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품는 것은 얼마나 멋진

by 스누즈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동요 <노을>




참 많이 흥얼거리고 다녔던 것 같다. 창작동요제를 통해 나온 노래들을 최신가요처럼 부르고 다녔던 그때. 아기 염소들을 수없이 외치고 에헤라디야 바람 불면 연을 날려야 할 것만 같았던 동요들. 내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따라갈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들에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 찬 것만 같고 아무런 감정도 끌어낼 수 없는 그런 노래들만 사방에서 흥얼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요즘 아이들의 모든 것에는 낭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붉게 물들어 온 세상을 적시고 있는 노을을 바라볼 여유가 그들에게 있을까? 고개를 하염없이 숙이고 휴대폰 속 세상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때의 낭만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대는 나날이 변해가고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는 이치다. 나 역시 그렇게 나의 시대를 살아왔었지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이 보기에 나란 어른은 과거를 벗어나지 못한 라떼 어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난 라떼 어른이 맞다. 요즘은 너무나도 빠르다. 짧고 강력한 숏폼들이 난무하는 그들의 세상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문 손잡이를 잡고는 있지만 차마 열어볼 용기가 없는 것처럼. 아이들은 자그마한 휴대폰 화면만을 바라본 채 그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공중전화 앞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을 알까? 삐삐 알람을 받고선 10분간의 짧은 쉬는 시간에 교내 전화로 뛰어가는 다급함 뜀박질은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휴대폰 속 저장된 이름을 손가락 하나로 누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모르는 단어의 뜻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찾을 수도 있지만 얇디얇은 사전을 넘겨가며 자음, 모음 순으로 단어를 찾는 재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알 수 없는 가사들로 가득 찬 노래보단 늦은 밤 라디오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손 편지에 담긴 마음도,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조각구름도 요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기다림 속에는 여유가 있고, 기다림 속에는 낭만이 있다는 걸 그렇기에 내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인 나의 두 아이들이.

요즘 어른과 요즘 아이들 사이에 낭만이 오고 가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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