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만보 Jan 21. 2020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 앞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책과 친하지 않던 사람이 유발 하라리의 저서를 처음 접하며 어려웠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록을 남겨본다.


책의 내용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 21개의 주제어는 저자가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일 뿐이며, 어떤 장에서는 우리가 맞서는 도전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고, 어떤 장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을 말하기도 하며, 또는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위협(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1부 기술적 도전 - 환멸, 일, 자유, 평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자유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며 폐쇄적으로 돌아서는 세계적인 현상이 있다.(ex. 브렉시트, 트럼프) 여기에 인간의 직업을 잠식하게 될, 인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도 있는 AI 기술이 더해져 미래에는 데이터를 소유한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는 새로운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제2부 정치적 도전 -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

인간은 몸을 부딪치며 만나야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다. 물리적 공동체에는 온라인 공동체가 따라갈 수 없는 깊이가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종교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문명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럽 이민자와 난민 문제 등 이미 세계는 공동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저자는 기술혁명, 생태계의 파괴와 같은 시대의 위기에 맞서기 위한 방법으로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넘어선 전 지구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강대국과 인구 대국들이 이러한 경고의 목소리에 가장 마지막으로 반응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에 매몰되어 단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우리는 앞으로의 몇 년을 과거와 다름없이 살아갈 수도 있다. 인간은 여전히 대규모 분쟁이나 재앙을 직접 겪고 나서야 무지를 깨닫는 어리석은 존재이다.


제3부 절망과 희망 - 테러리즘, 전쟁, 겸손, 신, 세속주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와 전쟁을 막기 위해, 민족과 종교가 가지는 오만함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을 믿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민족의 자만을 예로 들어 자기 객관화를 시도한다. 굳이 유대교가 아니어도, 자신들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 대상을 배척하거나 신의 뜻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종교의 이면은 우리 사회에서 간혹 나타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종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보편적인 도덕과 윤리를 가지고 사는 것이 독단적인 신념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제4부 진실 -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

인간은 생각보다 무지하다. 21세기에 당면한 문제 앞에 과거의 기준으로 세워진 도덕감과 정의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진실을 가리는 허구와 조작을 발견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두려운 것은 인간에게 맞서는 로봇과의 갈등이 아니라 극소수의 엘리트 인간과 다수의 무용한 인간들 사이의 갈등이다.


제5부 회복탄력성 - 교육, 의미, 명상

앞으로의 교육은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과거의 신화적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지 말고 나의 감정과 욕망, 내가 누구인지 관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차피 겪어야 할 미래의 도전이라면 받아들이는 정신의 근력을 기르자는 것이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방법 중 하나로 명상을 이야기한다. 내면을 관찰하며 만나게 될 개인의 진정한 모습은 뉴스피드에 게시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신기술을 이용하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상품을 구매하면서 인간이 뿌리고 다닌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낼, 유발 하라리가 그리는 미래는 개연성이 느껴져 더욱 섬뜩하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법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하여 실감하도록 만든다. 기술혁명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될 데이터의 소유권과 보편 기본소득이라는 의제에 대해서도 나의 문제로 전환하여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방대한 내용을 펼쳐놓는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는 것은 벅찼지만, 일에 매몰되어 지냈던 시공간을 벗어나 나의 정체성을 질문하던 중에 만난 책으로써 의미가 있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고 윤리의식을 가진 단단한 개인으로 사는 것은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오늘의 나의 모습이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