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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Jan 14. 2020

쇼핑 습관 개선하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하루 중 오후 9시와 오전 9시에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침부터 쇼핑을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다는 통계를 보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치르는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다. 오늘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고 재빠르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것. 상품을 탐색하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빠르게 상승한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는 희열을 느낀다. 휴지, 가습기, 과일, 속옷, 졸업식에 쓸 꽃다발 같은 다양한 물품이 장바구니에 담긴다. 서둘러 결제를 마치면 안도감이 들면서 어떤 일이든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만들어진다.


사실 생필품의 구입만으로 끝나면 참 좋겠지만, 종종 연관 상품이나 광고 상품을 클릭하는 날은 나의 신성한 아침 의식이 계획하지 않았던 쇼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장 쓸 일이 없는 물건도 특가에 나오거나 상품평이 좋으면 홀린 듯이 구매를 결정하고, 내가 무엇을 샀는지 잊어버릴 때쯤 택배가 도착한다는 인스타그램 마켓에도 참여해본다. 그러다 보면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샀으니까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놓고 입지 않는 옷, 냉동실 구석에 있는 걸 모르고 두 번이나 주문한 간편식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소형 가전 등은 쳐다보기 미안하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덥석 사놓고 후회를 한다거나 심지어 물건을 받고 언제 샀는지 기억을 못 할 때가 종종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쇼핑 중독을 향해 가는 위험군 정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더 현재의 규모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물려받을 재산도 일구어놓은 자산도 없다면 열심히 버는 것보다 지금부터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겠다. 돈이 새어 나가는 구멍은 많으나 마음먹은 김에 쇼핑 습관부터 개선해 보기로 한다. 앞으로의 쇼핑은 이렇게.


1. 한 번에 한 개의 아이템만 구매

이제껏 의류는 장바구니에 하나만 담아 결제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스티브 잡스처럼 입고 다닐 것이 아닌 이상 사람에게 필요한 옷은 무한하지 않은가. 기왕에 살 때 배송비 한도에 맞춰 몇 개 더 구매하는 것이 나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바구니의 크기를 줄여보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공허한 다짐보다 훨씬 실천하기 쉬울 것이다.


2. 호기심 구매 자제

자칭 식품계의 얼리어답터, 현실은 SNS 식품 광고의 노예이다. 신기한 상품이 눈에 띄면 일단 사서 먹어보고 발라보고 써봐야 하는 오랜 습관과 이별해야겠다. 궁금해서 한 번 사보는 행동만 자제해도 현관 문 앞의 택배 박스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3. 첫 방문에 구매하지 않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처음 쇼핑몰을 방문해서 구매를 하기까지 최소 10일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가 귀찮아서 처음 방문한 곳에서 즉시 결제하는 나 같은 호구도 있다. 앞으로는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면 일단 찜을 해놓고 하루만 결정을 보류해보려고 한다. 다음날 생각해도 여전히 그 상품이 필요하다면 그때 쇼핑몰을 다시 방문한다.


4. 당장 필요한 것만 구매

사놓고 안 쓰는 물건들이 있다. 구매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거나 또는 원래부터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샀기 때문이다. 당장 없어도 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이런 물건들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며칠씩 방치되기도 한다. 아무리 가격 혜택이 좋아도, 다시 기회가 없다고 유혹해도 '지금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삼아 구매를 고려하겠다.


5. 대형 마트 자제

모든 소비를 온라인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마트에도 돈을 쓴다. 마트에 다녀온 달과 그렇지 않은 달의 신용카드 대금은 차이가 크다. 소비 규모를 줄이는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 창고형 마트를 피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며 하루를 여는 소소한 아침 의식을 지속하려면 나의 쇼핑은 조금 더 목적에 충실해져야 한다. 순간적인 기쁨을 주는 쇼핑에 빠져들지 않고, 권태를 쇼핑으로 때우지 않고,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자로 살아 보겠다고 다짐한다. 이제껏 이 분야에 시간과 비용을 쓸 만큼 써서 미련이 없는 것이 참 다행이다.



쇼핑의 꽃은 식자재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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