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가득한 나의 마음들

by 스누즈



그런 날이 있다.

길을 걷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르는 날. 왠지 지금 무엇을 할까 궁금해지는 사람. 갑작스러운 생각이 바삐 내 곁을 떠날까 싶어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토독토독 그 사람의 이름을 찾아낸다.


" 지금 뭐 해? "


궁금했던 마음을 휴대폰에 꺼내어놓고는 망설인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엄지손가락은 감감무소식이다. 잠시 후, 화면에 또박또박 적힌 마음을 다시 거둬들인다. 토독토독. 아무것도 없는 빈 화면. 마치 처음부터 이랬던 것처럼. 그리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마음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일이 나에게는 참 어렵다. 아마 그동안 수백 번의 망설임이 있지 않았을까. 혹은 수천 번.. 휴대폰만 알고 있는 전하지 못한 나의 마음들. 걸음을 멈추곤 생각이 많아진다. '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떡하지? ' , ' 내 연락이 귀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길 한가운데의 나. 상대방의 답장이 없다면 잠시 기다리면 됐을 것이다. 지금 바쁘다고 미안하다고 한다면 그렇구나 그냥 궁금해서 연락했다고 말하면 됐을 것이다. 왜 미리 겁을 먹었던 걸까? 왜?


한 친구는 술 한 잔 마시며 먼저 연락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섭섭했다고 털어놓았다. 나의 망설임이 친구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연락이 온다면 세상 반갑게 답하는 나인데 왜 반대의 경우는 쉽지 않은 걸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까.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상대가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기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왜 그런지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합리화만 시키고 있을 뿐.


이런 무심한 성격의 나를 이제는 이해한다며 웃음 짓는 이들이 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감싸주는 나의 사람들. 고쳐지지 않는 나의 못난 습관을 이제는 고쳐나가고 싶다. 고마운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싶어진다.


벚꽃비가 내리는 봄날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먹자고, 하늘의 구름이 너무 예쁘다며 너도 하늘 한번 올려다보라고, 비가 오는 울적한 날엔 나의 귀여운 투정을 보내고 싶다. 답장이 빨리 오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걸 보내고 싶을 뿐. 한참 지난 뒤 내 마음을 보더라도 그냥 미소 한번 짓고 내 생각 살짝쿵 해주길 바랄 뿐. 그동안 수없이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이젠 전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