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환영

by 서효봉

다시 비가 내렸다. 번개가 치고, 폭풍이 몰아쳤다. 이지칸 행성에서 보급을 마친 해루 일행은 레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우주선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원거리 통신도 가능해졌다. 미스터 코너 씨는 우선 바르돈 은하의 워프 게이트와 통신했고 좌표를 입력받았다. 슬리피를 찾으려면 그의 주 무대인 우리 은하로 돌아가야 하니까.

바르돈 은하의 워프 게이트는 아이스크림콘처럼 생겼다. 아래쪽의 길쭉한 손잡이 부분이 워프 게이트이고, 위쪽 둥근 빛을 이용해 워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설을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안전한 여행자라는 걸 증명해야 했는데 레오에게서 선물 받은 식별코드를 이용해 워프 게이트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그렇다고 공짜인 것도 아니다. 아몬드 봉봉이 디오시즌에 연결해 10000 디오를 결재했다.

“이봐, 코너, 슬리피 그놈을 잡으면 꼭 정산해줘야 해. 쇼핑하기도 빠듯하다고.”

“그래, 그래. 출발. 출발.”

우주선은 워프 게이트 앞 활주 경로에 정위치 했다. 바르돈 은하에서 우리 은하로 워프하기 위해 대기 중. 아몬드 봉봉이 미카와 해루에게 말했다.

“이봐, 워프하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겁먹지 마.”

“네?”

“무슨 일이 생긴다고요?”

그때 워프 게이트로부터 승인 신호가 전송되었다. 아몬드 봉봉은 우주선의 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워프 게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엄청난 속도에 우주선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온 사방이 하얗게 물들었다. 미카와 해루는 이렇게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천국인가?

아득하게 어딘가로 떨어지고 떨어지는 기분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빙글빙글 돌던 의식이 자리를 잡고 평온해질 때쯤 쾅 하는 충격과 함께 눈을 떴다.

미스터 코너 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말했다.

“젠장, 왜 하필 여기로”

우주선 앞으로 빨간 행성이 나타났다. 생명체라고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메마른 그 행성의 이름은 뮤턴트였다. 미스터 코너 씨의 고향. 미카는 뮤턴트 행성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런 행성에도 생명체가 살아요?”

아몬드 봉봉이 급히 우주선을 회전시키며 말했다.

“빨리 여길 벗어나야…”

미스터 코너 씨가 봉봉에게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이미 늦은 것 같아. 봉봉.”

또 한 번의 큰 충격이 우주선을 덮쳤다. 경고음이 울리고 우주선 안으로 코너 씨를 닮은 외계 생명체들이 레이저 총을 들고 우르르 달려 들어왔다.

“코너, 오랜만이군. 한참 찾았잖아.”

“코나.”

“뭐해! 당장 체포해! 1급 수배자라고.”

그리곤 넷 다 짜릿한 경험을 했다. 그들이 던진 이상한 깡통에서 전류가 흐르더니 그들을 감전시켰다. 기억나는 건 거기까지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감옥이었다. 해루 옆으로 미스터 코너, 아몬드 봉봉, 미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해루는 그들을 흔들어 깨웠고 한참 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몬드 봉봉이 고개를 흔들며

“이봐, 코너, 아까 코나 맞지?”

“그래”

“근데 왜 우릴 체포해?”

“그러게나 말이다.”

미카는 둘의 대화도, 이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우리가 왜 여기…”

코너 씨는 미카와 해루에게

“너희들에게는 미안하게 됐어. 사정을 말하자면 복잡하니까 일단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런 방법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뮤턴트 관리국의 감옥을 탈출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코너 씨와 봉봉이 아이디어를 짜내봐도 소용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감도 안 올 때쯤 지쳐 있는 그들에게 관리국 병사가 다가와 말했다.

“봉봉이 누구지? 너야?”

“왜?”

“일단 너만 데리고 오라는 지시가 내려왔어. 나와.”

봉봉은 그 병사를 따라갔고 나머진 관리국의 재판이 있을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미카는 한참 망설이다 코너 씨에게 말했다.

“코너 씨, 아몬드 봉봉에 대해 말할 게 있는데…”

“봉봉에 대해?”

미카는 시리우스에서 들었던 아몬드 봉봉과 알 수 없는 사내와의 대화를 코너 씨에게 말했다. 메모리가 그때 그 사내에게 받은 것이라는 사실도. 코너 씨는 미카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고 아무 말이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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