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본값은 어둠이다.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말은 살아있다는 말과 비슷하다. 죽은 공간에 캡슐 하나가 떠다니며 빛나고 있다. 이 억세게 운 좋은 생명체들이 탄 캡슐은 할리파 행성의 셔틀에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할리파 행성은 블레이자 은하 외곽에 자리 잡은 녹색 행성이다.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진 이 행성에는 플라이족이라는 생명체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도시 포트로의 한 건물에 미스터 코너, 아몬드 봉봉, 미카, 해루가 잠들어 있었다.
해루가 눈을 떴을 땐, 옆에 있는 미카를 제외하곤 다들 깨어나 있었다. 가장 먼저 깨어난 미스터 코너 씨는 아몬드 봉봉을 깨워 플라이족의 지도자 ‘플라워 데 메이’라는 여왕을 만나러 갔다고 한다. 해루는 미카를 깨웠다. 미카는 깜짝 놀라며 일어나 혹시 여기가 사후세계냐며 자기 볼을 꼬집어댔다.
“살아 있어요. 아저씨. 밖에 풍경 한번 볼래요?”
해루가 창문에 달린 커튼 같이 생긴 걸 밀어젖히니 포트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숲이었다. 지구의 숲과 거의 똑같은 모습의 숲이다. 미카는 그 모습을 입 벌리고 감상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미스터 코너 씨와 아몬드 봉봉이 들어왔다.
“어, 둘 다 일어났구만.”
“여기가 어디예요? 지구?”
해루의 질문에 코너 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는 할리파라는 행성이야.”
“할리파?”
“그래, 지구에서 100만 광년은 떨어진 곳이지.”
100만 광년이라는 말에 미카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더니 푸념 섞인 말로
“죽어서 영혼이 되어도 집에 가기 힘들겠다.”
미스터 코너 씨는 메이 여왕이 지구인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여왕님이 왜요?”
“음, 그건 나도 모르겠네. 아무튼 플라이족은 좀 엉뚱한 종족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엉뚱?”
“그래, 플라이족은 수명이 아주 짧은 종족이라 생각 자체가 특이해.”
“얼마나 사는데요?”
“지구 시간으로 1년쯤”
“헐? 1년이요?”
플라이족의 외모는 곤충을 닮았다. 딱 꼬집어 말하자면 벌과 비슷하게 생겼다. 걸어 다니는 벌이랄까? 지도자도 여왕이니 딱 맞지 않는가? 여왕벌을 만나러 갔다. 메이 여왕은 해루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코너 씨에게 말했다.
“정말 저들이 지구인인가요?”
“네, 지구에서 온 인간 남자와 소년입니다.”
“그렇군요. 놀랍네요.”
“네?”
메이 여왕은 얼마 전 자신들의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내린 생명체 가운데 지구인이 있었다고 했다. 남자와 여자였는데 그들이 해루와 너무 닮아 놀랐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해루가 소리쳤다.
“엄마, 아빠예요! 어디로 갔어요? 누구랑 갔어요? 언제요?”
아몬드 봉봉이 흥분한 해루를 진정시키는 동안 미카가 여왕에게 말했다.
“이 소년의 부모가 납치되어서 찾고 있습니다. 혹시 그들 중 슬리피라는 자가 있었나요?”
“음. 그런 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들 가운데 리더로 보이는 자가 저희에게 귀한 정보를 일러주고 갔지요.”
“귀한 정보요?”
할리파 행성은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는 행성이었다. 플라이족의 수명이 짧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별의 수명까지도 짧은 모양이었다. 불시착한 그 무리의 리더가 행성의 코타나를 분석하더니 조만간 행성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덕분에 수명이 많이 남은 플라이족 다수는 다른 행성으로 피신할 수 있었어요.”
“그럼 여왕님은?”
“저와 이들은 이제 수명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답니다. 뭐, 곧 별이 폭발한다면 그마저도 의미 없지만.”
곧 별이 폭발한다는 말에 다들 갑자기 조용해졌다. 침묵을 뚫고 코너 씨가 말했다.
“지구인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 하셨는데…”
“네, 소년에게 묻고 싶군요.”
“물어보시죠.”
메이 여왕은 해루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년이여, 무엇을 위해 사는가?”
“네?”
“무엇을 위해?”
“모르겠는데요.”
“……”
“근데,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
“사랑하기 위해 살라고요. 엄마도, 아빠도, 제리도 잘 보살피면서요.”
“사랑?”
“네, 가족 있어요?”
“……”
여왕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약속대로 일행에게 우주선 하나를 내주었다. 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코너 씨와 봉봉, 미카, 해루는 서둘러 우주선에 올랐고 할리파 행성을 벗어났다.
우주 궤도에 올라 녹색 행성을 바라보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이 곧 폭발한다니. 녹색 행성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할리파 행성으로부터 멀어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번개가 치는 것처럼 주변이 번쩍였고 엄청난 우주 폭풍이 몰려와 우주선을 뒤흔들었다.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