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임무는 도둑 같은 범죄자를 잡는 거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범죄자가 없다면 경찰은 필요가 없는 걸까? 왠지 범죄자가 없다면 범죄자를 만들어서라도 경찰은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해루는 이런 생각을 하며 우주경찰과 부모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엄마, 아빠를 잡아간 이유는 뭘까? 기술을 얻으려고? 그럼, 기술을 얻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레드, 미카, 미스터 코너씨, 봉봉, 미나, 해루 이렇게 여섯 생명체는 세이건호의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미카가 먼저 레드에게 물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무슨 계획이라도?”
“계획? 그런 건 없어.”
“그럼?”
“정면 승부지. 할로 행성으로.”
“할로 행성?”
“그놈의 왕국이야.”
“왕국?”
“인조인간들의 왕국”
그때 갑자기 세이건호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드는 조종실과 연결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세이건호 주변으로 공간이 일그러졌고, 그 틈으로 전투함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레드는 재빨리 세이건호 주변으로 전자파를 발사했고, 타임라인을 변경하기 위해 우주선을 초광속 모드로 움직였다. 시공간 변경으로 우주 경찰들을 모조리 따돌리기 위해.
증폭된 코타나 에너지로 순식간에 도약한 세이건호는 태양계에서 다른 은하의 경계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다시 또 주변의 공간이 일렁였고, 우주경찰의 전투함들이 나타났다.
세이건호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다르게 설정해 이동할 수 있는 우주선이었다. 그렇게 다른 시간으로 넘어왔지만, 우주 경찰이 따라온 것이다. 결국 진의 기술까지도 그놈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세이건호는 더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오랜 시간 코타나 에너지를 충천해야 다시 시공간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급한 상황이 되자 미카가 레드에게 말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하나를 준비해뒀네. 이걸로 웨이브 347 블랙홀에 들어가게.”
“이런, 나를 얕보는 건가? 저런 것들은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어.”
“아직은 전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네. 블랙홀이라면 시공간 도약으로도 추격해오지 못할 거야. 우린 어떻게든 재정비해야 해.”
“음…”
문이 열리고 빨간 정장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레드는 미카가 건네준 정제 코타나를 그녀에게 넘겼다. 잠시 후 세이건호는 블랙홀을 향해 도약했다.
웨이브 347 블랙홀은 시간도 공간도 정상적인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모든 것이 일그러져 왜곡되는 곳이다. 들어가는 건 어떻게 들어가도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 도착한 세이건호는 코타나 에너지의 힘으로 왜곡을 이겨내고 있었다.
우주선을 감싼 에너지 보호막이 주변의 혼돈을 잠재웠고, 그런 상태로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역시나 우주 경찰은 더 추격해오지 못했다. 다만, 이제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드는 미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자네와 저 꼬마의 힘을 좀 빌려야겠군. 퀘이사 마스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