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존재들, 그들은 언젠가 돌아와 대가를 치르게 한다. 데브리. 우주의 쓰레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건 유치원생도 알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다고 정해지면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이다.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은 라이너 은하를 지나 블레이자 은하로 향하고 있었다. 그 뒤를 봉봉의 우주선이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물론 에크하르트 쪽에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들은 따라 올 테면 따라오라는 듯 개의치 않고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은하의 경계에 이르러 데브리 지대를 만났다. 우주의 쓰레기들이 행성의 중력에서 벗어나 떠돌다 모인 곳이다. 우주를 여행할 때 만나는 데브리는 큰 장애물.
레이더에 표시된 데브리 지대를 보며 미스터 코너 씨가 미카와 해루에게 말했다.
“미카, 해루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코너 씨의 말에 해루가 놀라 되물었다.
“저희 죽으러 가나요?”
코너 씨는 레이더에서 눈을 떼고 해루를 쳐다보며 답했다.
“죽을지도 모르지.”
죽는다는 말에 잔뜩 긴장한 미카와 해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금 있다 미카가 작은 목소리로 코너 씨에게 물었다.
“데브리가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요? 그냥 쓰레기들 아닌가요? 피해 가면 되잖아요.”
“쓰레기지. 근데 너무 커서 피해갈 수 없어. 유일한 통로가 하나 있는데 거기도 뭐가 나올지 모르는 곳이지.”
“뭐가 나온다고요?”
“뭐, 괴물 같은 거?”
데브리가 가까워졌다. 쓰레기 지대라는 게 지구에 있는 쓰레기장처럼 그냥 쓰레기가 모여 있는 건 줄 알았던 미카와 해루는 눈이 커졌다. 우주의 쓰레기는 스케일부터 달랐다. 데브리는 거대한 벽이었다.
앞서가던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은 세 줄기의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통로의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봉봉의 우주선도 두 줄기 레이저 광선으로 그 작업을 도왔다. 쓰레기들이 녹아내리며 통로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두 우주선은 프리즘 방어막을 펼치고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쓰레기 터널을 지난다. 창밖으로 그걸 지켜보던 해루는 쓰레기들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꿈틀거리던 쓰레기 벽에서 문어 다리 같은 굵은 촉수가 여럿 튀어나와 우주선 주변으로 다가왔다. 해루가 흥분하며 외쳤다.
“저거 보세요!”
코너 씨는 흥분한 해루를 자리에 앉히고 안전띠를 맸다. 자신도 자리에 앉으며 아몬드 봉봉에게 물었다.
“봉봉, 돌파할 수 있을까?”
“뭐, 앞에 가는 저놈들을 믿어 보는 수밖에”
두 우주선을 위협하는 촉수는 점점 늘어났지만 프리즘 방어막 때문에 더 가까이 다가오진 못했다. 말이 없던 미카가 봉봉에 물었다.
“봉봉 씨, 저건 도대체 뭐죠? 왜 벽에서 문어 다리가 나오나요?”
“저게 데브리야. 살아있지. 지구에도 저런 게 있나 봐?”
“있긴 있죠. 훨씬 작지만. 맛있고.”
그때 갑자기 잘 가던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이 멈췄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빛이 나타났다. 그건 이 거대한 쓰레기 문어의 눈처럼 보였다. 잠시 후 엄청난 진동과 함께 우주선 전체의 전력공급이 끊기고 방어막이 사라졌다. 아몬드 봉봉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칫, 이것들이 우릴 미끼로 던지고 빠져나갔어!”
정말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쪽을 노려보던 두 빛에서 하얀 광선이 날아와 봉봉의 우주선에 구멍을 냈다. 우주선이 한쪽으로 기울고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됐다.
코너 씨와 봉봉은 미카와 해루를 데리고 탈출용 캡슐로 달려갔다. 촉수들이 다가와 우주선을 감싸기 시작했다. 캡슐이 빠져나가고 잠시 후 우주선은 엄청난 빛을 내며 폭발했다.
캡슐은 폭발의 여력으로 데브리 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그 안에 타고 있던 네 생명체는 기절했다. 우주선을 집어삼킨 데브리는 다시 조용히 빛을 꺼뜨리며 정체를 감췄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