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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May 05. 2023

02_여행은 왜 좋을까?

 여행은 좋아요. 여행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여행은 왜 좋을까요? 사실 저도 궁금해요.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이게 설명이 안 되네요. 그래서 요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ChatGPT’에게 한번 물어봤어요. 삐리비리비리.                         

 


여행이 좋다고 여겨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여행의 가장 일반적인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새로운 문화에 대한 노출: 다른 장소를 여행하면 다양한 문화, 신념 및 삶의 방식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시야를 넓히고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개인적인 성장: 여행을 통해 편안함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 성찰과 개인 개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교육: 여행은 훌륭한 교육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박물관, 명소 및 기타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여 역사, 예술 및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4. 스트레스 해소: 여행은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평화로운 분위기로 알려진 목적지를 선택하는 경우 휴식과 긴장을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5. 사회적 기술 향상: 여행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6. 건강상의 이점: 여행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도시를 걷는 것은 운동을 제공할 수 있고, 자연에 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여행은 개인적인 성장, 교육, 스트레스 해소, 사회적 기술 향상 및 건강상의 이점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똑똑한 인공지능은 무슨 대답을 할까 궁금했는데 좀 재미없는 답변이네요.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에요. 여행하면 당연히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니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겠죠.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고 사회적 기술(?) 향상과 건강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종합 비타민 같은 활동이 곧 여행이랍니다. 근데 이게 뭔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조금 더 인간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어요. 저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에세이 중에서도 특히 소설가들이 쓴 에세이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인간적인 냄새가 난 달까요? 소설가 김영하가 쓴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어때요? 이제 뭔가 인간적인 답을 찾은 거 같죠? 저는 특히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일상적인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것, 탈출하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라는 거죠. <여행의 이유>에는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역시 소설가가 찾은 이유라서 그런지 공감이 가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져요. 다음 내용도 한번 보실래요?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을 자주 가 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당장 밥 먹을 식당과 잠잘 숙소를 찾아야 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어딘가로 이동해야 해요. 온갖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는 그러니까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에서 멀어진다는 이야기랍니다.  

   

 이번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영상으로 올라와 있다는 유튜브로 가 볼게요. 유튜브 콘텐츠 중에 제가 가장 추천하는 영상은 <행복은 몸에 있다>라는 강연이에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의 강연으로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행복의 비결을 소개하는 강연이죠. 그렇지만 대충 짐작이 가시죠? 행복의 비결은 뭐다? 여행이다! 근데 왜 여행이 행복의 비결인데?라고 묻고 싶다면 강연에 나오는 다음 내용을 보시면 좋겠어요.

    

 첫째, 여행은 우리에게 벗어나 보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이건 앞서 알아본 ‘ChatGPT’와 <여행의 이유>에서도 언급된 이야기죠?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이자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인데요. 지금의 생활이 늘 똑같고 재미없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달라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보세요.


     

 둘째, 여행은 행복감이 높은 활동들을 모아놓은 ‘행복의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에요. 강연에서는 일상의 활동들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주는지 그래프를 보여 주면서 설명하는데요. 그래프의 가로축은 의미를, 세로축은 재미를 나타내는 그래프였어요. 우리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활동을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요. TV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 SNS 같은 활동들은 수행하는 빈도에 비해 행복감은 낮은 반면 산책, 운동, 수다, 먹기 같은 활동들은 대체로 행복감이 높은 활동이랍니다. 근데 여행을 가면 걷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면서 맛있는 음식까지 먹으니 행복감이 높을 수밖에요.  

   

 셋째, 여행하면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앞서 행복감이 높은 활동 가운데 ‘수다’가 있었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을 이야기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이야깃거리가 많을수록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여행은 오랜 시간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여행자에게 선물해요.

      

 저도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생긴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데요. 별의별 일들이 다 있어요. 스위스에 가면 아이들하고 같이 ‘티틀리스’라고 하는 알프스 봉우리에 올라가는데요. 걸어 올라가는 건 아니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요. 그날은 출발할 때 아이들에게 꼭 컵라면을 챙기라고 해요. 다들 라면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슨 ‘라면 원정대’ 같아요. 그렇게 단체로 컵라면 들고 알프스 꼭대기에 오르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아요. 젓가락을 안 가져왔다.라는 사실요. 준비성 있는 아이 몇 명이 가져온 젓가락을 서로 돌려가면서 먹는데 한 젓가락 할 때마다 젓가락 없는 아이들이 다 같이 쳐다봐요. 무슨 피난민들 식사하는 것 같은 그 장면은 진짜 저만 보기에 아까운 장면이죠.


      

 지금까지 여행이 좋은 이유에 대해 알아봤어요. 어떠신가요? 이 글을 쓰면서 연구하다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에 저도 놀랐답니다. 여행이 왜 좋은지, 여행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제대로 이해하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날 때 모든 게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거예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여러분의 진정한 여행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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