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이 썩은 매화나무처럼 슬프다

by 서효봉


#제주도에는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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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분재들이 아름다운 정원을 수놓는 인상적인 장소다. 이곳은 그냥 돌아보면 재미없다. 풍경이 예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정원의 진정한 매력을 느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예쁜 정원이네? 이 정도 생각만 하고 아쉽게 떠날 수도 있다는 말.


정원 이름이 ‘생각하는 정원’인 이유는 뭘까? 여기서부터 생각은 시작된다. 각각의 정원은 주제가 있다. ‘영혼의 정원’, ‘평화의 정원’, ‘철학자의 정원’, ‘비밀의 정원’ 이런 식으로 하나의 주제에 따라 정원이 펼쳐진다. 주제를 설명하는 표지판을 꼭 읽어봐야 한다. 정원도 아름답지만 그 설명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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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나무 저 나무를 기웃거리다 매화나무 앞에 멈춰 섰다. 나이가 100살 정도 된 매화나무인데 몇 그루의 나무를 합쳐 심은 것처럼 생겼다. 근데 설명을 읽어보니 본디 한 그루의 나무였는데 가운데가 썩어서 속이 넓어졌다고 한다. 나무는 가운데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속이 썩는다고 한다. 그 덕에 이름도 ‘속이 썩은 매화나무’다. 근데 이게 왜? 뭐가 인상 깊어 여기 이렇게 쓰고 있을까? 이 매화나무를 설명하는 마지막 부분 때문이다.


아마 나무도 속이 썩어야 넓어지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이 썩어야 넓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참 오랜 시간 마음이 썩었다. 그렇게 해서 넓어진 사람에 대해 더 무엇을 설명할 수 있을까? 속이 썩은 매화나무처럼 슬프다.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슬픔이 한 나무 앞에서 뿌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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