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편하게 해도 돼요

by 스누즈

" 말 편하게 해도 돼요. "


상대에게 말을 편하게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순간 서로의 앞을 가로막았던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낯선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다 그 낯섦이 스르르 허물어지게 하는 한마디. 말을 편하게 해도 된다는 말은 나를 편하게 대해주세요란 말과 같지 않을까.


'반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다.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을 뜻하는 '반말'. 매우 친할 때 쓰인다는 문장에서 눈길이 오래 머문다. 매우 친하다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일까. 나 역시 마음을 미처 열지 않은 상대와 대화를 할 때면 어떤 말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모른 채 허둥지둥하게 된다. 그를 부르는 호칭부터가 난감함의 시작인 것이다. ㅇㅇ씨, ㅇㅇ님 대체 어떻게 불러야 할까 수백 번 머릿속으로 되뇌지만 딱히 답은 나오지 않고 결국 '저기요'로 대화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름달이 정확히 반쪽이 되면 반달이 되듯 존댓말을 반쪽으로 만들면 반말이 되는 걸까. 달님이 방아 찍는 토끼를 품고 있듯 친함을 품고 있는 반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태껏 부모님께 존댓말을 쓴 기억이 없는 듯하다. 애초부터 그들과 나 사이 존댓말을 쓰는 세계는 없었다. 예의 바른 존댓말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왠지 '나의 엄마, 나의 아빠'가 사라지고 '낯선 어머니와 어려운 아버지'가 떡하니 계실 것 같아 시도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렇듯 반말은 대화를 하는 상대와 나 사이 친함, 친밀함, 애정을 바탕에 두고 하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 어려운 말일 수도 있다.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릇없는 말투 혹은 과한 어투로 대화를 하게 된다면 상대는 반드시 거부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친함과 장난의 선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대와의 친밀함 뒤에 숨어 의미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경계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언제든 겪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말이란 것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린 신중해야 한다. 친함을 가장한 상대방에 대한 무시는 폭력과 마찬가지다. 오늘도 난 적지 않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존댓말을 쓰는 사이도 있지만 대부분 서로 반말로 대화하는 편한 이들이다. 이들과 나 사이엔 애정만을 주고받고 싶다. 반달 같은 반말에 사랑만을 가득 담아 주고받고 싶다. 처음에 적었던 글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말을 편하게 해도 된다는 말은 나를 편하게 대해주세요란 의미와 함께 나를 소중히 대해주세요도 포함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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