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와 할로

by 서효봉

할로 행성에서 쏟아져 나온 우주선들이 세이건호 앞에 진을 쳤다. 한동안 대치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일부 우주선들이 뒤로 물러났고, 남아 있는 우주선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이건호에서 본 그 모습은 어떤 존재의 얼굴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우주선이 모여 만든 얼굴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한 박자 늦게 세이건호 내부 스피커로 전해졌다. 로봇이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듣자 레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할로, 오랜만이군, 레드. 그리고 코타나의 왕, 진의 후손까지.”

해루는 우주선이 얼굴 형태를 만든 것도 놀라운데 말까지 하니 더 황당했다.

“저… 저건 뭐죠?”

“할로. 우주 경찰을 뒤에서 조종하던 놈.”

레드는 세이건호의 통신 장치를 조작해 음성을 발사했다.

“할로, 오랜만이군. 얼굴이 꽤 흉해졌는걸? 어디 안 좋은가?”

레드의 음성에 할로는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움직였다.

“너야말로 꼴이 흉해졌구만, 자신이 없었나 보지? 퀘이사 마스터까지 데리고 온 걸 보면?”

“일은 확실히 해둬야지. 네 놈이 진을 데려가 쥐어 짜내는 걸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그 순간 두 개의 할로 행성이 동시에 빛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어두운 허공 속에 빛나는 야생 동물의 눈동자 같았다. 할로 행성의 우주선 부대는 일제히 움직였고, 수많은 세이건호 가운데 진짜 세이건호를 향해 화력을 집중시켰다. 미카가 외쳤다.

“속았어. 저놈이 진짜 세이건호를 찾으려고 수작을 부린 거라고!”

레드는 재빨리 마지막 남은 블랙홀 에너지로 시공간 이동을 작동시켰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할로 행성으로부터 뻗어온 그물망 같은 레이저에 세이건호가 갇혀 버렸고, 시공간 이동은 물거품이 되었다.

엄청난 공격이 시작되었다.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이 쏟아붓는 포격이 다가오자, 코너씨와 봉봉은 블랙홀 에너지를 코타나 에너지로 전환 시켜 방어막을 만들어 버텼다.

세이건호가 심하게 흔들렸다. 주변은 섬광으로 인해 눈이 부셨다. 탈출이 힘들어지자 방법이 없었다. 말리는 미카의 손을 뿌리치고, 해루는 얼른 유리관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퀘이사 마스터의 등장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세이건호의 벽에 다시 이상한 룬문자가 나타났고, 이번에는 우주선이 무지개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쏟아지던 모든 공격이 튕겨 나갔고, 그로 인해 주변에 있던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이 침몰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세이건호 앞으로 공간이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은 속절없이 그 속으로 사라져갔다.

레드는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거대 블랙홀을 소환하다니, 이게 진짜 퀘이사 마스터의 힘인가?”

순식간에 할로 행성의 우주선들이 사라졌다. 할로 행성은 다시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빛났지만 블랙홀의 영향으로 원래의 상태로 복원할 수 없었다.

이 모습을 본 미카가 유리관으로 들어갔고, 세이건호는 다시 빛을 뿜었다. 바로 앞에 있는 블랙홀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흡수한 우주선은 전속력으로 할로 행성을 향해 나아갔다.

방어 수단이 사라진 할로 행성은 빛을 잃었다. 세이건호는 우선 왼쪽 할로 행성으로 들어갔다. 할로 행성에는 거대한 인조인간 도시가 있었고, 그 도시의 중앙에 크리스탈로 된 탑이 서 있었다.

그 탑의 정상에 유리관이 있었고, 그 안에 갇힌 두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바로 해루의 엄마와 아빠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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