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by 서효봉

학교를 오고 가는 일상은 평화로웠다.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우주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지구는 조용하고, 조용하고, 조용해서 지루할 정도였다. 하지만 해루는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엄마와 아빠를 날마다 볼 수 있었고, 맛있는 지구 음식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일기장에 매일 매일 행복하다고 적었다.

한 달 후, 해루는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시리우스. 해루는 미카와 함께 올랐던 삼형제큰오름에서 그때 겪었던 이야기를 엄마, 아빠에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다 지친 엄마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해루야,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이게 몇 번째니?”

“아니, 그러니까, 엄마, 그때 진짜 무서웠다니까.”

“그러니까, 그만이라고 했어. 해루.”

삼형제큰오름의 벙커에서 해루네 가족은 시리우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시리우스는 여전히 거대했고, 여전히 멋진 도시였다. 해루가 예전에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를 반기는 외계인이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최고급 선글라스를 낀 미스터 코너씨와 아몬드 봉봉이 그들을 반겼다.

“웰컴 투 시리우스!”

마치 하와이에 온 것처럼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그들 목에 걸어주었다. 코너씨와 봉봉은 그들을 차에 태워 시리우스 고속철도 역으로 향했다. 시리우스와 코타나 왕국이 교역을 시작하면서 생긴 이 역은 코타나 왕국으로 향하는 고속철도가 오고 갔다.

“우와! 이게 기차에요? 로켓처럼 생겼는데?”

해루네 가족과 코너씨, 봉봉은 고속열차를 타고 코타나 왕국에 도착했다. 역시 미카와 미나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해루는 왕과 공주가 우릴 초대했으니 멋진 연회가 열리고 맛있는 음식이 가득할 거라고 엄마와 아빠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샹들리에 아래 원탁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헐, 여긴 또 뭐예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해루에게 미카가 말했다.

“여긴 코타나 왕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이지.”

“네? 왜 여기로 왔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 다 같이 의논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미카는 원탁을 터치했다. 그러자 원탁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했고 우주 지도가 나타났다. 미나가 그 지도를 다시 터치하자 화면이 확대되면서 어떤 은하가 나타났다.

“여러분, 얼마 전 왕국의 정찰 위성에서 전송된 화면입니다.”

확대된 은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일그러진 얼굴 모양이었다.

“레드?”

“네, 그런데 문제는…”

해루네 가족과 코너씨, 봉봉이 동시에 물었다.

“문제는?”

“지금 저 은하 전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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