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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Feb 27. 2024

철학을 쉽게 공부하는 법

철학은 생각을 밝히는 학문입니다. 생각은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일까요? 여기에 철학을 이해하는 단서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외딴 방에서 기억이 사라진 채로 주인공이 깨어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있습니다. 주인공은 일단 자신의 몸과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지?'
'누가 이곳을 만들었지?'
'이 방을 벗어나면 뭐가 있을까?'


낯선 장소에서 기억이 사라진 채로 깨어난다면 누구나 할법한 생각들입니다. 놀랍게도 철학에서 다루는 주요 문제들은 바로 이 질문들입니다. 존재론, 인식론, 형이상학 등이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생각들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방 안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보입니다. 또 다른 생각이 생겨납니다. 


'저 사람은 누굴까?'
'도와줘야 할까?'
'왜 도우려는 마음이 생길까?'
'저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이 있을까?'

상대방이 생기자 더 많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와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등등 가치와 관계, 소통과 관련된 생각들입니다. 가치론, 윤리론, 사회철학 등이 여기서 갈라져 나옵니다. 


철학이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철학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더 나아가 이 세상은 무엇인지 묻고,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서 삶을 살아야 할지 답을 찾고자 할 뿐입니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나 닥치는 대로 말해선 진리라 할 수 없습니다. 정답을 찾으려면 이성을 활용해야 하며 남을 설득할 있을 만큼 논리적이어야만 합니다. 철학에서 수학과 논리학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입니다. 후에 이 생각법은 더욱 발전하여 과학이 됩니다. 결국 철학은 만학의 왕, 즉 모든 학문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철학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낯선 방에 기억이 사라진 채로 떨어졌다고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위에 나온 질문과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런 입장에서 철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 세상은 진짜를 본 따서 만든 가짜이고 리얼월드(이데아)는 따로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황당합니다. 맑은 공기, 엄마의 목소리, 지우개의 질감, 맛있는 주스는 모두 실제로 느껴지는 데 그게 가짜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죠. 게다가 과학시간에 이 세상은 빅뱅으로 생겨났고 유기체가 진화해서 인간이 됐다는 걸 배웠으니 거부감이 들죠. 


그런데 놀랍게도 빅뱅 우주론은 진리가 아닙니다. 여러 과학 이론 중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일 뿐입니다. 진화론이나 심지어 수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놀랍게도 현대 물리학은 이 세계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이론들을 조심스레 쏟아내고 있습니다. 플라톤이 맞았던 걸까요?


오랜 기간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정답을 찾아왔지만, 칸트의 생각대로 인간은 진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진리의 탑을 쌓아 올릴만한 단단한 땅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캠브리지대 석좌교수이자 과학철학자인 장하석 교수 역시 공부를 하던 중 이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졌다고 합니다. 단단한 진리의 땅에 쌓아 올린 완전무결한 과학을 꿈꿔왔었는데 실제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배 위에서 구멍 난 판자를 허겁지겁 때우는 '노이라트의 배'가 학문의 현재란 걸 알아버린 것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죽음 뒤엔 무엇이 있는지, 의식이 무엇이고 시간이 무엇인지, 빅뱅 이전엔 뭐가 있었는지... 결정적 진리는 늘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대상은 철학의 탄생 시점과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실의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은 그 자체로 재밌고, 철학자라 불리는 생각 천재들이 내놓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는, 증명이 안 됐을 뿐 분명 답이 있을 테니까요. 


철학을 쉽게 공부하는 법.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철학이 쉬워집니다. 낯선 방에 기억이 사라진 채로 깨어나는 사람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 선생님도 철학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거겠죠.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이다. 



백지 위에서 맘껏 상상하는 철학공부. 지금 바로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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