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19
OP는 Open의 약자다.
스케줄 표에 보면 OP라고 써진 걸 보고 도대체 뭐의 약자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알았다.
그야말로 문을 여는 크루들이 이 시간에 배치된다.
입고되는 물건을 하차하는 일부터 하는 크루들은 4:30am 출근이고 그 물건을 진열하는 크루들은 6am 출근이다.
원래 상하차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다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시급이 월등하게 높았던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다들 짐작하고 있다.
일반 크루의 2배도 넘는 금액이었으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그걸 일반크루에게 일임함으로써 꽤 많은 돈을 삭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일들이 관리자들이 하는 일이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예산을 줄일 수 있는 곳을 찾아내면 유레카를 외치며 사람들을 해고한다.
아니,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해고는 불법일 수 있지만 계약 중지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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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 출근자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물건을 진열하는 거다.
선입선출의 개념이 있어서 특히 신선제품의 경우 날짜가 유통기한 도래가 빠른 것을 앞에 배치해서 우선 판매되어 나갈 수 있도록 진열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있어서 좋은 점은 처음에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같은 물건을 꾸역꾸역 넣어야 해서 있던 것을 다 빼고 새로 입고된 것을 넣은 뒤 다시 진열하는 것이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었는데 시스템을 일하기 편하고 동시에 합리적으로 바꾸더라.
바뀐 새로운 시스템이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사람들의 품도 덜 들었다.
(기업 비밀일 수 있으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양해 바란다)
진열에 대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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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출근하면 퇴근이 오후 세 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시간이니까.
많은 날들에 육신이 신음하는 것을 잊겠다면서 술을 마시고 뻗어버리기 일쑤지만....그래도.....
뿐만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므로 활기차다.
에너지가 충만함.
물론 그건 일찍 자는 데 서 오는 결과다. 잠을 못 자면 그만한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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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새벽 첫 차를 타고 나가는 기분을 늘 사랑했다.
내가 내 인생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위안과 함께 출근할 수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