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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Sep 21. 2015

Chapter2-3 '떠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동화창작의 4가지 법칙

'떠나는 이야기'를 처음 만드는 아빠의 창작사례


어린 아들이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야단이다.


"이야기 하나만~ 그것만 듣고 잘게요~"


아빠는 눈을 감고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레퍼토리를 떠올렸다.


'헨젤과 그레텔, 재크와 콩나무, 걸리버 여행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피노키오,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러고 보니 전부 주인공이 '떠나는 이야기'들이다.  

마침 얼마 전 '이야기는 떠나면서 시작된다...'는 창작법을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 매일 나도 같은 이야기하느라 지겨웠던 참인데,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아빠는 아들 얼굴을 스윽 한번 쳐다보고는, 주인공을 바로 정했다. 아들을 닮은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 다음은 뭐였더라? 그래, 떠나긴 떠나는 데... 일상에서 낯선 곳으로 떠난다고 했지?


아빠는 어젯밤 아들과 봤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단골 소재인 아프리카 사자에 대한 내용이었고, 마침 아들은 사자를 좋아했다. 소년이 사는 일상의 장소는 그렇게 아프리카 초원에 있는 어느 마을로 결정했다.


주인공과 일상의 장소가 결정되었으니, 소년의 일상에 대해 상상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사진이나 TV로만 봤을 뿐, 도통 소년이 어떻게 살았을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넘어가고, 이번엔 낯선 곳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실제 동화 속에선 어떤 세계들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봤다.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로 만든 집... 재크와 콩나무에선 하늘을 뚫고 자란 나무 위의 세계... 걸리버 여행기에선 소인국이나 거인국... 웡카의 공장에선 초콜릿 강이 흐르고... 피터팬은 네버랜드... 


곰곰이 곱씹어보니 하나같이 재밌고, 독창적이며, 확실히 낯선 세계였다.

아빠는 낯선 세계를 고민하다가, 그냥 사자가 사는 곳으로 정했다. 늙었지만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리하고 무시무시한 사자가 사는 곳이면 되겠지 싶었다... 소년이 사는 곳엔 사자가 없고, 낯선 곳엔 사자가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을듯했다. 어쨌든 두 세계는 명확히 갈리는 셈이니까...


주인공은 경계선을 넘어 낯선 곳으로 떠나간다. 이제 일상과 낯선 곳의 경계선을 정할 차례다.

이번에도 동화를 떠올려 봤다.  


앨리스에선 토끼굴에 떨어지고, 재크는 나무를 기어오르고, 도로시는 회오리바람에 날아간다.


아빠는 일상과 낯선 곳의 경계선 으로 삼기로 했다. 강 이쪽 편은 일상 세계, 저쪽 편은 낯선 세계...

강을 경계선으로 만들고 나니, 소년의 일상도 묘사할 수 있을  듯했다. 주변에 강이 있다면 소년은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지낼 듯하다.


그런데 소년은 어떻게 일상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가는 걸까? 그래, 우연히 경계를 넘어가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낚시를 하다가 물에 빠져 넘어가는 걸로 해볼까? 이렇게 해서 초반 이야기를 끌고 나갈만한 요소들이 갖춰진 듯했다. 주인공도 있고, 사자도 있고, 일상 세계와 낯선 세계, 그리고 경계선도 생겼다.


아빠는 '에헴... 하고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아기새를 바라보며

일단 이야기를 시작했다.


<포코코 이야기>

옛날 옛날에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 포코코라는... 우리 아들처럼 아주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이가 살았어. 포코코 마을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즐겁게 살고 있었단다.

포코코는 매일 아침마다 낚시를 하러 갔지. 물고기를 잡으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이좋게 나눠먹었어. 포코코는 사람들이 맛있게 물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어느 날 '건기'가 찾아왔어.(* 굳이 아이를 위해 쉬운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휘를 익히는 단계의 아이에겐 어렵고 쉬운 단어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고,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물어보면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기니까요..) 마을에서 키우는 옥수수도 바짝 말라붙어서 먹을 게 점점 없어졌어. 포코코는 더 열심히 물고기를 잡기로 마음 먹었어. 그때 포코코를 지켜보던 마을 족장님께서 말씀하셨어...

"얘 포코코야... 언제나 이렇게 맛있는 물고기를 나눠주니 정말 고맙구나.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뭔데요? 족장님?"

"응... 반드시 푸른강에서만 낚시를 해야 해. 우리 마을 맞은편에 있는 검은 강 너머엔 '팀바'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사자가 살고 있거든...  그 녀석은 나만큼 오래 살았지.. 오래 산만큼 아주 영리하단다. 얼마나 영리한가 하면, 사람의 말도 모조리 알아들을 수도 있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사자요?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젊은 사자가 곧 왕이 되지 않을까요?"

포코코가 족장할아버지에게 물었어... 족장님이 대답하셨지..

"맞아. 실제로 떠돌이 젊은 사자가 '팀바'를 공격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팀바'는 바로 싸우지 않았어. 대신 침착하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단다. 그리고 검은 강으로 젊은 사자를 유인했지. 발을 헛디딘 젊은 사자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검은 물에 빠졌어. 그 정도로 영리하단다..." 

포코코는 마을에서 가장 용감한 소년이었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어. 족장님이 말씀하셨어.

"그러니 절대 검은 강 쪽으로 가선 안된다... 혹시라도 길을 잃어 그곳에 가게 된다면, 숨어있지도 말고, 다른 어떤 소리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강에 뛰어들어 마을로 건너와야 해... 알았지?"

포코코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할아버지 말씀대로, 검은 강에는 절대 가지 말아야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다음날, 낚시를 하고 있을 때 였어... 거대한 물고기가 낚싯대에 걸린 거야. 열심히 씨름을 했지만, 물고기는 힘이 너무 셌어.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

'저 물고기를 잡아갈 수만 있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할 수 있겠지? 가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날 거야!'

그때 포코코의 작은 낚싯대가 부러지고 말았어. 거대한 물고기가 눈앞에서 사라지려 했어. 포코코는 물에 뛰어들어서 물고기 등에 올라탔어. 그런데 이걸 어쩐담? 깜짝 놀란 물고기는 검은 강 쪽으로 빠르게 헤엄치는 거야... 포코코는 물고기의 방향을 돌려보려 온 힘을 다해 물고기를 내리쳤지만 소용없었어. 잠시 후, 포코코가 정신을 차렸을 때,

'포코코는 어디 있었을까?' 그래... 맞아...

검은 강 너머 풀숲에 떠내려 와 있었던 거야....
사람의 말도 알아듣는 무섭고 영리한 늙은 사자,
바로... 팀바가 사는 곳에 말야

(계속)


더 멋진 '떠나는 이야기'를 위한 짧은 TIP - 3


위에 있는 아빠는 처음이지만 아주 능숙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지난 시간에 '떠나는 이야기'의 기본원리와 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는 이제 위에 보여드린 '떠나는 이야기'의 실제 창작법과 함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깊게 만들 수 있는 짧은 비밀 TIP을 알려드리기로 하자.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이 부분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된다.


다만 작가의 꿈을 갖고 있다거나, 영화나 소설 감상을 더 재밌게 하고 싶은 분들, 아울러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서 삶을 풍부히 만드는 것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재밌으리라 생각한다. (써놓고 보니 약을 파는 것(?) 같은 말투네요... ^^;)


1. 낯선 세계와의 대비를 위한 일상 세계 그리기 TIP


주인공을 일상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 보내기 위해서는, 위의 아빠처럼 일상과 낯선 세계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낯선 세계에서 본격적인 이야기와 사건이 벌어지리라는 을 알고 있다. 따라서 낯선 세계의 아이디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 하지만 낯선 세계가 빛나기 위해선 도리어 일상 세계의 정성스러운 묘사가 필요하다.


실제로 할리우드의 프로작가들도 일상과 비일상의 세계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을 소개하는 초반부에 그들의 익숙하고 지루한 하루(일상)를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래야 경계선 너머의 진짜 전혀 다른 세계... 비일상적 풍경을 더 충격적이고 압도적으로 '짠'하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지고 신기한 낯선 세계도, 일상과의 대비가 없다면 매력을 잃는다... 일상 세계를 낯선 세계만큼 정성스럽게 그려야 할 이유다. 


2. 낯선 세계의 기본 법칙 그리기 TIP


다음으로 일상과 대비된 낯선 세계는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 무조건 신기하고 낯설면 괜찮은 걸까? 대답은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비밀은 숨어있다.


낯선 세계도 또 하나의 세계다. 모든 곳엔 그 세계가 나름의 법칙이 있다. 해리포터의 마법학교에도 학생들이 준수해야 할 나름의 규칙과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규칙들은 이야기에 설득력을 주고, 낯선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얽히면서 더욱 이야기를 풍부하게 한다.


예컨대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같은 대서사시에 나오는 중간계 혹은 우주의 역사 같은 거대한 세계관일 수도 있고 (이 경우는 훨씬 더 많은 규칙과 역사가 필요하겠죠?),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견습마녀가 진짜 마녀가 되기 위해 13살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거나 , 뭍에 나와서는 목소리를 쓸 수 없다...라는 규칙을 얻은 인어공주일 수도 있다.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대학을 졸업하고(일상을 떠나) 갓 회사에 입사한(낯선 세계) 신입사원이 적응하는 과정을 떠올려도 좋다. 회사에는 고유의 직급이 존재하고, 처음 보는 복합기 사용법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만 가지 규칙들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은 필연적이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자신이 저지른 황당한 실수담과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것도, 회사라는 낯선 세계의 규칙에서 사건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할 점은, 낯선 세계는 자신만의 고유한 법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점이다.


3. 일상과 낯선 세계의 경계선 그리기 TIP


주인공은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일상과 낯선 세계로 넘어가는 경계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그 경계선을 자신의 의지로 넘어서기도 하고, 우연히 흘러 들기도 한다.


경계선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한 솔로를 만나는, 신기한 외계인이 가득한 술집일 수도 있고, 호그와트로 가는 킹 크로스 역의 9 3/4 승강장일수도 있다. 토토로가 낮잠을 자는 나무뿌리 틈이나 공장문이 열리면서 찰리가 본 초콜릿 폭포일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은, 경계를 넘는 과정과 경계선은 충분히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대충 넘겨버린다면, 독자나 청자가 가장  재밌어하는 부분을 놓치는 것일 수 있다.


아마도 롤러코스터 설계자들은 이 원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는 위치 에너지가 최대치에 달한 레일 꼭대기에 잠시 멈춰 선다. 뒤로는 일상이 있고, 앞에는 이제부터 펼쳐질 꼬불꼬불 꼬여있는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있다. 관객은 그 경계에서 숨을 멈추고 이제 시작될 흥미진진한 모험을 상상한다. 기대와 공포는 최대치에 달하고, 그 순간 롤러코스터는 90도로 미끄러지며 떨어진다. 만약 이 과정을 그저 휙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이야기가 지닌 재미의 절반은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상과 낯선 세계의 경계선은 반드시 흥미진진하고 정성스럽게 그려져야 한다...



# 1. '떠나는 이야기'의 심화학습 TIP 3가지


   (1) 일상을 낯선 세계와 대비가 될 수 있게 그리세요.
   (2) 낯선 세계의 독특한 규칙과 세계관을 만드세요.
   (3) 일상과 낯선 세계의 경계선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위하여


여기까지 우리는 이야기의 창작법칙 네 가지 중 첫 번째 '떠나는 이야기'에 대해 배웠다. 실제 창작과정의 예시와 함께, 전문적인 작법도 짧게 배워보았다.


혹 누군가는 여기까지 읽고 물을지 모른다. '주인공이 떠나지 않는 동화나 이야기도 많잖아요?'

당연하다. 하지만 떠나지 않는 이야기떠나는 이야기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앞엣 것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처럼 교훈이나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작가가 그런 주제를 선택했다면, 구태여 주인공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패턴도 재밌으니 그건 0123 법칙이 끝나고, 다루겠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이야기에는 기본 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그 법칙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법칙을 깨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그 법칙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이 세상에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구태여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빠 엄마표 이야기는 아이에게는...

이미 세상에 없는... 오직 자기만 아는 유일한 이야기니까....  


<다음 편에서는 동화창작 4가지 법칙 중, 그 두 번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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