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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발리 - 동네 탐색

by 장만보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선택한 첫 번째 기준은 위치였다. 구글 지도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거점 마트나 스타벅스에서 200미터 이내에 위치한 숙소를 후보로 정했다. 교통 체증이 일상이라고 하니 웬만한 곳은 도보로 이동하려고 했다.


접근성을 고려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지만 현지에 와보니 이런 날씨에서는 이동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에 나가 조금만 걸어도 땀으로 범벅이 된다. 200미터 조차도 우리 가족에게는 무리였다. 더군다나 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여기저기 구덩이를 피하며 걸어야 하고, 오토바이가 오면 멈춰야 하고, 날이 무더우니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발리에서는 구글맵에서 안내해주는 소요 시간을 너무 믿지 말고 조금 여유 있게 계획을 잡아야 마음 편할 듯하다.


꾸따 숙소 앞 골목


스타벅스에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진하게 먹을 것인지 묻는다. 스트롱이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샷이 세 개 들어간다고 했다. 커피의 나라 사람들이라 샷 세 개쯤은 거뜬한가 보다. 모르고 받아먹었다가 하루 종일 후들거릴 뻔했다. 매장에는 혼자 여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있다. 일을 하는 사람도 그룹으로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도 없는 여유로운 스타벅스의 풍경을 즐겼다.


꾸따 해변 스타벅스(Starbucks Coffee Pantai Kuta)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옆 비치워크 쇼핑몰을 구경했다. 늘 그렇듯 나의 타깃은 식료품 마트이다. 오늘 건진 아이템은 삼발소스 땅콩 스낵. 후라이드 치킨처럼 튀김옷을 입힌 매콤한 맛의 땅콩인데 한 번 손을 대면 멈출 수가 없다. 현지 마트에서 새로운 간식거리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Kacang Disco 땅콩


쇼핑몰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갈 수 있지만 날이 더우니 그랩 택시를 불렀다. 일방통행 길이 많아 골목골목을 돌아 가는데 기사의 운전 실력이 압권이다. 좁은 골목의 담벼락과 노점과 행인들을 스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나간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오토바이를 보고 우리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드라이버는 껄껄 웃으며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한다. 걸으면 금방인 거리를 차로 왔더니 오히려 20분이 걸렸다. 그래도 예정에 없던 동네 투어를 한 셈이다. 관광을 시켜준 데 대한 고마움으로 팁을 얹어드렸다.


숙소 앞 마사지 샵에서 저렴한 발마사지를 받았다. 젊은 마사지사는 한국 취업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친구가 한국에서 월급을 200만 원이나 받는다며 부럽다고 말했다. 한국 마사지샵에서는 24시간 일해야 수도 있다고 알려주니 젊은 총각의 눈과 입이 동시에 커졌다.


저녁에는 현지 음식점을 찾아 룸으로 배달시켜 보기로 한다. 평소 배민으로 다져진 실력을 발휘할 순간이다. 고푸드에서 평점이 높고 거리가 가까운 사테집을 찾았다. 사삐, 아얌, 바비, 깜빙은 각각 소, 닭, 돼지, 양이라고 구글 번역기가 알려주었다. 모든 고기 종류를 주문하고 거기에 음료와 배달료를 추가해도 만원이 채 나오지 않았다.


번개 같은 속도로 도착한 사테는 식감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비슷비슷한 맛으로 아이들도 좋아했다. 해산물을 먹으러 나간 해변의 아무 식당도 음식들이 짜서 그런가 맛이 무난 무난하다.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으니 발리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고젝으로 룸에 배달시킨 사테


꾸따에서 만난 발리 사람들에 대한 첫 느낌은 표정이 없고 억척스럽고 계산에 밝다는 것이었다. 4천 원을 거슬러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5천 원 지폐를 줄 테니 천 원짜리 한 장 미리 내놓으라고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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