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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발리 - 사누르(Sanur)

by 장만보

밤새 세차게 비가 내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에도 날은 여전히 덥다. 꾸따에서 사누르까지는 호텔에서 연결해준 차량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6인승 아반자로 이동하는 데에 25만 루피아. 저렴한 비용은 아니었지만 사전에 차량 예약을 해놓지 않았으니 군말 없이 수락했다. 꾸따의 비좁은 골목에서 나와 널찍한 도로를 달리니 숨통이 트인다. 15분 거리라던 기사 아저씨의 말과는 달리 30분은 더 달려서 사누르에 도착했다.


거의 다 와서 숙소를 찾아 헤맸다. 기사 아저씨도 이 동네는 익숙하지 않은 가보다. 집집마다 대문이 독특하고 예뻐서 하나씩 구경하며 골목 안으로 한참 들어가니 종이에 적힌 번지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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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변 골목의 모습


숙소는 독채 건물이 7개 정도 있는 빌라였다. 커다란 정원이 있고 안채, 사랑채, 별채 같은 구조의 단독 건물에 방이 하나씩 있다. 모두 독채 건물이라 내가 예약한 두 개의 룸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다. 손으로 찾아 예약하긴 했는데, 어디가 방이고 어디가 공용 공간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누르 숙소 Villa Wantilan Putih


정원 한가운데에 뻘쭘히 서있다가 아주머니가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가 미적거리며 짐을 풀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정원을 건너 두 개의 방을 오가는 것에 금세 익숙해졌다. 빗장을 걸어 방문을 잠그는 것도, 정원의 두꺼비를 피해 걸어 다니는 것도 빨리 적응해야 편하다.


숙소에는 요리사가 없으므로 저녁 식사를 주문하면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 준다고 했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서 메뉴판에 있는 소꼬리 수프를 주문했는데, 이날 이후 발리식 소꼬리탕에 빠진 우리 집 어린이들은 어떤 식당을 가던지 메뉴판에 소꼬리탕 사진이 있으면 무조건 그것부터 주문을 하게 되었다.


조용한 휴양지라는 한마디에 혹해서 선택한 사누르 지역은 꾸따에 비하면 심심할 만큼 조용한 곳이었다. 관광객들의 연령대부터가 다르다. 비치 클럽에는 주로 노인들이 썬베드에 엎드려 햇볕을 쬐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식당에서도 가장 많이 본 관광객은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이었다.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사누르의 분위기도 꽤 잘 맞았던 것 같다.


사누르 해변에서 보이는 아궁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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