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자퇴부터 만 2년 차 개발자까지 (2)
거창한 제목과 다르게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마냥 평범하진 않긴 했지만 그저 활발하고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학생 1 정도 위치였다.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대화를 시작하고 10분 간의 짧은 쉬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친해질 만큼 활발했고 또 모의고사에서는 한 번쯤 올 9등급은 맞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푼 다음 일부로 오답을 골라 찍었을 만큼 엉뚱했다. 물론 생각보다 올 9등급의 벽은 높았고 실패했다. 실패와 동시에 담임 선생님께 불려 갔고 혼났다. 내가 고른 정답에서 + 1 씩 하여 답을 체크하였던 것으로 인해 손쉽게 원래 점수를 계산당할 수 있었고 꽤나 높은 성적을 노려볼 법한 성적으로 거의 올 9등급을 맞았다는 사실에 황당해하시며 더 많이 혼내셨다. 이렇게 활발하고 또 엉뚱한 학생으로 1학년, 2학년을 보냈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학년은 점점 올라갔지만 입시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1학년 때 1등급 후반에서 2등급 초반의 성적을 얻었지만 더 이상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아 점점 성적은 내려갔고 자리에는 앉아있지만 공부에 집중되지 않았다. 야자는 하지 않았으며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들어가 인터넷에 빠져 살았다. 게임과 유튜브에 계속하여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붕붕이라는 노래에 대한 타이포그래피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노래 분위기와 리듬에 맞게 움직이는 노래 가사는 그냥 검색 포털에서 찾아보던 노래 가사보다 눈에 더 잘 들어왔으며 노래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영상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영상 편집이라는 길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창 무기력에 빠져있던 내게 재미있으면서도 나중에 커서 일로써 할 수도 있는 것을 찾았다는 사실은 엄청난 희망이 되었다. 거기에 더불어 부모님의 응원과 지원 덕분에 고등학생 2학년 여름 방학 때에 서울로 올가가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면서 영상 편집 유튜버에게 영상 편집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인터넷 방송인 중 덜 유명한 방송인을 찾아가 낮은 가격에 영상 편집하는 일을 하며 틈틈이 모션그래픽 연습을 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대학과 관련한 선택의 시간이 점차 다가왔고 나는 내가 당시에 찾았었던 나의 길인 영상 편집으로 대학을 찾아보았고 3학년을 시작하는 봄 즈음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영상시각디자인과에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고3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입시가 끝나 여유로웠다. 주변 친구들은 한창 입시 기간이었지만 보다 빠르게 입시를 끝낸 난 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께서 차를 타고 가시던 도중 발견하신 VR/AR 전문가 육성 과정 현수막을 보시고 내게 말해주셨다. 할 일이 없던 와중에 미디어 콘텐츠의 길을 향한 나에게 VR/AR이라는 키워드는 너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곧장 해당 교육 과정을 신청하였다. 놀라웠던 것은 아버지께서도 나의 재능과 열정을 보고자 같이 신청을 하셨다는 것이다. 학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해당 교육 과정 시간에 있던 수업을 없애셨고 차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매번 태워주시며 수업을 같이 들으셨다. 아버지는 해당 교육보단 나에게 관심이 있으셨던 만큼 교육 시간 동안 지루하셨지만 모든 교육이 끝나는 4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같이 교육에 참여하셨다. 나의 재능과 열정을 보고자 하는 것 하나로 견디신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 나는 VR/AR 콘텐츠 제작에 푹 빠졌고 학교가 방학일 때는 교육 외 시간에도 하루 종일 연습하였고 방학이 아닐 때에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쓸 수 없어 따로 연습을 할 수 없었기에 학교가 끝나면 거의 밤새도록 집에서 연습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며 하루를 보냈다. 입시가 끝난 고3은 그 누구도 건들지 않았다. 그러나 입시는 끝났지만 입시할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나날들을 보내던 그 당시 수업을 직접 해주시면서 교육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시는 대학 교수님께서 나에게 제안을 해주셨다. 조만간 근처에 지역 VR/AR 제작 거점 센터가 신설되고 현재 입주 기업을 모집 중이니 창업에 생각이 있다면 도움을 주시겠다는 제안이었다. 한창 VR/AR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았고 열정이 넘치던 그 당시 나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너무나 감사한 제안이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대학을 포기하고 창업에 대한 다짐을 하며 나는 부모님께 창업의 의지를 밝혔다. 개인 사업자를 등록하고 지역 VR/AR 제작 거점 센터 입주가 확정난 직후 그 당시 나의 열정과 재능을 바로 옆에서 함께 하시며 지켜보았던 아버지께서는 응원해 주시고 더 나아가 정말 집중하고 싶다면은 자퇴까지도 허락해 주신다는 말을 먼저 꺼내주셨다. 나는 당시 혼자서만 자퇴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응원 덕분에 결심하게 되었고 아버지께서는 나와 함께 어머니를 설득해 주셨다. 이제 남은 것을 학교로 가서 자퇴를 하는 것뿐이었다.
자퇴를 하고자 결정하기까지 어려울 뿐 자퇴 자체는 쉬웠다. 심지어 나의 경우 자퇴를 결심한 후 실제로 학교에서 자퇴 처리가 되기까지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자퇴를 결심한 다음날 학교로 등교하여 담임 선생님께 자퇴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였고 다음날 부모님이 오셔서 자퇴서약서를 쓰고 끝났다. 원래 일정 기간 동안 주 1회 교내 상담소로 가서 자퇴할 마음이 여전한지 확인하며 끝까지 자퇴를 하고자 한다면 자퇴를 승인해 주었지만 나와 부모님의 의지가 확고했던 만큼 그러한 몇몇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자퇴를 승인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창업이라는 길의 시작점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