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행성은 커피색이었다. 아메리카노처럼 새카만 색은 아니고, 믹스커피처럼 갈색에 흰 거품이 살짝 섞인 듯한. 똑같이 생긴 그 두 행성 중 왼쪽에 있는 행성으로부터 우주선들이 벌떼처럼 몰려왔다.
레드는 코너씨와 봉봉에게 세이건호의 방어를 맡기고 직접 전투용 우주선들을 이끌고 나갔다. 엄청난 수의 붉은 우주선 함대가 할로 행성 앞으로 진을 쳤고, 잠시 후 교전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 이어지던 교전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끝나버렸다. 그 이유는 레드가 탄 붉은 전투 우주선이 세이건호로부터 하얀색 에너지 광선을 지원받고는 주변을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블랙홀 에너지로 주변을 정리한 레드가 세이건호로 돌아와 말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군.”
그때 코너씨가 달려와 외쳤다.
“이봐, 잠깐 와서 이것 좀 봐야겠어! 얼른!”
우주선의 조정석으로 가보니 두 개의 할로 행성 중 오른쪽에 있는 행성이 왼쪽 행성을 향해 하얀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코타나 왕국에서 본 것처럼 파괴되었던 우주선들이 순식간에 복원되기 시작했다. 세이건호 앞에 나타났던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이 다시 부활해 다가오고 있었다.
레드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런, 젠장! 한번 더!”
이번엔 시작부터 레드가 자신의 전투 우주선으로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을 몰살시켰다.
그러나 또 다시 할로 행성에서 발사된 빛 때문에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고 레드도 지치기 시작했다.
우주선 몰살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자 이번엔 오른쪽 할로 행성에서 새로운 전투 우주선 부대가 나타나 세이건호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세이건호로 복귀한 레드는 우주선 내부에 경고령을 내리고,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정제 코타나 에너지의 사용을 최대 출력까지 올려 복제 우주선을 수백 척 만들었다.
다가오던 할로 행성의 부대는 갑자기 늘어난 세이건호 때문에 당황한 듯했다. 줄줄이 멈춰서는 바람에 진형이 무너지고 혼란을 겪었다.
역시 레드는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모든 우주선에서 일제 사격을 시작했고, 우왕좌왕하는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을 쓸어버렸다. 해루는 그 광경을 보며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우와, 어? 저거 봐요!”
이번엔 두 개의 할로 행성 가운데 왼쪽 행성에서 오른쪽 행성을 향해 하얀색 빛을 발사했고 다시 우주선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그때 누워 있던 미카가 일어나 미나의 부축을 받으며 조종석으로 들어왔다.
“코타나 왕국의 타워로군.”
“뭐?”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조작해 모든 걸 회복시키는 기술.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들밖에 없어.”
레드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진? 이라는 건가?”
미카는 고개를 끄덕였고, 레드는 입을 꽉 다물고 팔짱을 꼈다. 조종석 의자에 앉은 미카가 해루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 그러니까 너희 부모님이 개발한 이 기술은 사실상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체계지. 저들이 코타나 왕국을 그렇게 열심히 파괴했어도 완전히 없애지 못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미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코너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들은 적 있어.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끝없이 되살아나 자리를 지킨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근데 그게 진짜였다니.”
해루는 부모님이 만든 기술이 그렇게 대단하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럼, 저기 저 행성에 우리 엄마, 아빠가 있다는 말이죠?”
해루의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뚫고 지나가면 만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럼 저도 저 유리관에 들어가겠어요. 지금 당장!”
유리관을 향해 움직이려는 해루의 앞을 미카가 가로막으며 말했다.
“해루, 안돼! 넌 아직. 못 버티면 그대로 죽는다고! 사라져버린다고!”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