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람을 맞으며

by 스누즈


구름이 좋다. 몽글몽글 둥실둥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실 걸려있는 모습을 보면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깊게 생각하는 것 하나 없이 구름과 하늘의 존재 자체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발아래에 놓여있는 시선을 끌어올려 저 멀리 보내버리는 것.


여름 바람을 맞으며 나는 또 구름을 찾아 헤맨다.

언덕 뒤에 숨어있을까, 햇볕 아래 그늘에 쉬고 있을까. 기다림이 어느새 지침이 될 즈음 구름은 제 모습을 보여준다. 몽글몽글한 흰 구름. 덩달아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진다.


구름을 형태에 집중해 본다. 하늘에 커다란 캔버스가 생겨버렸다. 이 구름은 강아지가 누워있는 모양, 이 구름은 화가 잔뜩 난 마녀의 얼굴. 하나하나 캔버스에 나만의 그림을 채워 넣어본다.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벽면의 이름 모를 얼룩을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얼룩은 하나의 그림이 된다. 얼룩은 더 이상 얼룩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어제의 구름과 어린 날의 얼룩.


어쩌면 난 형태에 집중하는 걸까.

집중할 수 있는,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헤맸던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 너머의 어린 나에서부터 시작된 습관 같은 것. 생각을 잠시 멈추고 눈앞의 놓인 형태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 이렇게 나만의 틈을 만들어 그 속에 풍덩 빠져버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멈출 수 있는 시간. 무언가를 멈추고 무언가에 다시 몰입하는 그 찰나가 좋다. 단 한 가지와 눈 맞춤을 하고 단 하나에 관해서만 생각하는. 오직 하나에 대한 나의 몰입. 하늘이 점점 선명해지는 계절이다. 그 선명함에 몽글함이 더해진다. 오늘도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나만의 캔버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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