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문앤트리 매직 컴퍼니에서 진행한 마술 스터디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주제,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마술"에 대한 제 생각들을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신기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마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생각해보아야할 점이 있다. "신기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천원짜리 지폐가 찢어졌다 다시 붙는 마술보다 오만원짜리 지폐가 찢어졌다 다시 붙는 마술을 더욱 신기하다고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폐의 가치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보았을 때는 어떠한가? 그저 종이가 찢어졌다가 다시 붙는 마술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기함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저마다 신기하다고 느끼는 요소가 다르고, 신기함의 수준도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신기함을 느낄 때, 어떤 요소로부터 가장 영향을 받을까? 나는 그것이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배가 고픈 관객에게, 허공에서 햄버거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보여준다면? 동전이 사라지거나 고른 카드를 찾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감정이 동요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와 관련이 없는 마술은 신기함을 느끼기 어렵다. 만약에 마술사가 300광년 떨어진 별 하나를 통째로 없앴다고 생각해보자. 분명 어마어마한 일이지만, 관객들은 신기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별이 사라졌을 때 가장 크게 동요할 사람은 그 별을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이전부터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었을 때, 가장 신기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왜 '공중 부양'에 열광할까? 인간은 오랫동안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인간의 두 발은 지면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지면은 2차원이고 하늘은 3차원이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자유로움을 보면서 인간은 새를 보며 그들과 같이 자유로워지기를 꿈꿨다. 사람들이 '공중 부양'을 신기해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자유로워지고 싶었기에, 중력의 속박을 벗어나는 '공중 부양'을 보고 감탄한 것이다.
다른 현상들도 마찬가지로 살펴보자. 물건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마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이 무언가를 소유하고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많아지고, 나쁜 것은 사라지기를 바라는 욕망이 마술을 더욱 신기하게 만든다.
예언 마술이 신기한 이유?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한 달 전에 비트코인에 대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주식투자에 대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로또 번호를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사람들의 가장 큰 불안 중 하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예언 마술은 그러한 불안, 그러한 욕망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지금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욕망하고 있을까?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빼앗았다. 이전과 달리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대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상으로 연결시켜주었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의 그들을 더없이 외롭게 만들어버렸다. 타인과의 비교에 지친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갔다.
이런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마술계에서 지금 가장 유행하는 마술이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이른바 '멘탈 마술'인 이유도 납득할 수 있다.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관계가 얼마나 편리해질까! 반대로 생각을 주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을 내 뜻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누구나 상대방의 본심을 알아내서 진심으로 관계를 쌓아올리고 싶어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거짓을 말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사람냄새가 부족한 이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욕망하는 것은 '사람'이다. 멘탈 마술의 유행 이면에는 진심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자리하고있다.
가장 신기한 마술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마술을 통해 그들이 욕망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가장 신기한 마술은 지금 그 사람이 욕망하는 것을 실현시켜주는 마술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욕망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신기한 마술은 사람을 다시 사람들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마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