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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Jul 27. 2020

역시 내 마술 연습 방법은 잘못됐다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6.

     공부를 할 때는 문제집을 풀고, 운동을 할 때는 중량을 듭니다. 어떤 취미 생활이든 입문자는 가장 먼저 연습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마술을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새로운 마술을 배우고, 연습한 다음에 비로소 마술을 할 수 있죠. 이 과정이 너무 지루해서 중도 하차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죠. 이는 마술의 진입 장벽이 다른 장르에 비해 높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연습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마술의 트릭과 비밀을 배우는 과정은 즐겁습니다.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내가 마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르면 막막해집니다. 복잡한 기술과 과정을 다 외우고 동시에 관객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죠. 해야할 일이 참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나도 과연 마술을 할 수 있을까요?

마술을 연습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우선 마술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마술은 크게 1. 트릭 2. 디테일 3. 패터 로 나뉩니다.



트릭

마술의 성공을 위해서 마술사는 반드시 알아야 하고, 관객은 절대로 알아선 안되는 비밀


     대표적인 트릭으로는 손 기술이나 마술 도구의 장치 등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트릭을 익히기 위해서는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해야합니다. 처음에는 렉쳐를 보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과정을 따라해 봅니다. 그 다음에는 전체 과정을 외워서 따라해 봅니다. 전체 과정을 완벽하게 외웠다면, 그 이후로는 마술 동작을 몸에 배이게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한데, 트릭은 마술에 있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동시에 가장 신경 써서는 안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트릭은 중요하지만, 관객에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부분이죠. 마술사가 트릭을 신경 쓰기 시작한다면, 관객은 곧바로 '어, 방금 뭐 했다.' 라고 느낍니다.

     같은 카드 마술을 시연하는 두 마술사 A와 B를 예로 들어봅시다. A는 고른 카드를 카드 중간에 넣고 여유롭게 섞은 후, 카드를 다시 찾아냅니다. 반면 B는 고른 카드를 카드 중간에 넣고 잔뜩 긴장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섞습니다. 두 마술사 모두 동일한 트릭을 사용했지만 A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했고, B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에 긴장을 숨기지 못한 것이지요. B가 아무리 신기한 방법으로 카드를 찾아내도 관객들은 "카드를 섞는 동안 뭔가 했구나." 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술사가 마술 공연을 하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총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중 트릭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50을 넘어선 안됩니다. 줄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줄여야 하죠. 그렇게 남은 에너지는 관객과 소통하고 공연을 진행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의식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손이 움직일 정도로 연습한다고 생각하세요.



디테일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마술의 신기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기법들


     마술의 여러 디테일이야말로 마술의 진정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디테일은 모든 마술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더욱 좋은, 일종의 조미료라고 할 수 있죠. 자세나 제스처, 시선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테일이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디테일에 있어서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네는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네는 그 많은 다리를 어떻게 동시에 움직여서 이동하는 걸까요? 만약 지네가 각각의 다리를 의식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면,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금방 다리가 꼬여버리겠죠. 지네가 다리를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은 지네의 무의식에 새겨져 있습니다.

     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디테일을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처음부터 모든 디테일을 신경 쓰고 마술을 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마술을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수많은 디테일들은 잠시 접어두고, 마술 전체의 흐름을 먼저 익혀야합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고 난 후에야 디테일을 신경 쓸 수 있겠죠. 처음부터 너무 많은 부분을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큰 흐름을 먼저 익히고 조금씩 작은 부분을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패터

마술을 진행하기 위해 미리 정해놓은 말


     보통 '멘트'라는 단어로 더 많이 알려진 패터는 클로즈업 마술에서 특히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위 '말빨'이라고 불리는 언어적인 요소가 마술사의 매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마술 트릭처럼 공부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말빨'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대화라면 몰라도, 마술에 사용하는 패터는 분명 습득하고 연습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평소에 어떤 표현을 쓰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겁니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이 도움이 되겠죠. 그 말을 그대로 들으면서 자신의 표현 중 불필요한 표현을 걸러내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보충합니다. (처음에는 부끄럽겠지만, 익숙해지세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받아 적은 후에 분석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 자기 자신이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술사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연습 팁

들어가기 전에 : 가장 좋은 연습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입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언제나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무언가를 취미로 한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가는 대로 마술을 하다가 방향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그 때 참고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순서

     (손 기술 연습 →) 마술 트릭 연습 → 디테일 연습 → 패터 연습


손 기술 연습

     이 단계에서는 난이도 높은 손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습합니다.

     팁 :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고, 기술을 사용하는 타이밍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둘 다인 경우도 있습니다.  


마술 트릭 연습

     이 단계에서는 말 없이 마술 전체의 손 동작의 순서를 익힙니다.

     팁 : 같은 기술이라도 마술에 따라 사용하는 시기나 박자가 다릅니다. 기술만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마술' 안에서 그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 익히는 것입니다.  


디테일 연습

     이 단계에서는 기술이 쓰이는 타이밍, 자세 및 제스처의 변화, 시선의 이동 등등의 디테일을 익힙니다.

     팁 : 마술 영상을 볼 때, 전신 또는 반신이 나오는 영상을 찾아봅시다. 마술사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봅니다. 동일한 마술이지만 영상 속 마술사와 우리의 차이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관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을 다루면서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패터 연습

     이 단계에서는 관객이 있다고 가정한 후, 상상 속의 관객과 소통하면서 마술을 진행하는 법을 익힙니다.

     팁 : 패터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즉석에서 말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의 경우 오히려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 연극 대본처럼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미리 할 말을 준비해 둔다면 마술의 진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팁2 : 대본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연습 방법입니다. 만약 대본 작성이 번거롭다면 대사 속 중요한 키워드 몇 개만 추려내어 외워 두는 것도 좋습니다.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며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법을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도 연습하는 당신에게

     마술은 어렵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연습을 합니다. 가끔은 연습이 지겹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연습하는 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연습 방법을 알려줄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여러분 스스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마술의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나요?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술을 취미로 한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습이 지겹다면 잠시 쉬어도 됩니다. 누구도 여러분에게 마술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연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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