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과 죽음

by 서효봉

감옥도 적응하니, 생각보다 편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때 되면 나오는 식사를 하고 가끔 운동도 시켜주었다. 해루가 병사들에게 심심하다고 떼를 쓰니 외계인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 비슷한 영상도 보여주었다.

마침내 재판하는 날이 되었다. 뮤턴트 관리국은 우주연방의 사법 시스템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 결과 미스터 코너 씨는 이미 영구추방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 우주연방 수용소로의 이동이 결정되었다. 미카와 해루는 영구추방.

재판을 끝내고 돌아오자 아몬드 봉봉이 와 있었다. 코너 씨는 그를 보자마자 멱살을 잡았고 봉봉은 저항하지 않았다.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미카와 해루는 흥분한 코너 씨를 말렸고, 일단 봉봉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슬리피, 그자를 만났어.”

“슬리피를 봤다고?”

“아니, 보진 못했고 그의 목소리만 들었어.”

“언제?”

“1년 전에”

1년 전이라는 말에 코너 씨는 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슬리피가 우리 가족을 납치했어. 우리 부모와 내 동생을 짐벨 행성에 가뒀다고.”

“짐벨 행성?”

“코타나 사냥꾼들의 소굴”

“그래서?”

“널 감시하고 자기에게 협조하면 가족들을 돌려 보내준다고 했어.”

“봉봉, 어떻게 네가?”

“미안해. 코너. 어쩔 수 없었어.”

아몬드 봉봉은 관리국에 있는 슬리피의 추종자들에게 끌려갔었다고 했다. 그들에게 기억 데이터를 넘겨주고 가족들이 갇혀 있는 곳의 좌표를 받아왔다.

코너는 봉봉을 탓할 수 없었다. 그래봐야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에. 감옥 안은 조용해졌다.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았다.

몇 시간쯤 지난 뒤 갑자기 감옥 문이 열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그림자가 코너 씨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긴 왜 돌아왔어?”

“코나, 미안해.”

“오빠가 떠나고 내가 어떻게…”

“널 구하고 누명을 벗으려고 한 거야. 믿어줘.”

“……”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코나는 배신자의 동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크로니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뮤턴트 행성을 떠나려고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코너 씨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한다. 미카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코나에게 물었다.

“근데 왜 우릴 보자마자…”

“여긴 슬리피의 추종자들이 많아요. 감옥 안이 더 안전할 거라 생각해서.”

“또 슬리피야?”

“하지만 재판까지 끝났으니 이제 시간이 없어요. 지금 탈출해야 해요.”

코나는 그들을 데리고 관리국 감옥의 비밀통로로 향했다. 이곳 직원이 아니라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문을 열었고 미끄럼틀 같은 걸 타고 한참 내려갔다. 비상용 셔틀이 눈앞에 보였다. 그때 관리국 전체에 경보가 울렸고,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코나는 잠시 몸을 숨겼다가 달려온 병사 뒤에서 나타나 외쳤다.

“탈옥한 자들이 A구역 셔틀로 탈출하려 한다! 서둘러!”

그러나 해루 일행은 D구역에 있었다. 코나 덕분에 무사히 셔틀에 탑승할 수 있었다. 셔틀을 타고 뮤턴트 행성 밖으로 벗어나자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났다.

“앗, 저건?”

아몬드 봉봉이 눈을 크게 뜨더니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이잖아?”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은 동력을 상실한 듯 보였다. 어떤 빛도 나지 않았고 버려진 우주선처럼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셔틀로 조심스럽게 우주선 내부에 진입했다.

해루 일행은 각자 총을 하나씩 들고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우주선 내부는 마치 큰 전쟁이 일어났던 곳처럼 처참했다. 여기저기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온갖 물건들이 다 쏟아져 난장판이었다.

우주선의 메인 구역에 들어서자 그들이 보였다. 에크하르트였다. 예전에 보았던 그 생생한 모습들이 아니라 핏기없는 시체가 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야옹”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해루에게 다가왔다.

“어? 넌? 마리?”

“마리?”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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