 다 채웠다.
사실 그림도 그리고 다이어리도 하고 하려고 샀던 건데 심지어 중간에 몇 장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뜯어져 있었다. 레몬디톡스 하던 시절의 일기가 그대로 있고....어쨌든 나는 빈 종이들을 그림으로 채워나갔다.
이렇게 5개째 스케치북이 다 채워졌다.
다음 스케치북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2010년 Grand Tour 할 때 사서 쓰기 시작했던 녀석을 다 채우기로 했다. 그렇게 해야 의미가 있으리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
그 녀석을 다 채우면 적어도 '쓰던' 스케치북은 이제 하나도 없게 된다.
물론 사놓고 쓰지 않은 스케치북이 두 개 정도 더 있어서 새 스케치북을 살 일은 당분간 없지만서도......
차곡차곡 기록이 쌓여간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그럼 이제 6번째 스케치북으로 만나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