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의 비밀

by 서효봉

해루는 화장실에 간 미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백년시장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지구 음식을 실컷 먹었더니 탈이 난 모양이다.

화장실 앞에서 헐거워진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리, 어디 가는 거야? 이리 와”

제리? 20년 전 시리우스에도 제리라는 강아지가 있는 건가? 잠시 후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해루 앞에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제리가 나타났다. 해루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뻔했다. 제리를 번쩍 들어 품에 안으니 은지가 나타났다.

“어? 너? 왜?”

“넌? 왜? 어?”

해루와 은지는 서로를 놀란 표정으로 한동안 쳐다보다 웃음이 터졌다. 한참 웃다 해루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우린 슬리피의 우주선을 추적하다가 워프 홀에 빨려 들어왔어.”

“워프 홀? 그럼 너희도 그 할리판지 팔리판지 하는 행성 때문에?”

“그래, 너도?”

“응. 우린 그 행성에 있다가 탈출했는데 여기더라.”

웃으며 이야기하는 은지의 뒤로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은지는 고양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지난번엔 고마웠어. 제리 덕분에 잘 견딜 수 있었어.”

“아니, 뭐, 그 고양이는?”

“아, 애는 마리야. 2020년엔 죽고 없지만, 우리 부모님이 기르던 고양이.”

“와, 귀엽게 생겼네.”

“고양이?”

“그럼, 너겠어?”

“응?”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미카가 돌아왔다. 미카는 은지를 보고는 놀라며

“아니, 너? 왜?”

해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저씨, 변비 있어요? 왜 이렇게 늦어요!”

“해루, 너도 이 나이 돼봐. 일찍 그게 되는지.”

은지는 제리를 해루에게 넘겨주고 에크하르트에게 돌아갔다. 아쉬운 표정으로 은지에게 인사한 해루는 미카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미카가 해루에게

“근데 아까 화장실에 아몬드 봉봉이 들어왔어.”

“봉봉 아저씨요?”

“그래,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그 목소리 확실히 봉봉이었어. 뭔가 좀 이상하더라.”

“이상하다고요?”

“같이 들어온 어떤 사람하고 비밀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메모리는 가져왔냐고 하더니 확실하냐고 계속 묻던데?”

“수상하면 봉봉 아저씨한테 물어보죠, 왜 그냥 있었어요?”

“한참 거사를 치르는 중인데 그게 되겠어?”

미카와 해루는 숙소에서 코너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슬리피의 우주선을 찾기 위해 내일 아침 일찍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번에 슬리피를 놓친다면 2020년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기에 각오를 단단히 해두라는 말을 전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미카는 2층 침대에 누워 해루에게 말했다.

“해루, 넌 어떻게 생각해?”

“메모리요?”

“그래, 아까 그 영상이 담긴 메모리가 그걸까?”

“음, 그럼 봉봉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모르겠네. 조금 이상하긴 해.”

“내일 코너 씨에게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요?”

“괜찮을까? 괜히 의심했다가…”

“에이, 그럼 그냥 잊어요.”

“그러기엔 또 찝찝하고.”

해루는 오랜만에 함께 자는 제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요. 아저씨. 저, 자요.”

잠시 후 코 고는 소리가 들렸고, 방에 불이 꺼졌다. 5분쯤 지났을까? 다시 방에 불이 켜졌고, 5분 뒤 불이 꺼졌다. 이제 방에는 코 고는 소리만 남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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