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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Dec 13. 2015

2. 이솝우화로 동화 만들기

동화창작 DIY Chapter 3. 응용편

이솝우화와 이솝은 누구일까?


<토끼와 거북이>, <신포도와 여우>, <서울쥐 시골쥐>, <해와 바람> 등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이들은 모두 이솝우화라는 것도 아시겠지요?


이솝우화는 이솝이라는 사람이 쓴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지역에 살던 사람으로, 그리스식 이름은 '아이소포스'다. 이솝의 삶은 고대 그리스 학자들의 책에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노예로 살다가 자유인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반대로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려 살해되었단 설도 있다. 그의 출신과 관련해서는 이솝이란 특이한 이름과, '아이티오피아 사람을 하얗게 씻기기'라는 우화가 이솝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는 걸 전제로, 아프리카 흑인이란 추측도 있다. 물론 그가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솝우화는 기원전부터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잘 팔리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후속 상품들이 따라 하듯, 그가 죽은 이후에도 대개의 우화들은 이솝우화라는 명칭으로 발표되었다. 그 덕분인지 이솝우화에는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스의 익히 알려진 신들 뿐 아니라, 아프리카, 심지어 인도 지역의 다양한 동물들까지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당대에 인기 있는 콘텐츠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광범위하게 전래되며 이솝우화란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지만, 이솝우화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솝이 살았던 BC 6세기 경은 우리나라 최초 국가인 고조선 시대였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집집마다 아이들 서가엔 토끼와 거북이, 해와 바람과 나그네가 빠지지 않고 꽂혀있으니 말이다. 고조선 시대, 지구 반대편 그리스 사람들이 듣던 이야기를 지금 우리도 읽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짧은 이솝우화와 동화 만들기


우리는 이솝우화의 대부분을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 동화극으로 듣고 알게 된다. 하지만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솝우화 정본을 본다면 깜짝 놀랄지 모른다. 일단 우리가 아는 이야기...라고 하기엔 뭔가 엉성하고 불친절하다. 예를 들어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보자.


어떤 사람이 황금 알을 낳는 예쁜 암탉 한 마리를 갖고 있었다. 그는 암탉의 몸속에 금덩이가 들어 있는 줄 알고 암탉을 죽였다. 그러나 그 암탉은 여느 암탉과 똑같았다. 그는 단번에 부자가 되려다가 가지고 있던 작은 이익마저 잃고 말았다.

이솝우화 /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재밌는 동화를 상상했는데 실제론 몇 줄 되지 않는 줄거리에 가깝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책이 귀하던 시절에 입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면 상세한 상황설명은 생략되기 마련이다. 당장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는데 자만한 토끼가 잠을 자서 거북이가 이겼다는 이야기지 뭐...'라고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결국 서가에 꽂힌 멋진 전래동화나 잠자리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를 누군가가 풍성하게 다듬어 준 결과물임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프랑스 시인이자 우화작가로 유명한 라퐁텐도 이솝우화를 다듬은 작품을 많이 썼답니다.


요컨대 짧은 우화를 풍성한 이야기로 고치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더 생각할 것 없이 엄마 아빠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집에서 아이가 이야기에  목말라한다면, 매번 새로운 동화책을 사거나 빌려 읽는 대신, 이솝우화 정본을 한 권 구해놓고 이야기에 직접 살을 붙여 들려줘보자. 한 권에 무려 300개가 넘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개중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재밌는 우화도 많으니 얼마나 좋은가? 경제적으로도 좋습니다. ^^


무엇보다 이솝우화는 우화답게 풍자와 교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에게 교훈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우화를 빼내어 아빠나 엄마가 들려준다면 더 없이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 역시 <교육론>에서 이솝우화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교훈을 주는 최고의 책이라고 칭송한 바 있으니 말이다.


생활 속에서 이솝우화 들려주기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이 풀이 죽어있다. 엄마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사과를 깎아주며 넌지시 물었다. 어린 딸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치원에서 비행기 종이 접기를 했는데, 친구들은 비행기를 세 개나 만들었는데 나는 하나밖에 못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딸은 구겨진 비행기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이솝우화를 뒤적거리다가 아래와 같은 짧은 이야기를 발견했다.


암사자와 여우

새끼를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한다고 여우가 암사자를 헐뜯자 암사자가 말했다. "한 마리이지만 사자야."


엄마는 잠들기 전 이야기를 해달라며 다가온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여우가 살고 있었대. 여우는 매년 새끼를 세 마리나 낳았어. 덕분에 여우가 사는 굴은 언제나 북적북적했지. 여우는 새끼를 많이 낳는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졌어. 그때 여우굴 앞으로 엄마 사자가 아기사자 한 마리를 데리고 지나가고 있었어.

여우는 엄마 사자에게 다가가서 말했어.

"안녕하세요? 사자님..."

엄마 사자도 여우에게 인사했어.

"안녕하세요... 여우님..."

여우가 으쓱대며 말했어.

"제 새끼들을 보세요... 하나, 둘, 셋... 세 마리나 된답니다."

엄마 사자가 웃으며 대답했어.

"네... 아주 멋진 여우들이네요..."

여우는 아기사자를 보면서 말했어.

"저는 매년 새끼를 세 마리씩 낳지요. 작년에도 세 마리, 올해도 세 마리, 내년에도 세 마리를 낳을 거예요.... 하지만 사자님은 겨우 한 마리씩만 낳다니... 참 안됐어요."

여우는 엄마 사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뽐내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그때 풀숲에서 사나운 멧돼지가 나타났어.
달콤한 고구마를 찾는 멧돼지가 여우굴을 무너뜨릴까 걱정된 여우들은 모두 달려들어  으르렁거렸어. 하지만 멧돼지는 작은 여우들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땅을 파헤쳤어.

엄마 사자는 아기사자에게 여우들을 도와주라고 말했지.
아기사자는 멧돼지에게 가서 입을 하품하듯 크게 벌리며 '우왕'소리를 냈어.
멧돼지는 사자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꽁무니를 내뺐지.

머쓱해진 여우에게 엄마 사자가 다가가서 말했어.

"여우님 말씀대로, 저는 매년 한 마리씩 밖에 새끼를 낳지 못한답니다. "

"하지만 저는 모든 동물들의 왕인... 사자를 낳지요."

여우는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란 걸 깨달았어.
그리고 함부로 남을 우습게 봐서도 안된다는 걸 알게 됐단다....

엄마는 이야기를 마치고, 딸에게 말했다.

"여우와 사자 이야기처럼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고, 또 적다고 나쁜 것도 아니란다.  종이비행기도 마찬가지야. 엄마는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정성스럽게 만든 우리 딸의 비행기가 더 좋단다...."


엄마는 딸을 꼭 안아줬다. 그리고 다음날 딸과 함께 비행기에 예쁘게 색칠을 했다. 공원에 나가 함께 비행기를 날렸다. 정성스럽게 색칠된 비행기는 멋지게 하늘을 오랫동안  날아다녔다. 딸아이의 환한 웃음도 비행기와 함께 하늘을 날았음은 물론이다.




이솝우화는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가장  좋은 책으로, 어른이 돼서도 유용한 교훈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솝우화의 교훈을 일생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면, 각박한 삶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뉘우칠 일은 없을 것이다...

<교육론> 中, by 존 로크
<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 Locke,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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