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원정대

by 서효봉

레드. 그는 지금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엔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치즈케이크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빨간 정장을 입은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레이트 퀘이사가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오, 그래? 그들은?”

“그들은 포인트 247B에서 표류 중입니다.”

“시간은?”

“시간 이동을 시도한 흔적은 없습니다. 공주 때문일까요?”

“아마도 그런 모양이군.”

“어떻게 처리할까요?”

“초대했는데 안 갈 수 있겠어? 그놈도 올 테니, 세이건을 준비하게.”

“네!”

레드는 몸을 일으켜 커다란 밀짚모자를 썼다. 크게 하품을 하고 바다 쪽을 걸어갔다. 누군가 뒤에서 본다면 자살을 생각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무모하게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무릎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목으로, 바닷물은 점점 수위를 높여갔고, 잠시 후 그는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다.

세이건호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레드가 옆에 서 있는 빨간 정장 여성에게 손짓하자 전력이 공급됐고 좌표 설정이 가능해졌다. 포인트 247B. 세이건호는 하와이에서 시리우스까지 뚫려 있는 해저터널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최고 속도에 닿자 시공간 이동장치를 가동했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해루 일행은 여전히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 코너씨는 뮤턴트 행성에 있는 동생 코나와 교신 중이었고, 봉봉은 우주선 수리를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미카는 코타나 왕국의 대리인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으며, 해루와 제리는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엌에서 이상한 음식을 만드는 중이었다.

“자, 식사하러 오세요! 빨리!”

다시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잠시 당황했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 때문이었다. 미카는 녹색의 진득한 그 음식을 국자로 뜨더니

“해루, 이거 먹는 거 맞아?”

“그럼요! 이게 요즘 유행하는 해독 푸드에요. 몸에 좋은 것만 넣었어요!”

“해독 푸드? 그래도 이건 좀”

하지만 역시 코너씨와 봉봉은 외계인이었다. 사고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들에게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었기에 열심히 흡입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미카는

“오래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잊고 있었군. 이분들 외계인이었지, 참.”

그때 우주선 내부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봉봉이 레이더를 살피더니 외쳤다.

“갑자기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났어. 우리 바로 뒤야!”

해루 일행이 탄 우주선보다 20배쯤 큰 우주선이었다. 세이건호는 메인 게이트를 열어 우주선을 집어 삼켜버렸다. 고래가 물고기를 삼키는 것처럼.

빨간 제복을 입은 병사들이 몰려와 식탁에 앉아 있는 해루 일행을 포위했다. 잠시 후 레드가 빨간 정장의 여성과 함께 걸어왔고, 병사들은 길을 열었다.

“환영하네! 친구들!”

미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당신, 설마, 할로?”

“오, 코타나 왕국의 왕이여! 유감이지만 난 할로는 아니라네.”

레드는 두 손을 흔들며 아니라는 표시를 해 보였다.

“그럼, 당신 누구야?”

“나는 레드. 나도 당신들처럼 할로를 찾고 있다네. 아니 나야말로 오래전부터 그놈을 찾아다닌 사람이지”

“여긴 어떻게?”

“자네가 날 초대한 게 아닌가? 퀘이사 마스터?”

“퀘이사를 알아보다니, 보통의 인간은 아닌 모양이군.”

미카의 말을 끝으로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싫었던지 해루가 레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저씨도 우리랑 같이 갈래요?”

“진의 아들이군. 반가워.”

“진? 그게 누구죠?”

“차차 알게 될 거야. 아무튼 그대들은 나와 같이 갈 수밖에 없으니 싫다고 말해도 어쩔 수가 없다네. 이해해주게”

세이건호는 갑자기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순식간에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 틈 사이로 그림자가 지나갔고, 포인트 247B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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