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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Jun 01. 2022

<PT 한 장, 트라이앵글 스토리텔링>
2. 캐릭터

변화와 성장


[주인공의 변화]


모든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주인공의 체험을 따라 이야기를 봅니다. 결국 주인공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창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격이 없는 나이키 브랜드조차 마이클 조던이란 주인공을 내세움으로써 마케팅 신화를 이룩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캐릭터를 창조하기 전에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먼저 주인공의 종류입니다. 주인공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주인공과 변하지 않는 주인공입니다.


[변화하는 주인공]


고대 신화나 옛날이야기, 민담을 분석한 학자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변화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즉 처음과 끝의 주인공은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러시아의 형식주의자 토도로프는 이를 안정 - 불안정 - 안정의 흐름으로 정리했습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자 일상은 붕괴되고 주인공 역시 불안정한 상황에 내던져집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과 그의 일상 세계는 안정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첫 시작과 같은 안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견고하고 조화로운 안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주인공은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주인공의 예시]


여기 백설공주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삼각형 모습입니다. 백설공주는 화려한 궁전에서 왕과 왕비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주로 태어났습니다. 또한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일상 세계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인 왕비가 죽고 왕이 재혼하면서 아름답지만 악독한 계모가 들어옵니다. 이로 인해 백설공주의 상황은 불안정해집니다. 계모 왕비의 질투로 숲으로 쫓겨난 신세가 되고 게다가 끊임없는 암살의 시도가 이어지며 결국 죽음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모습은 정반대의 불안정한 삼각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정반대의 불안정한 변화는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변화의 끝]


안정과 불안정을 거쳐 도착한 이야기의 끝에서 주인공은 다시 안정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안정은 시작 때보다 훨씬 견고한 안정이어야 합니다. 인간의 성장과정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늑한 엄마 품을 떠나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쳐 다시 안정적인 엄마, 아빠가 됩니다. 안정 - 불안정 - 안정에 숨은 뜻은 바로 '성장'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주인공이 변화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가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씨앗 찾기]


그런데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외부의 사건일까요? 내면의 갈등일까요?


백설공주는 공주에서 숲에 버려진 거지에서 다시 왕비로 변화합니다. 애벌레 - 번데기 - 나비의 과정과 닮아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선 도로시에게 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캔자스 시티의 작은 소녀일 뿐이죠. 즉, 외적으로 보이는 변화라 할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내면의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내면이 성장해 있다면 외적인 변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변화 역시 외부 환경이 계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작가는 주인공 내면의 씨앗을 찾아내야 합니다. 백설공주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지만 내면 역시 아름답습니다. 난쟁이를 보살피는 친절하고 선한 마음이 강조되었기에 행복한 엔딩이 납득이 됩니다. 


이야기를 만들 때, 외적인 변화에만 몰입한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변화의 씨앗은 늘 주인공 내면에 갖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 때는 결말에 이르러 아름답게 발아할 수 있는 씨앗이 무엇인지 반드시 설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변화하지 않는 주인공]


변화하지 않는 캐릭터는 게임 진행을 돕는 NPC( Non Player Character)와 닮았습니다. 이야기는 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딱히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감동도 주지 않을 법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중에서도 그런 주인공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하이콘셉트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개성은 지니고 있되 영화 끝까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재난 영화, 액션 영화, 슈퍼 히어로 영화처럼 재밌는 사건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셜록 홈즈를 생각해봅시다. 명탐정 홈즈는 뛰어난 추리능력을 지니고 담배를 태우는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몰입할 뿐 별다른 내적 변화를 겪지 않습니다. 대신 사건이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변화하지 않는 주인공과 사건의 관계]


 변화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사건이 더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즉 안정 - 불안정 - 안정의 역할을 캐릭터가 아닌 사건이 수행해야 합니다. 완성된 캐릭터는 고정된 반면 사건이 역삼각형에서 정삼각형으로 변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인공과 사건의 관계는 부(-)의 함수를 갖는다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인물이 변화하면 사건의 변화가 늘어나고, 사건 변화의 폭이 크면 인물의 변화도가 적어집니다. 물론 제일 좋기는 이 둘의 관계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룰 때입니다.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가 과거와 달리 큰 감동을 주게 된 이유는, <어벤저스>처럼 히어로들의 내적 변화와 사건의 변화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ideation]


마케팅에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변화의 씨앗을 신경 쓰지 않고 깡그리 뒤엎어 버리는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브랜드 리뉴얼은 과거의 이미지를 모두 뒤엎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예전 브랜드가 갖고 있던 긍정적인 변화의 씨앗을 강조하는 형태로, 성장의 연속선 상에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필라 브랜드는 오랫동안 각인된 촌스러운(?) 로고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오랜 세월 쌓아온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기능성이란 내면의 씨앗을 발견, 이를 강조하며 뉴트로의 흐름에 올라탑니다. 주인공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이미지 쇄신 역시 새로운 누군가의 탄생이 아니고, 역경을 겪은 누군가의 성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략에 맞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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