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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Jul 14. 2020

어떤 마술의 렉쳐목록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5-1.

     이제 카드도 사고 패드도 샀습니다. 근데 마술은 어떻게 배워야하죠? 어디서 배워야할지 모르니 일단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는 책이나 DVD를 따라서 삽니다. 아니면 유튜브에서 ‘마술 해법’이라고 검색한 후 따라서 해봅니다. 그런데 마술이 이렇게 어려웠나요? 내 손가락은 오징어 촉수보다 못한 것 같고 문어가 나보다 마술을 더 잘할 것 같군요. 이건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 방법이 여러분과 맞지 않을 뿐이에요. 오늘은 바로 마술 강의, 다른 말로 렉쳐(lecture)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마술 입문자들이 무료 마술 강의를 통해 마술을 시작합니다. 유튜브에서 마술을 가르쳐주는 사람들도 있고, 렉쳐노트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질좋은 무료 마술 강의를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무료로 마술을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트릭을 안다.'와 '마술을 할 수 있다.'는 다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마술을 알려주는 무료 강의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조금 더 좋은 마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심도있는 강의가 필요하죠. 이를 위해서 마술샵에서는 각종 마술 책이나 마술 dvd, 또는 스트리밍 렉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종류와 수도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가난한 아마추어인 우리는 모든 렉쳐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마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선 렉쳐의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여러분들이 접할 수 있는 렉쳐는 크게 4가지 형태입니다.

텍스트 = 책

DVD

스트리밍

현장 강의

     이 중 현장 강의는 특별한 경우이니,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죠. 가장 먼저 책입니다.



텍스트

     마술을 책으로 배운다는 것이 처음에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보지 않고 글씨만으로도 정교한 손동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종류의 마술 책들이 있고, 그 말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마술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영상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렉쳐노트의 dvd [클래식 콜렉션 2]와 책 [셀프워킹 vol.2]를 비교해봅시다. [클래식 콜렉션 2]에는 13가지 마술이 담겨있고, [셀프워킹 vol.2]에는 38가지 마술이 담겨있죠. 심지어 책이 가격은 훨씬 저렴합니다. [클래식 콜렉션 2]는 20000원이지만, [셀프워킹 vol.2]는 14000원이죠. 그러니 적은 가격으로 최대한 많은 마술을 배우고 싶다면 책을 사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책은 영상에 비해 배우기 힘들다는 점이겠죠. 특히 하루 종일 유튜브에 빠져 사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차분히 한 글자 한 글자씩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이 힘듭니다. 게다가 삽화와 글 만으로는 글쓴이가 무엇을 의도하는 지 100% 파악할 수 없으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영상에 비해 확실히 학습이 힘들죠.

     그러나 극복할 수만 있다면, 이 부분은 강력한 장점이 됩니다. 독자는 책에서 말하는 마술 동작이 어떤 동작인지 하나씩 상상해가며 연습해야합니다. 저자의 의도를 100%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사이 빈 공간을 독자가 채워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다른 사람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 동작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어떤 동작일까요? 이 마술은 어떤 말과 함께 해야할까요? 그래서 책으로 배우는 마술은 힘들지만 그만큼 여러분들에게 값진 경험치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영상

     영상으로 마술을 배우는 것은 책에 비해 훨씬 쉽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그대로 따라하면 충분히 마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출 영상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실제로 관객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고 나면 여러분들은 마술의 현상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서 관객이 신기해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 강의는 자칫 잘못하면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방식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마술이라도 소재나 연출을 달리 하면 아예 다른 마술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신만의 마술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영상 강의를 보고 나면 왠지 여기서 사용한 대사와 연출이 가장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보입니다. 여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하기 꺼려지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점점 독서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굳이 시간을 들여서 종이 뭉치를 뒤적일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책과 글이 영상에 비해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글자'의 힘인데요. 글자는 사람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사과라는 단어를 보고 어떤 사람은 잘 익은 가을의 붉은 사과를 떠올릴 수도, 어떤 사람은 상큼한 풋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죠. 어떤 사람들은 사과 모양의 로고를 사용하는 애플 사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사과 사진이나 사과 영상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지 몰라도, 그것들로는 다양하게 상상하기 힘듭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특히 마술 책을 읽는다는 것은 꽤 힘든 일입니다. 한 손에는 카드를 쥐고, 다른 손은 페이지를 붙잡아야하죠. 책의 내용을 해석하는 동시에 내 손의 움직임도 신경써야하니 에너지를 두 배로 소모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우선 읽는 겁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고 읽히는 부분만 읽는겁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흡수하겠다는 완벽주의는 잠시 제쳐두고, 일단 읽어봅시다!



DVD vs 스트리밍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영상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DVD나 비디오 테이프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영상 파일을 직접 내려 받을 수도 있고, 아예 그럴 필요도 없이 스트리밍을 통해 간편하게 시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마술 강의들이 DVD의 형태로 발매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장단점을 살펴보도록 하죠.

     사실 여러 부분에서 따져보면, 스트리밍 혹은 다운로드 방식이 DVD보다 월등히 효율이 좋습니다. 따로 DVD 플레이어를 구매할 필요도 없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죠. 하지만 스트리밍(다운로드) 강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갖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감각을 통해, 만족스럽다고 느낍니다. DVD는 영상 데이터를 담고 있는 '물건'입니다. 반면 스트리밍(다운로드) 강의는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데이터일 뿐이죠. 책장에 차곡차곡 쌓인 10장의 DVD와, 컴퓨터에 담아둔 10개의 다운로드 강의는 둘 다 같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 만족감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DVD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컴퓨터에 기본으로 CD 플레이어가 달려 있었지만, 지금은 따로 플레이어를 구매해야 하죠. 언젠가 DVD 역시 예전의 비디오 테이프가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 박물관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구 시대의 유물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음악 스트리밍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턴테이블과 LP판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굳이 불편한 LP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감성'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물건의 감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오늘은 마술 강의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형태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이겠죠. 다음에는 마술 강의의 내용에 따른 분류와 차이점, 그리고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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