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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Jul 06. 2020

오! 나의 지름신님

마술을 취미로 하는 방법 4.

    우리는 모두 지름신의 가호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 분에게 통장 잔고를 제물로 바칩니다. 그 분은 우리에게 잠깐의 만족감과 나중에 '이거 왜 샀지?' 라며 후회할 물건을 대가로 돌려주십니다. 언제나 후회할 것을 알지만 오늘도 우리는 돈을 쓰기 위해 여기 저기 기웃거립니다. 괜히 마술 도구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이 마술 어떻게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술 도구는 우리의 장바구니에 담기고, 그 대가를 감당하는 것은 아마도 월말의 우리겠죠.


    사고 싶은 도구가 너무 많습니다. 소개 문구나 연출 영상을 보면 이 도구만 있으면 최현우 부럽지 않은 대마술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죠. 벌써부터 이 도구로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사고 싶은 걸 모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학생일수록 가난하니 최소 비용으로 최대 기쁨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죠.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구매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사람들마다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 전에 우선, 마술 도구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생각해봅시다. 마술 도구를 판매한다는 것은 도구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마술 트릭까지 함께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술 도구의 가격은 초심자들에게  '어라?' 싶을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여러분의 마술 도구가 도착해 상자를 열어 안의 해법을 확인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분은 그 도구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겁니다. 단지 트릭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구입한 도구이므로 트릭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그 도구를 사용할 이유가 없죠. 이렇게, 할 수 있는 마술은 늘지 않고, 알고 있는 마술 트릭들만 늘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와 딱 맞는 마술 도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일이 부딪히며 배워 나가는 겁니다. 경험으로 배우는 거죠. 단점이라면 노하우를 획득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취미에 돈을 많이 투자할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부적합한 방법입니다.

    사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마술 도구는 어떤 도구일까요? 제 경우에는 트릭이 신기한 도구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도구입니다. 트릭은 한 번 알고 나면 필연적으로 허무함이 찾아오는 반면, 관객에게서 우리가 도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한 마술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저는 도구를 구매할 때, 이 도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마술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 마술을 배우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술을 보여주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A 마술 다음에 이 마술을 하면 어울릴 것 같아. " "이 마술에 B라는 이야기를 덧씌우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만약 이 마술을 보여준다면, 어떤 상황에 하게될까요? 어떤 관객들이 좋아할까요? 어떤 대사가 어울릴까요?

    어떤 도구는 단 하나의 마술이 너무 유명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링 마술이나 로프 마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추천 도구

    마술 도구의 취향은 정말 다양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정도는 기본이지!' 에 해당하는 도구 두 가지를 추천드리겠습니다.

스폰지볼 : 휴대성도 좋고, 원리도 간단하며, 현상도 신기합니다.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고 할 수 있는 마술도 무척 많습니다. 스폰지볼만을 다루는 렉쳐도 정말 많죠. 스폰지볼 마술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은 '관객 손 안으로 공을 집어넣는 마술' 일 겁니다.

패들류 : 생활 마술의 가장 대표적인 '패들 무브' 를 배울 수 있습니다. 패들 무브를 배운다면 나무젓가락 하나만 있어도 쉽게 마술을 보여줄 수 있죠. 하나의 원리를 배워서 여러 곳에 적용하는 아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술 도구입니다.


당신의 장바구니는 안녕하십니까?

    혹시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마술샵 홈페이지에서 신상 도구 리스트를 훑어보고 있으신가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욱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비단 마술도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트에서 현금으로 거래할 때보다, 온라인 상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우리는 조금 덜 경계합니다. 무형의 무언가가 그저 왔다갔다할 뿐,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실감할 수 없죠.

    택배를 받았을 때 유난히 기분이 좋은 것도 이와 같습니다. 택배는 우리가 돈을 주고 구매한 물건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공짜로 선물받은 물건이라고 느껴지죠. 결제하는 순간과 물건을 받는 순간이 분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지갑이 지름신에게 바쳐지기 전에 스스로 경계해야합니다. 장바구니를 꾸리고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에 다시 한 번  점검해보세요. 그 당시에는 사고 싶었으나 진정된 이후에는 사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나는 무엇을 사고 나서 후회했나요? 후회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걸 사기 전에는 어떤 기대를 했나요? 혹시 지금 장바구니 안에 그 때 그것과 똑같은 기대감으로 담아둔 물건은 없나요?




<오늘도 마술샵을 서성이는 당신에게>

     '잘못된' 선택이란 없습니다. 어떤 마술 도구를 사고 나서 무척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오늘 하나를 더 배웠네요. 그 마술 도구는 어떤 점이 부족했나요? 만약 당신이 판매자였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했을까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거기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것을 구매하느냐?"가 아닙니다. "내가 구매한 것으로부터 어떤 것을 배울 것이냐?" 이 질문이야말로 당신의 마술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비결인 셈입니다. 당신의 장바구니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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