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건호의 최후

by 서효봉

유리관에서 나온 해루는 미카와는 달리 생생했다. 오히려 더 힘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 미카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세이건호가 할로 행성으로 들어가고 눈앞에 진이 나타나자 해루가 외쳤다.

“엄마! 아빠!!”

레드는 할로 행성의 타워에서 진을 구출했다. 진 그러니까 해루의 엄마와 아빠는 오랜 시간 갇혀 있었던 탓인지 의식이 없었다. 그들을 회복실로 옮기고 레드와 미카, 코너씨는 할로 행성의 중앙통제실로 들어갔다.

이상하게도 중앙통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서버만이 요란하고 작동되고 있었고, 인조인간들조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코너씨가 서버를 확인해보니 저장되어 있던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고 있었다. 레드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한발 늦었군. 할로 녀석 도망친 건가?”

미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른 행성은 어때? 저 행성에 그놈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행성은 거울 행성일 뿐이야.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이 아니라고.”

“거울 행성? 그럼, 우릴 속이려고?”

“뭐,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간을 정확하게 되돌려 복원하려면 과거의 모습이 존재해야 해. 그래서 거울을 둔 거겠지.”

“그럼, 놈은?”

“거의 모든 병력을 잃었으니 한동안은 숨어 지내겠지.”

해루는 엄마와 아빠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두 사람은 마치 긴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해루가 걱정되어 들어온 미카에게 해루가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 괜찮은 거죠? 네?”

“그럼, 곧 잠에서 깨어날 거야. 마음 편하게 기다려. 해루.”

그러나 종일 기다려도 두 사람은 깨어나지 않았다. 레드는 도시의 코타나 시스템을 조사하러 떠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휴식을 취했다. 저녁 무렵에야 겨우 모두가 모일 수 있었다. 미카는 레드에게

“일은 대충 마무리된 것 같은데 어쩔 셈이지? 계속 쫓을 생각이야?”

레드는 미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놈을 처리하지 못하면 언제 또 위협이 될지 몰라. 우주 경찰도 원상복귀 시켜야 하고.”

“그럼, 헤어져야겠군. 그래.”

“그대들은?”

“나와 미나는 뭐, 왕국으로 돌아가야지. 이제는 지구에 있는 나의 왕국으로.”

“그렇군. 진과 그의 아들도 물론 지구로 가겠지. 그럼 너희 둘은?”

갑작스레 질문을 받은 코너씨와 봉봉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우린 글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가족들을 모두 시리우스로 초대했어.”

“그렇군. 시리우스라.”

해루는 레드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는 가족 없어요?”

“가족?”

“네, 엄마나 아빠나 뭐, 형제라도.”

“가족, 오랜만에 듣는 단어군. 나도 있었지. 아니, 지금도 있을지도.”

“그럼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요. 어디 있는데요 지금?”

“나도 모른단다.”

“모른다고요? 내가 찾아줄까요?”

“아니야, 괜찮아. 친구.”

결국 레드를 제외한 모두가 지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레드는 세이건호로 그들을 지구에 데려다주고 달아난 할로와 싸움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지구 궤도에 도착한 세이건호에서는 작은 우주선 두 척이 나와 지구로 진입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세이건호는 사라졌다.

웨이브 347 블랙홀에 다시 나타난 세이건호. 그 우주선의 조종석에 선 레드는 갑자기 웃었다. 그 웃음은 우주선들이 모여 만들었던 할로의 웃음과 닮아 있었다.

“불쌍하게 숨어 있지 말고 나오지, 그래?”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보군, 레드.”

“지금이라면 나 혼자서도 너 하나쯤은 영원히 없애버릴 수 있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레드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눈알이 하얗게 변했고,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면서 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이내 블랙홀에 삼켜졌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구, 미카와 미나는 코타나 왕국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시리우스의 지원으로 코타나 왕국은 빠르게 성장했고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코너씨와 봉봉은 가족들과 함께 시리우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코타나 왕국과 시리우스 사이를 오가며 정제 코타나를 거래하는 사업이었다. 사업은 꽤 성공적이었고 다른 행성에 지점까지 만들었다.

해루는 볼이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어 깨어났다. 제리가 혀로 해루의 볼을 핥고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집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방에는 엄마와 아빠가 잠들어 있었고, 창밖으로는 천천히 해가 뜨고 있었다.

일어난 엄마는 잔소리를 시작했고, 정신 차린 아빠는 회사를 향해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 운동화를 신으며 책가방을 메던 해루는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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