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347 블랙홀. 해루는 말로만 듣던 블랙홀에 들어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 일 없는 듯 멀쩡한 우주선이라니.
“미카 왕님, 우리 진짜 괜찮은 거죠?”
“미카 왕님은 또 뭐야 해루, 그냥 미카라고 부르라니까.”
“그래도 왕인데 어떻게 그러나요? 왕님.”
“왕님이 더 듣기 이상해! 원래는 괜찮지 않아야 하지만 이 우주선이라면 안전해.”
“이 우주선에 대해서 잘 알아요?”
“그럼, 너희 부모님하고 내가…”
미카는 진이라고 불리는 해루의 부모님과 함께 세이건호를 타고 우주 전쟁에 참여했다며 열변을 토했다.
“우주 전쟁이요?”
“우주를 반으로 갈랐던 전쟁이지. 전 은하의 모든 종족이 운명을 걸었던 전쟁.”
미카의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럼. 운명을 걸었지! 뭐, 결국 퀘이사 마스터들이 그 운명을 결정지었지만 말야.”
해루는 레드의 말에
“근데 퀘이사 마스터는 뭐예요? 무슨 직업 이름인가?”
“직업? 으하하, 뭐 그런 걸지도.”
미카는 세이건호 조종석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중앙 홀에 유리관처럼 생긴 기둥 다섯 개가 나타났다.
“퀘이사 마스터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자, 세이건호의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해. 너와 나처럼 말이야.”
미카는 그 유리관 중 하나에 들어갔다. 그러자 유리관 안으로 초록색 액체가 차 오르기 시작했고, 미카는 그 액체 안에 잠겼다.
잠시 후 세이건호의 벽에 이상한 문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 같기도 하고, 한자 같기도 한 그 문양이 마치 혈관처럼 우주선 벽마다 드러났다. 레드는 휘파람을 불며 의자에 앉았다.
“이걸 또 보는군, 그래. 다들 꽉 잡으라고.”
세이건호 주변으로 거대한 에너지 막이 생기고 우주선은 블랙홀을 뚫고 나아갔다. 속도가 점점 오르더니 우주선은 그냥 없어졌다.
세이건호 내부는 시공간 도약으로 인해 모든 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돌아가는 주변 풍경에 해루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다들 멀쩡해 보여 참을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블랙홀을 탈출한 세이건호는 이전과 달리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에너지가 넘쳐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신기한 광경에 놀란 해루가 말했다.
“우주선이 이상해요! 이거 왜 이런 거예요?”
레드가 주머니에서 동그란 선글라스를 꺼내쓰며 대답했다.
“블랙홀의 에너지를 흡수한 거지. 빛도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을 역이용해 에너지로. 흐흐.”
“블랙홀을 에너지로 쓴다고요?”
“그래, 이건 오직 퀘이사 마스터만이 가능하다더군. 물론 너도 가능해. 아니 넌 더 강력한 기능을 펼칠 수 있을지도.”
“제가요?”
유리관에서 나온 미카는 한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기력을 다한 듯한 그 모습에 해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마, 잠시 힘이 빠진 것뿐이야. 충천도 제대로 됐으니 이제 할로 그놈을 찾아가 볼까?”
레드는 세이건호의 출력을 높여 할로 행성으로 향했다. 현재 에너지 상태로는 시공간 이동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필요할 때 쓰기 위해 아껴두었다.
이미 할로 행성이 속한 은하였기 때문에 초광속 이동만으로도 금방 할로 행성에 닿을 수 있었다. 세이건호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할로 행성은 두 개였다. 완전히 똑같은 행성 2개가 나란히 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