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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Nov 05. 2020

겨울이 왔다.

마술인의 일상

    매일매일 정해진 양의 연습을 하고 있다. 7월달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5개월 째에 들어간다. 마술을 연습하기보다는 기술을 연습하는 것에 가까워서, 세컨 딜*이나 바텀 딜**과 같은 어려운 기술들만 꾸역꾸역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계절'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손에 땀이 없다. 땀이 많아서 고민인 사람들은 참 많이 보았다. 새 카드를 뜯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힘들어하는 그들의 카드를 보고 있으면 건조한 내 손이 감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 내 손은 마찰 계수가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땀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더 잘 되는 기술이 있고, 땀이 적은 사람들에게 특히 더 잘되는 기술이 있다. 손의 습기가 많아서 카드가 잘 달라붙는 사람들은 손에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 편하다. 이미 적당히 접착력이 있는 손이기 때문에 카드나 동전이 손바닥에 '착'하고 달라붙는다. 반면 이들은 카드가 쉽게 달라붙기 때문에 카드를 몰래 세는 등의 정밀한 동작이 힘든 경우가 많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손이 건조한 이들은 대체로 마술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건조한 손의 최대 단점은 마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핸드 크림을 바르거나 손을 비벼 약간의 땀을 내면 별 지장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에는 손이 금세 마른다. 바깥이 아니라 실내에 있으면 괜찮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난방 때문에 어디든 건조하기 마련이다.


    연습 레퍼토리 중 내가 가장 불편을 느끼는 지점은 바로 위에서 말한 세컨 딜과 바텀 딜이다. 손이 카드에 닿아도 마찰력이 부족해서 도저히 밑장을 뺄 수가 없다. 그래서 정말 손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다. 다양한 종류의 핸드 크림을 사용해보았고, 심지어는 은행원들이 지폐를 셀 때 사용하는 마찰력 크림(Sunstar 브랜드)도 발라보았다. 정 급할 때는 손 끝에 음료나 침을 발라서 접착력을 땡겨온 적도 있다.


     나처럼 손이 마른 사람들을 위해 작은 조언을 남기자면, 우선 가장 좋은 방법은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을 습관으로 가지는 것이다. 이 때 조심해야할 것은 핸드크림의 기름기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대부분의 핸드 크림은 바르고 나면 손에 기름기가 남는다. 이는 오히려 카드를 컨트롤하는데 있어 방해 요소가 된다.


    내가 사용하는 크림은 아트릭스Atrix 사의 Hand and nail care moisturizer 이다. 군대에서 우연히 찾아낸 핸드크림이었는데 기름기도 없고 흡수도 빨라서 마음에 들었다. 이후로는 올리브영에서 1+1 할인할 때를 노려 잔뜩 쟁여두고있다.




짱짱이다


쿠팡 구매 링크 (마치 광고인 것 같지만 광고가 아니다. 광고였으면 좋겠다. 그 돈으로 치킨 먹고 싶다.)



    겨울은 많은 마술인들, 특히 카드 마술인들이 힘든 계절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 수록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셀프 워킹 마술들을 공부해보자. 추운 날씨에는 마술을 보여주기도 힘들고 친구들도 마술을 보기 힘들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평소 관심없던 마술을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second deal = 윗밑장 빼기, 맨 위의 카드를 나누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에서 두번째 카드를 나누어주는 기술
**bottom deal = 밑장 빼기, 맨 위의 카드를 나누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맨 밑의 카드를 나누어주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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