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도전

by 서효봉

카라 행성의 폭발로 우주 경찰은 근거지를 옮겼다. 일반적인 우주 지도 시스템에선 검색도 되지 않는 곳. 크리스탈로 행성으로.

레드는 크리스탈로 행성 주변 위성에 세이건호를 숨겼다. 미카가 코타나 왕국의 정보망을 이용해 알아본 바로는 우주 경찰이 제우스 행성과 키치히치 행성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카르텔까지 손에 넣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해루가 말했다.

“경찰이 왜 그래요? 행성들을 지켜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해루의 질문에 레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경찰은 무슨, 이미 그들은 할로의 손안에 들어갔어.”

“할로?”

“우주 경찰을 뒤에서 조종하는 놈이지.”

“조종해요? 어떻게요?”

“어떻게 하긴, 이렇게 하지!”

레드가 손짓하자 빨간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고, 다시 손짓하자 문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코너씨가 말했다.

“인조인간이군, 그래.”

해루는 인조인간이라는 말에 카라 행성에서 본 인조인간들을 떠올렸다.

“그럼, 카라 행성의 그 많은 인조인간을 할로라는 사람이 조종한다는 말?”

레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공간 조작 기술이라네. 모든 게 엉망이 되기 전에 진을 구해야 해.”

“진?”

미카가 대신 해루에게 대답했다.

“너희 부모님. 우주에선 그 두 사람을 진이라고 불러.”

그때 문이 열리며 빨간 전투복을 입을 사내 두 명이 들어와 레드에게 말했다.

“코타나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끝났습니다.”

“좋아, 시공간 좌표 입력하고, 전투 준비.”

“네!”

레드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붉은 외투를 입으며 해루 일행에게 외쳤다.

“자, 친구들! 일단 자네들은 여기서 지켜보도록. 잠시 놀다 오겠네.”

말이 끝나자마자 레드는 사라졌다. 잠시 후 조종석 가운데에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고, 그 영상에 세이건호가 나타났다. 코너씨가 외쳤다.

“아니, 저건? 세이건호?”

홀로그램 속 세이건호는 갑자기 세포 분열하듯 복제되었다. 세이건호가 100척 정도 되자, 그들은 크리스탈로 행성으로 돌진했다. 우주 경찰의 방어선과 교전을 시작하자, 해루가 말했다.

“지금 저게 이 우주선이죠?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하죠? 싸우는 거 맞아요?”

우주 경찰의 방어선은 가볍게 무너졌다. 100척의 세이건호는 크리스탈로 행성을 향해 일제 사격을 시작했고, 행성은 가루가 되었다.

미카가 세이건호 조종석에서 밖을 보자 눈앞에 있던 크리스탈로 행성이 서서히 사라졌다. 마치 지우개로 행성을 지우는 것처럼.

10분쯤 지났을까? 레드가 돌아왔다. 외투를 벗고 안락의자에 앉자, 빨간 정장을 입은 그 여자가 들어와 위스키 한 잔을 건넸다. 얼음이 담긴 위스키를 홀짝이며 레드는 눈을 감았다.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보던 미카가 레드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이 우주선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크리스탈로 행성은?”

“왕이여, 알면서 뭘 묻는가?”

“설마?”

“설마?”

다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 레드가 코너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미스터 코너씨, 코타나 연구소에서 있었던 그 사고 기억하는가?”

“물론이지.”

“그 사고는 내가 지난주에 일으킨 사고라네.”

“뭐?”

“모든 게 순서대로 일어나는 건 아니라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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