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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Mar 02. 2024

듄 2(Dune)로 배우는 육아

Dune PART 2

주인공 폴의 어머니인 제시카는 특이한 엄마다. 잠깐 엄마의 과거를 알아보자. 제시카는 베네게세리트라는 여성들로만 이뤄진 영적 그룹의 멤버다. 이들은 우주 평화를 이끌 여성 메시아를 탄생시키기 위해 여러 혈통을 교배하여 딸을 낳는다.


그런데 공작이었던 남편을 너무 사랑한 제시카는 규칙을 어기고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다. 그게 폴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전통과 규율을 깰 정도의 당찬 여성인 셈이다.  


규율을 깨고 아들을 낳아줄 만큼 매력적인 남편, 레토 공작


[교육하고 격려하는 어머니]


깨어있는 여성이자 엄마인 제시카는 폴에게 직접 교육을 시킨다. 뭉그적거리는 아들에게 아침 식사 때부터 '목소리'로 자신을 움직여 물을 줄 수 있도록 하라며 훈련을 시킨다. 아들은 엄마 말이니 잠이 덜 깬 상태로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보통이라면 답답한 마음에 그것도 못하니? 라며 쏘아붙일 듯하다. 그럼에도 엄마는 '거의 될 뻔했어.'라며 아들을 격려한다. 삶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시간을 들여 엄격히 교육하고, 아들의 실수에는 관대한 훌륭한 어머니다. 그런데 엄마의 엄격한 조기교육에는 이유가 있다.   


아침이지만 목소리를 써서 이 물 잔을 달라고 해봐. 얼른.


[시험날 기도하는 어머니]


베네게세리트의 대모는 아들을 낳은 제시카를 못마땅해했고, 폴을 테스트해서 싹수가 보이지 않으면 제거하려고 한다.


가정 교육의 목표는 진짜로 '다 너 잘되라고.'였던 셈이다. 폴이 테스트받는 동안, 엄마는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되뇐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그 기도문은 테스트를 받는 아들에게 전달되며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수능날 백팔배를 올리는 우리네 어머님과 다르지 않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학교에 가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기도를 올렸던가.


시험치고는 너무 무서운 시험. 수능보단 덜 무섭겠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은 반복주입 시키는 어머니]


자신의 가문을 야습한 하코넨 병사들에 붙잡혀 사막에 버려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폴은 어머니께 배운 '목소리' 기술로 병사를 제압하려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패하고 엄마의 기지로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두 사람.


위험이 사라지자 잔소리가 시작된다. '네 목소리는 너무 강압적이야.' 위기의 상황에서도 배워야 할 것을 확실히 반복주입 시키는 어머니다. 그 덕분인지 폴은 그 이후로 목소리 사용이 훨씬 좋아졌다.


아이를 키우며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 집의 경우엔 '절대 오토바이를 타지 마라'도 그중에 하나였다. 지금껏 잘 지키며 살았고 좋은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  


자, 다시 따라 해봐. 뭘 하면 안 된다고?


[잔소리하는 어머니]


개인적으로 빵 터진 장면은 <듄 2>에 등장한다. 하코넨 병사들이 폴과 어머니를 잡으려는 찰나, 폴은 어머니를 보호하려 뛰쳐나가 적과 전투를 벌인다. 한 명을 처치했나 싶었는데 아뿔싸, 다른 병사가 그의 등 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빠져나온다.


그 뒤 이어지는 잔소리! '내가 적에겐 등을 보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니! 매번 말해도 매번 까먹는구나!' 화가 난 어머니는 훽 짐을 챙겨 걸음을 옮기고 풀이 죽은 폴은 어깨가 축 쳐진 채 엄마의 뒤를 따른다.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도 잔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무안하니 잔소리가 다 네가 걱정돼서라고 둘러댄다. 그 말은 절반은 사실이다. 자식 입장에선 듣기 싫은 게 잔소리지만 어느 순간 그 소리를 그리워하는 날이 온다.  


아들아, 뒤를 조심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니! 아휴 참. 너는 왜 그러니 대체.

[하지만 아들을 기다려주는 어머니]


어머니는 자식이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그것은 남쪽으로 가서 깨달음을 얻고 세력을 규합하는 일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남쪽으로 함께 가자고 말한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확신할 수 없고 메시아의 운명이 두려운 아들은 거절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며 더 이상 강권하지 않는다. 혼란을 이해하는 듯 차분히 남쪽에 가서 아들이 해야 할 일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왜 뻔히 보이는 정답, 그 길을 따르지 않는지 답답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도 생각할 시간, 깨달을 시간,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부모는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릴 줄 안다.


너를 위해서 엄마가 생판 다른 부족의 대모까지 됐는데 말을 안 듣니?


[그럼에도 자식이 자랑스러운 어머니]


듄 2의 종반부에 이르러 결국 폴은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각성하여 전투에서 이긴다. 친정이나 다름없는 베네게세리트 대모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멋지게 증명한 셈이다. 뿌듯한 엄마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대모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러니 편을 잘 골랐어야죠.'


출세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똑같다. 자랑하고 싶다. 특히 자녀에게 부정적이었던 지인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심각하기 그지없는 장면에 튀어나온 엄마의 자랑은 그렇기에 귀여우면서도 현실감이 있다.


우주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아들. 훗!


듄은 이제 3부가 나온다고 한다. 여러모로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론 폴의 엄마가 어떤 모습을 또 보여줄지가 제일 궁금하다. 혈통을 섞어 메시아를 만드는 데만 정신이 팔린 베네게세리트, 권력에 몰두해 인간성을 상실한 황제와 하코넨 가문과 대비돼 엄마의 따뜻함, 친근함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SF 엄마의 사랑 육아 장르라니 드뇌 빌뇌브 감독님은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고 계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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