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균 Jul 20. 2020

왜 나는 렉쳐를 사고 항상 후회할까?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5-2.

     어떻게 해야 질 좋은 렉쳐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어보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샵 매니저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온라인 마술 커뮤니티에 질문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단순히 "A랑 B 중에 어떤 걸 사는게 낫나요?" 와 같이 질문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렉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마술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내용을 기준으로 렉쳐를 분류해달라고 말한다면, 저는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합니다.


     아이디어 렉쳐

     자신이 만든 마술 또는 기술을 공개하고 설명하기 위한 렉쳐.

     모음 렉쳐

     지금까지 만들어진 마술 중 훌륭한 마술들을 모아 상세히 설명하는 렉쳐.

     분석 렉쳐

     특정한 기술이나 원리에 대해 심도있게 설명하고 분석하는 렉쳐.


     이렇게 수많은 렉쳐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렉쳐를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모든 렉쳐를 사서 배울 수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럴 돈도 여력도 없습니다. 이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렉쳐는 무엇인가?’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각각의 종류별로 장단점을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디어 렉쳐

     우선, 아이디어 렉쳐는 새로운 마술이나 원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합니다. 아이디어 모음 류의 렉쳐의 가장 큰 장점은, 마술계 안에서의 유행이 보통 이러한 아이디어 렉쳐를 따라 흐른다는 점입니다. 마술 매니아들은 새로운 마술에 열광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디어 렉쳐의 단점은 여러분이 관객에게 실제로 그 마술을 보여줄 때 발생합니다. 아이디어 렉쳐의 의의는 '새로움'입니다. 새로운 마술의 단점은 그만큼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실력이 아닌 이상, 그 마술의 100%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아이디어 렉쳐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마술의 기초적인 원리나 기술을 설명하는데 다소 소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이디어 렉쳐는 초심자에게 부적합한 렉쳐입니다. 기초를 우선 탄탄히 쌓아두어야 새로운 마술을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마술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 점점 기존의 마술들이 지겨워질 때, 그 때 아이디어 렉쳐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모음 렉쳐

     다음은 모음 렉쳐입니다. 모음 렉쳐는 말 그대로 마술들을 모아놓은 렉쳐입니다. 다만 위의 아이디어 렉쳐는 자신만의 마술을 수록한 느낌이라면, 모음 렉쳐의 마술들은 여러 사람들의 마술을 모아놓은 렉쳐입니다. 그래서 렉쳐를 만들 때부터 좋은 마술들을 골라 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된 렉쳐라고 할 수 있죠. 모음 렉쳐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이전부터 사랑받은 일명 클래식 마술만 모아놓은 렉쳐, 손기술이 필요없는 셀프워킹 마술만 모아둔 렉쳐, 카드 컨트롤만 모아놓은 렉쳐, 반대로 카드 공개법만 모아놓은 렉쳐 등등이 있습니다.

     모음 렉쳐를 고를 때는, 어떤 기준으로 마술을 골라 담았는지 살펴보아야합니다. 모음 렉쳐의 가장 큰 장점은 구매 전에 렉쳐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마술이 수록된 렉쳐의 경우, 렉쳐를 보다가 지칠 때가 많죠. 그래서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분량을 분배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법이 아닌 마술 연출만 먼저 훑어보고 흥미가 생기는 마술부터 먼저 공부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모음 렉쳐야말로 초보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렉쳐입니다. 잘 구성된 렉쳐의 경우 쉬운 마술부터 어려운 마술까지 골고루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마술을 배울 수 있으며, 해당 장르를 아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본기도 충실히 설명해주는 편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지만, 기초는 지겹지만 가장 확실한 실력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분석 렉쳐

     다음은 분석 렉쳐입니다. 분석 렉쳐는 위에서 말한 모음 렉쳐와 살짝 분위기가 다른데, 하나의 기술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렉쳐입니다. 밑장빼기, 패스, 팜, 컬 등등 어렵고 섬세한 기술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주는 렉쳐를 보고 공부해야 바르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렉쳐 역시 초심자에게는 다소 부적합합니다. 그 이유는 굳이 어려운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신기한 마술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어려운 기술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인 후, 특정 기술을 심도있게 배우고 싶다면 그 때 보아도 늦지 않습니다. 



     위의 분류는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입니다. 분명하게 분류할 수 없는 렉쳐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니 렉쳐를 구매하기 전에 먼저 그 렉쳐에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있는지 파악해야겠죠. 독특한 형태의 렉쳐를 두 가지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분석 렉쳐에 속하는 이론서, 나머지 하나는 아이디어 렉쳐에 속하는 렉쳐노트입니다.


이론서

     마지막으로, 트릭을 알려주는 렉쳐는 아니지만 이론서가 있습니다. 초심자의 가장 큰 착각은 '마술 트릭을 안다.' 와 '마술을 할 줄 안다.' 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론서는 여러분은 마술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단순히 트릭을 공부하고 기술을 연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론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더 재미있게 마술을 즐길 수 있죠. 마술을 하나도 모르는 입문자보다 적당히 마술을 공부한 초, 중급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특히 자신의 마술이 발전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이론서는 대부분 비싸거나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지만,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여러분의 마술에 대한 시각이 훨씬 넓어질 거라 확신합니다.


렉쳐노트

     위의 분류로 따지자면 아이디어 렉쳐에 해당하는 렉쳐입니다. 한 명의 마술사가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만든 소형 책자를 보통 렉쳐노트라고 말합니다. 보통 100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얇으며 담긴 마술의 개수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렉쳐노트의 매력은 바로 해당 마술사가 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의 개인적인 고민이 많이 묻어있다는 점에서 렉쳐노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렉쳐노트들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꽤나 높은 편에 속하기에, 초심자가 처음부터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편입니다.




추천 목록

     지금부터는 저의 개인적인 추천 렉쳐 목록입니다. 철저히 주관적인 기준이며, 제가 마술을 시작하면서 큰 도움을 받은 렉쳐이기도 합니다.   


     클래식 컬렉션 1, 2

     '트라이엄프', '리셋', '앰비셔스'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봤을 이른바 '클래식 마술'들을 수록한 렉쳐입니다. '클래식 마술'은 아주 예전부터 사랑받아온 마술들을 말하는데, 오래된 마술인 만큼 검증된 효과를 갖고 있으며, 마술인들이 모이면 반드시 한 번씩은 볼 수 있는 마술입니다.     (렉쳐노트, DVD)            초심자가 연습한다면 약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기본기를 충분히 쌓고 나서 연습한다면 문제 없는 수준입니다.

     셀프워킹 1, 2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셀프 워킹 마술들을 모은 책입니다. 기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름만 듣고 싫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렉쳐노트, 서적)            초심자가 연습하기에 좋은 렉쳐입니다.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마술들이니, 트릭을 익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기술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한 마술도 많습니다. 쉬워보이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장르입니다.  

     카드 마술의 왕도(개정판)

     해외 서적 Royal road to card magic을 한국어로 번역한 서적입니다. 원서는 1900년대 중후반에 쓰여진 책이지만 단순히 기술과 마술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꿀팁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카시오샵, 서적)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계단식으로 진행되기에 초심자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코인피디아

     동전 마술은 진입 장벽이 어려운 만큼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합니다. 코인피디아는 기본기부터 심화 기술까지, 동전 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는 훌륭한 렉쳐입니다. 4장의 CD로 구성되어있으며, CD1과 CD2 정도만 공부해도 초심자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렉쳐노트, DVD 및 스트리밍)            체계적으로 동전 마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해야할 렉쳐입니다.  


(위 렉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해당 마술샵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또 다시 렉쳐를 사려는 당신을 위해

     만약 당신이 마술을 잘하고 싶다면, 기초를 쌓아야합니다. 기초가 튼튼하다면 어떤 렉쳐를 보아도 얼마든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요. 기초가 없으면 어떤 렉쳐를 보든 수박 겉핥기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기초를 키울 수 있을까요? 좋은 마술을 많이 보고, 열심히 연습하고, 끝없이 고민하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렉쳐가 있어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당신의 배움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마술의 렉쳐목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