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시작

by 서효봉

혼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말 한마디로부터. 해루의 외침은 주변에 있는 인조인간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평화롭게 생활하던 그들은 갑자기 잘못된 무언가를 발견한 듯 표정이 달라졌고, 해루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미카는 해루와 코너씨, 봉봉에게 말했다.

“이봐, 일단 피해야겠어. 내가 신호하면 다음 칸으로 달려!”

미카는 품에서 볼펜처럼 생긴 길쭉한 물건을 꺼내 눌렀다. 그러자 주변으로 전자파가 퍼졌다. 다가오던 인조인간들이 마비된 듯 멈췄고 미카는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다음 칸을 향해 내달렸다.

다음 칸 문을 열자 이번엔 우주 경찰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해루 일행을 향해 총을 겨눴지만, 코너씨와 봉봉이 재빨리 총을 꺼내 그들을 제압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마침 모노레일이 정차했고 해루 일행은 얼른 내렸다. 그런데 평화롭게 제 갈 길을 가던 인조인간들이 갑자기 무언가부터 조종당하는 듯 움직였다. 수십, 수백의 인조인간들이 마치 좀비처럼 해루 일행을 쫓기 시작했다.

“으악! 갑자기 왜 저래요?”

“몰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뭘 잘못한 건가?”

“탈출할 방법을 빨리 찾아봐!”

각자 한마디씩 외치긴 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급박해졌다. 미카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을 대비해 분석해 둔 시공간 좌표를 코타나 왕국으로 전송했고, 잠시 후 허공에 공간이 열리며 슬리피의 우주선이 나타났다. 우주선은 인조인간들에게 포위된 해루 일행의 머리 위로 빛을 내려 내부로 워프시켰다.

우주선은 도시를 지탱하는 기둥을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기둥이 무너지자 도시의 천정이 갈라졌고, 바닥도 꺼지면서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카라 행성의 지하에서 거대한 기둥이 하나 솟아올랐다. 그 기둥은 코타나 왕국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고, 그 주변으로 불길한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우주선에서 밖을 살피던 코너씨가 미카에게 물었다.

“엇! 저거 그때 그거 아니야?”

미카는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잠시 후 우주선 메인 조종석으로 달려가 뭔가를 열심히 입력했다.

기둥 주변에 생긴 전자파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기둥 색깔이 하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자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카가 해루, 코너씨, 봉봉에게 외쳤다.

“다들 꽉 잡아, 지금 바로 귀환해야겠어! 얼른!”

그때 해루가 미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안 돼요! 저기 우리 엄마, 아빠가 있단 말이에요. 지금 구하러 가야 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탈출하지 않으면 그냥 다 죽어. 우리 모두 다.”

“엄마, 아빠가 저기 있어요. 아까 봤어요. 정말요.”

잠시 흥분했던 미카는 크게 숨을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고, 해루에게 다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해루, 걱정마! 엄마, 아빠는 반드시 찾게 해줄게! 여기서 본 모든 인간은 복제인간일 뿐이야. 진짜가 아니라고.”

순간 우주선은 바로 앞 허공을 향해 충격파를 발사했다. 공간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 틈 속으로 우주선은 스며들었고, 카라 행성의 기둥은 폭발했다.

엄청난 충격 이후 우주선에 타고 있던 일행 모두 기절했다. 가상 중력 장치가 고장나 내부의 모든 물건은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풍경 사이로 제리가 나타났다. 제리는 해루에게 다가가 얼굴을 핥았고, 해루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잠시 후 미카도, 코너씨도, 봉봉도 눈을 떴다. 그렇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할 일만 했다. 1시간쯤 지난 후 그들은 다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코너씨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해루, 걱정마, 부모님은 살아 계실 거야. 그들은 인조인간일 뿐이야.”

코너씨의 말에도 해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코너씨 옆에 앉아 있던 봉봉이 미카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본부도 날아가 버리고, 단서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는데?”

미카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그놈을 찾아내는 게 어렵다면, 그놈이 직접 찾아오도록 만들 수밖에.”

“그놈?”

“네, 이 모든 혼돈의 시작.”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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