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파 행성에서 얻은 우주선은 아몬드 봉봉의 우주선보다 더 좋은 우주선이었다. 속도도 빨랐지만, 무엇보다 최신 항법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꽤 넓은 범위 안에 있는 행성이나 우주선을 탐지해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아몬드 봉봉은 추적 기능을 이용해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을 찾아 따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스캔해도 그들의 우주선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벗어난 건가?”
꽤 오랜 시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었다. 그때 에크하르트의 우주선과 아주 비슷한 우주선을 발견했다. 일단은 그 우주선을 추적해보기로 하고 출발했다. 몇 시간 만에 그 우주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우주선의 뒤로 낯익은 행성이 나타났다. 지구였다.
미카는 그 광경을 보고 한동안 얼어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게 왜 저기 있죠? 설마 우리가 100만 광년을 지나왔나요?”
항상 여유롭던 미스터 코너 씨도 이번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구가 왜 여기에?”
아몬드 봉봉은 우주 좌표와 절대 시간을 확인했다. 좌표상으로 지구가 있는 태양계였지만, 절대 시간은 2000년이었다. 21년 전 과거로 온 것이다.
“할리파 행성이 폭발하면서 코타나 에너지 때문에 시공간 이동을 했나 봐.”
해루는 신기하다는 듯 지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와, 저게 과거의 지구라고요? 내가 시간 여행을 했다고요?”
미카는 이게 잘된 건지, 아니면 망한 건지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과거로 온 김에 그냥 여기 눌러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몬드 봉봉이 미스터 코너 씨에게 말했다.
“이봐, 코너,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시리우스로 들어가 보세. 이 근처에서 시공간 이동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으니.”
우주선은 지구로 진입했다. 제주도 한라산 주변을 맴돌다 시리우스로 들어갔다. 2000년의 시리우스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거리에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일부러 찾아다녀야 할 만큼 사람 보기 힘들었던 지금의 시리우스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활기찬 시리우스의 거리를 걸어 코타나 연구소로 갔다. 미스터 코너 씨는 여기서 슬리피의 행방과 시공간 이동에 대해 조사해보자고 했다. 물론 아몬드 봉봉은 여기서도 쇼핑 먼저를 외쳤고, 해루와 미카는 도시 구경 먼저를 외쳤다.
“이봐, 우린 놀러 온 게 아니라고.”
역시 아무도 미스터 코너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코너 씨 혼자 코타나 연구소로 향했고,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코너 씨가 숙소로 돌아오니 아몬드 봉봉과 미카, 해루는 2000년 시리우스의 기념품에 심취해 있었다. 코너 씨는 연구소에서 수집한 정보를 공유했다.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진 것 같아. 원래의 시공간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 아직 시공간 이동 기술이 개발되기 전이라…”
해루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그럼 우리 못 돌아가는 거예요? 저는 2000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쩌죠?”
아몬드 봉봉이 기념품 가방을 정리하며
“지구에 들어오기 전에 우주선 하나 봤지? 20년 전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이야.”
“그게 왜요?”
“그 우주선과 통신할 때 데이터를 잠시 해킹해봤는데 그놈이 요란하게 지나간 영상이 있더라고.”
“그놈이요?”
“누구겠어? 슬리피지.”
코너 씨는 아몬드 봉봉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 영상 좀 보여달라고 했다. 메모리 안에 담긴 영상을 잠시 분석한 코너 씨가 돌아와
“슬리피의 우주선이 확실하군. 코타나 에너지가 감지되지 않은 걸로 봐선 우리처럼 할리파 행성의 영향으로 넘어온 모양인데?”
“역시 그렇지? 태평양 쪽으로 진입한 것 같은데 그놈이 떠나기 전에 우주선에 따라붙어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때 해루가 품에서 꿈틀거리는 뭔가 꺼내 그들에게 들어 보였다.
“왈!”
제리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