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앞 동의 동생 집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왼쪽 방향의 가로등이 훤히 켜진 평탄한 보도블록으로 가는 방법 하나,
그리고 오른쪽 방향의 샛길로 가는 방법 하나.
단지 내를 둘러 가는 왼쪽보단 가로지르는 오른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발걸음들이 만들어 놓은 샛길은 커다란 나무들이 우뚝 솟아져 있다.
이리저리 삐죽 나온 뿌리 역시 커다랗다.
밤이 깊어짐과 동시에 샛길도 깊어진다. 불빛 하나 없는 그 길을 오직 감각에 의존하여 걷는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작은 불빛의 도움을 받지만 온전하게 밝지 않기에 항상 조심스럽다.
때론 솟아있는 뿌리에 걸러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잔가지들에 얼굴을 긁히기도 한다.
그래도 걸어야만 한다. 걸어야지만 동생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도, 인생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가로등이 훤히 켜져 있는 탄탄대로를 걸을 수도 있고 혹은 불빛 하나 없는 수풀 속을 걸어야 한다든지
그러다 길이 아닌 곳을 향해 나아갈지도 모른다.
모든 이가 길이 아니라고 하는 그 길에 나의 발걸음을 새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걷는 그 길은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얻은 것일까? 어떤 답이든 상관없다.
주위의 시선이 무어라 할지라도 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난 숲 속을 걷고 있는 중이다. 오솔길을 걷다 발견한 푸른 들꽃을 따라 점점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나오는 동화 속 숲 속과도 같은.
그렇게 한참을 보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이라 느껴지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질 않는다.
나는 길을 잃은 것이다.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하늘을 보며 시간의 지나감을 알게 되고 바람을 맞으며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여본다.
자그마한 들꽃을 보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지루함을 잊어본다.
길을 잃었지만 결코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라며 되뇌어본다.
칠흑 같은 어둠도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다. 하늘의 수많은 별빛과 반딧불이의 소박한 조명이 있으니.
다른 이가 걷는 밝은 조명 아래의 길이 부러운 날도 있었지만 그 역시 한때였다.
약간은 우둘투둘하더라도, 가끔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해야 하지만 난 내가 걷는 길이 좋다.
길의 끝에 언제쯤 닿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난 도착할 것을 알고 있기에 두렵지 않다.
그동안은 알지 못했다. 내가 어떤 길에 들어섰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이제야 뒤를 돌아 내가 남긴 발자국을 보았다. 부지런히 나를 따라오고 있는 발자국 두 개.
지치지 않는 발자국 두 개를 위해서라도 길을 끝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나만의 오솔길, 자그마한 들꽃,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