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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May 21. 2023

03_여행으로 교육한 사람들

 이번에는 여행으로 교육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역사적으로도 여행으로 자녀들을 교육한 사례가 많은데요.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타고르의 이야기예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동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인데요. 어릴 적 ‘라비’라고 불렸다고 해요. 라비는 초등학교 다닐 때 적응을 못했어요. 학교 선생님은 늘 라비를 혼냈고 친구들도 라비를 못살게 굴었어요. 학교에서 볼 때 라비는 문제아였죠. 결국 라비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어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러다 라비가 12살 되던 해에 성인식을 치르고,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요. 여행 장소는 히말라야였다고 해요. 당시에는 교통수단이 거의 없으니 대부분 걸어서 이동했어요. 라비는 다리 아프고 힘들었지만 답답한 학교와 집을 벗어나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좋았죠. 라비의 아버지는 여행 중에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나서 뛰어놀게 했고요. 오후에는 산책하고 돌아와 영어를 가르쳤고, 히말라야의 차가운 물에 목욕하게 했어요. 밤에는 고전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라비는 아버지와 점점 가까워졌고, 나중에는 존경하는 마음마저 생겼다고 해요. 4개월에 걸친 이 여행이 끝난 후 라비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어요. 훗날 타고르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아버지와 함께했던 이 여행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이야기했답니다.  

   

 여행으로 교육한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영국에서 시작된 ‘그랜드투어’를 들 수 있어요. 18세기 영국에서는 잘 산다고 자부하는 상류층에서 유행하는 여행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그랜드투어’에요. 이 여행은 자녀들을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고대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나라로 여행을 보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각종 예법과 언어를 익히도록 한 여행이었죠. 보통 유명한 교사와 함께 떠나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여행했는데요.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처럼 유명한 사람들이 그 당시 상류층의 가정교사로 활동했다고 해요.   


설혜심 <그랜드투어>

   

 여행 일정은 대체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순서로 잡았고요. 집에 갈 땐 이탈리아에서 기념품으로 그림이나 조각 같은 예술품을 사서 갔어요. 설혜심 교수의 <그랜드투어>라는 책을 보면 벌링턴 백작이라는 사람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들인 기념품까지 합해 여행 가방이 무려 878개나 되었다고 해요. 상상이 가시나요? 이쯤 되면 여행이 아니라 거의 이사 수준이에요. 이렇게 그랜드투어가 유행한 이유는 그 당시 영국의 대학교육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재미도 없고 수준도 낮은 대학교육을 받느니 여행을 통해 자녀들을 교육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죠. 그랜드투어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유럽의 다른 나라까지 퍼져 유행했는데 상류층의 엘리트 코스가 되었어요. 이후 대중여행의 시대가 오면서 그랜드투어도 막을 내렸지만, 이미 300년 전에 여행으로 교육해 인재를 키워낸 거죠.    


박임순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이제 먼 나라 이야기 말고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볼게요. 박임순의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에는 부부가 22년간 교사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가족 모두와 함께 세계 일주를 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던 세 아이도 ‘휴학’이 아닌 ‘자퇴’를 하고 여행을 시작했죠. 이들이 용감하게 여행을 떠난 이유는 가족 사이에 생긴 불화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동안 배낭여행 한번 해보지 않았던 가족이 1년 6개월 동안 33개국을 누비고 다녔는데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감상, 가족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가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이어진답니다.    


김동옥 <아빠 이런 여행 어때?>

 

 김동옥의 <아빠, 이런 여행 어때?>에는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여행을 시작한 아빠의 22가지 특별한 여행법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아이와 함께 여행하고 싶긴 한데 ‘뭔가 색다른 여행법 없을까’하고 고민 중이시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아이의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을 자극하는 다양한 시도가 멋진 사진과 함께 감성적으로 어우러져 있어요. 특히 아이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깜깜한 밤 여행, 구름 위에 오르기, 비밀기지 건설, 왕 되어보기)들을 실행으로 옮기면서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는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최효찬의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

   

 아들과 함께 5년간 10번의 걷기 여행을 다닌 아빠도 있어요. <최효찬의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에서는 아들과의 걷기 여행 경험을 유럽 명문가의 사례와 접목해 소개하는데요. 아빠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어요. 지리산 둘레길, 문경새재, 제주 올레길, 강릉 바우길 등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자가 걸었던 거리는 1,000km나 된다고 하는데요. 걷기 여행이 아들의 성장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과 걷기 여행을 활용한 교육 방법도 담겨 있어요. 특히 부록으로 수록된 아들의 솔직한 도보 여행기가 인상적이랍니다.     


신경원 <엄마랑 아이랑 퐁당퐁당 여행육아>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여행한 엄마의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사실 대단한 여행 이야기는 너무 대단해서 오히려 공감이 안 되기도 해요. 여행기를 읽을 때는 놀라기도 하고 그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지만, 막상 이야기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니까요. 신경원의 <엄마랑 아이랑 퐁당퐁당 여행육아>는 비교적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지는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힘든 육아 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했던 저자가 용감하게 아이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데요. 아이가 있어 어디 못 간다며 답답해하는 엄마들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하실 거예요. 프랑스 파리에 가고 싶다고 동대문에서 열리는 항공사 이벤트를 향해 달려가기도 하고, 언젠가는 아이와 세계 여행을 할 것이라 꿈꾸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저자의 생각이 돋보이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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