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설레며 살 수 있도록

by 스누즈



"산타 할아버지 진짜 있지?"



이맘때쯤이면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순수한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는 다정한 엄마와 아빠. 우리 아이들도 꼬꼬마 시절 산타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었다. 12월이 시작되는 순간 올해 했던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을 되짚어보며 선물의 여부를 짐작하기도 했고, 산타 할아버지께 바라는 선물을 고사리 손으로 삐뚤빼뚤 적어 책상 위에 소중히 놓아두었다.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되면 반짝이는 트리 옆에 초콜릿쿠키와 우유 한 잔을 준비해 놓는 나의 아가들. 작고 소중한 마음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세상의 존재가 모두 깊게 잠든 시간, 산타 할아버지가 꼭 올 것이라는 믿음. 내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세상 무엇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런 아이들이 점점 자라난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나이가 한 살 두 살 많아질수록 겨우내 기다렸던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은 흐릿해져만 간다. 그리고 결국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산타가 하룻밤 만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머리맡 선물은 전부 엄마, 아빠가 가져다 놓는 거야 하며 자신이 가져왔던 환상을 스스로 부숴버리게 된다. 아이는 그렇게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퐁퐁 샘물처럼 샘솟았던 순수했던 마음이, 매혹적이었던 환상이 메말라 간다.


살아보니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따뜻하지도 포근하지도 않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잡고 있을 만한 단단한 동아줄 하나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의 칼날에 베인 듯한 날이면 내 손끝에 놓인 줄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슬펐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발 두발 따라가 보면 줄의 끝엔 나의 세상이 나온다. 어떤 이에게는 따듯함을, 어떤 이에게는 사랑을, 또 다른 이에겐 애정 어린 관심이 가득한 나만의 세상. 잠시나마 그곳에서 위로를 받는다면 다시 세상과 맞설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약해진 마음 좀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많이 힘든 날이 있다. 체력적이든 심적이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세상 무엇도 내 편이 아닌 것 같고 모든 걸 포기하고픈 그런 날. 그럴 땐 가만히 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단단한 줄 끝에 놓인 나의 세상을.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미소 짓게 만드는 환상이 가득한 세상을. 마치 빛나는 트리 옆 놓인 선물 상자처럼.


그곳엔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내가 있을 것이고 건강해진 아빠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곱게 자라난 나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곱닥하게 늙어가는 남편과 내가 있을 것이다.

나의 삶이, 나의 매일이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리는 삶과 닮았으면 한다. 매일을 설레며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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