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침공

by 서효봉

지구. 우주 경찰의 또 다른 본부가 있는 곳. 태평양과 대서양 깊숙한 곳에서 출발한 우주선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주 경찰의 전투함들은 지구 궤도를 벗어나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코타나 왕국을 품고 있는 달이다.

코타나 왕국에서는 코타나 정제를 위한 공장을 가동했다. 이미 정제해 둔 코타나는 전부 세이건호로 운송중이었기에 재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100층짜리 빌딩 정도 높이로 쌓인 코타나를 정제하면 야구공 정도의 크기가 되는데 왕국 전체가 한 달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낸다.

미카는 이미 왕국 전체에 대피령을 내렸다. 크리스탈로 행성이 무너진 우주 경찰은 분명 코타나 왕국으로 침공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코타나 왕국의 기술이야말로 그들에게 가장 위협이 된다는 걸.

로봇으로 운영되는 코타나 정제 공장은 왕국을 지키는 타워 바로 밑에 자리 잡고 있다. 3중으로 방어막을 설치해 보호하고 있지만 미카는 불안했다. 멀리 떨어진 세이건호에서 지휘하다 보니 실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타나 정제가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우주 경찰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왕국의 하늘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수백척의 전투함이 밀고 들어와 아무도 살지 않는 왕국을 공격했다.

왕국의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마을과 평화로운 일상의 모든 시설 그리고 자연까지. 전투함대를 이끌고 온 가니쉬는 왕국의 중앙에 자리 잡은 타워부터 집중공격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코타나 에너지를 사용한 견고한 방어막이 있었지만,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수많은 전투함의 포격을 계속 견딜 순 없었다. 결국 타워는 파괴되었고, 그 아래에 있던 코타나 정제 공장도 사라져버렸다.

끈질기게 버티고 버텼던 코타나 왕국이 결국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소식에 미카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레드는 빈집이 된 지구의 우주 경찰 본부에 정예 부대를 출동시켰고, 본부 유리 감옥에 갇혀 있던 미나를 구해냈다. 미나는 몹시 지쳐 보였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미카는 미나를 간호하며 코타나 왕국의 대리인들과 연락을 취했다. 왕국의 백성들은 레드가 하와이 주변에 만든 지하도시로 대피해 있었다. 이 지하도시는 레드가 시리우스를 모델로 만든 도시라고 하는데 이곳 역시 코타나 에너지로 유지되는 도시였다.

레드는 피난민이 된 왕국의 백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고 미카는 그런 그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지구에서 돌아온 레드에게 해루가 물었다.

“근데 아저씨,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서요? 그럼 왕국도 시간을 되돌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음, 일단 난 아저씨가 아니네.”

“네, 그럼 뭐라고 부르죠?”

“그냥 레드라고 해.”

“레드? 반말 같아서…”

“아무튼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무의미한 파괴만 반복될 뿐.”

“……”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런 대책도 없는 곳에 코타나 에너지를 쓰는 건 낭비니까.”

해루는 그의 대답에 잠시 생각하다 다시 질문했다.

“우리 부모님은 어디 있는 걸까요? 미나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

“진의 행방은 모른다니까, 공주는 시리우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차피 공주의 쓸모는 시리우스에서만 유효하니까.”

“그게 무슨…”

“공주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시리우스의 에크하르트 시스템이 필요하거든. 무슨 말인지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음, 그러게요. 무슨 말인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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