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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05. 2016

BRUNCH와 나, 그리고 책 쓰기

'현명한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먹고자란다'

책이 나왔습니다. 매대에 진열된 새 책을 보는 느낌은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쑥스럽기도 하네요.

아무쪼록 많은 엄마 아빠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행복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하나의 완결된 콘텐츠로 세상에 나온 책을 바라보다 보니, 글을 쓰거나 출간을 하려는 분들께 도움이 될법한 후기를 남기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특히 책에도 이미 썼지만, 집필에 상당한 도움을 준 brunch를 활용하는 방법을 나누고

또 전에 잠깐 말씀드렸던 작은 이벤트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출간 기획


방송사에서 문화사업부터 프로듀서 업무까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 제작해 왔음에도...

또 전문학위 과정 동안 많은 책들을 읽어왔음에도...

'책'이란 매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은 솔직히 낯설었다.


TV, 영화나 뮤지컬, 라디오 등은 비슷한 듯하면서 전혀 다른 매체적 특성을 지닌다.

예컨대 전달하고자 하는 게 '밀가루'로 동일하더라도, 어떤 그릇에는 빵의 형태로 담아야 하고, 어떤 그릇에는 수프처럼 묽게, 또 어떨 때에는 아예 밀밭을 보여주는 방식이 최선이 될 때도 있다.


유사한 영상매체인 영화와 TV의 콘텐츠를 풀어가는 문법이 아예 다르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사라져 간 수많은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시리라...하물며 영상도, 소리도, 이미지도 아닌 활자로 된 '책'이라니...


콘텐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이다.


방송사에 근무해서 좋은 점은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과정에서 선배나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과의 작업, 기획회의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또 스크리닝 과정을 거치며 훌륭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책'이란 매체에 접근할 때에도 같은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즉, 책은 좋은 기획자를 만나야 하고  또 그의 말을 신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고난에 찬 기획 과정


내가 지금의 출판사 대표님(이하 존칭 생략)을 우연히 만난 건, 재작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글감으로 책을 쓰고자 합니다..."


나는 신참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홍보하듯이(업계에서는 이를 아이디어 피칭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대표에게 이것저것 말했다.

그는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내 말이 끝나자 말했다.


"네... 좋을 것 같습니다... "


보통 이런  템포로 말이 나오는 경우는 'NO!'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뒷말을 기다렸다.


"이야기 구조나 스토리텔링에 과거부터 쌓여온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식으로 풀어내면...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대표는 예의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독자가 왜 스토리텔링을 알아야 하는 거죠?"


이쯤 되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 입장에선 머쓱해지기 마련이다.

이미 스토리텔링이 품고 있는 삶에 대한 은유가 우리 일상에 도움이 되리란 걸 한참 설명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음... 뭔가 설명이 잘 안됐던 부분이 있었나?'


하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프로페셔널하며 신뢰할만한 안목을 지닌 기획자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전문기획자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책의 기획안을 몇 번인가 고쳐 보내고, 몇 번의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마치 오래된 화두처럼 '왜 스토리텔링을 알아야 하는가',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왜 이 책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아내긴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무가 아닌 질서로 창조되는 세계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흔히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더 정확히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신이 세상을 창조를 하는 과정을 보라.


신은 바로, "시간이 있으라!" 말하지 않는다.

태양이 있으라 하고, 별과 달을 태양의 반대편에 있도록 하여 낮과 밤이란 시간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생명력은 자연스럽고도 인과적으로 그 질서의 공간에 자리한다.


초보 창조자인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시간'을 그저 '있으라!' 명령한다는 데 있다.


시간은 생겨날 수 있지만, 그 시간은 하루의 길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생명이 살아갈 질서 있는 운행의 세계를 담보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책이든 콘텐츠든, 원하는 글감이나 생각을 집어넣으면 그만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 안에는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을 나름의 질서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쓰려는 글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어낼지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현명한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는 이야기와 호흡하며 자라나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길 원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부디 책 속 세계가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브런치와 나, 그리고 글쓰기


글감에 적합한 독자와 접근방식이 만들어졌음에도 불안함은 있었다.

내가 쓰는 글들이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가...

만약 엉뚱한 길에 들어섰을 때, 누가 경적을 울려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훌륭한 기획자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집필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영역은 온전히 저자의 몫이 된다.


그때 브런치가 눈에 띄었다.


브런치는... 후에 책을 쓰거나 글을 쓰려는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을 했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다.


일단 브런치의 심플하지만 가독성 높은 소프트웨어 툴은 파워블로거처럼 멋을 부릴지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멋지게 글을 쓸 수 있고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카카오 측의 플랫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획력이다.


최근엔 정보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고, 지나치게 정보가 많아서 문제다.

정보가 많아지면 옥석을 가리기가 어려워진다.

현재의 블로그 생태계는 몇몇 인기 블로거들이 아니면 노출도 힘들고, 내게 필요한 밀도 있는 글이나 정보를 찾기 힘들다.


카카오 측은 '좀 치사하지만(?)' 작가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쓰고자 하는 열정과 좋은 기획으로 선별된 저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냄으로써

저자나 독자 모두에게 신뢰감을 주었고, 결국 플랫폼 띄우기에 성공했다.


게다가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와 출판사를 이어주면서 플랫폼의 핵심 기능인 양면 거래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훌륭히 해냈다.


저자 - 출판사 - 독자


출판사는 좋은 저자를 발굴하고 싶어 한다.

독자는 유익한 정보가  선별된 콘텐츠를 원한다.

그리고 저자는 훌륭한 독자를 필요로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좋은 구독자들을 만난 건 큰 도움이 됐다.


댓글을 통해 격려를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브런치에 쓴 글들이 포털 다음, 카카오 채널, 브런치 앱 등을 통해 다양하게 노출되면서

어떤 글들의 조회수가 더 높고 반응이 좋은지를 보며 항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 계약 외에, 타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점이다.

저자 입장에서  출판사 찾는 데에 실패한다면 1인 출판 외에는 현실적인 길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글을 올리다 보면 자신과 맞는 출판사를 찾을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아울러 본인이 출판사를 직접 찾아갈 때에도, 잘 정돈된 형태와 노출빈도, 구독자 수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기획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 역시 좋은 일이다.


브런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


1. 반드시 정기적으로 글을 써라


브런치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카카오 계열의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글을 적극 홍보해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카카오톡의 채널 서비스, 다음 홈페이지, 브런치 앱, 기타 매거진 등이 그것이다. 자신이 힘들게 쓴 글이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고 읽히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자주 메인 페이지에 걸리고 홍보가 될 수 있을까?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좋은 글 중에서도 브런치 편집진 눈에 띄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3일에 한편도 좋고 일주일에 한편도 좋다. 내 경우엔 주로 1주 단위로 글을 썼다. 매달 매주 발행되는 잡지가 친숙하게 느껴지듯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글들은 구독자뿐 아니라 편집진 눈에도 더 쉽게 들어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글을 쓰는 흐름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글감에 대해 구상하고, 목, 금에는 필요한 자료조사를 하고, 토요일에 초고를 만든 다음 일요일에 탈고를 해서 업데이트한다... 와 같은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부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면 귀찮아서 미루거나 글쓰기의 열정과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와 편집자가 있다!라고 생각하면 속도감과 리듬감을 유지할 수 있다.


2. 세상에 별로 없는 글감과 관점을 찾아라.


모든 콘텐츠가 그렇지만 기획에서도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모두가 아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나 글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다.


독창성은 여러 가지에서 드러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해당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현명한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의 경우를 들어 이야기해보자.


대개의 스토리텔링 이론서나 창작법 관련 서적의 경우, 대상 독자들이 전문적인 독자로 한정되어 있었다.


시나리오 작가, 대학생, 작가 지망생 등등


마찬가지로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책의 경우에는 '이런 때에는 이렇게 해라!'와 같은 육아 관련 지침서들이 대부분이다.


매일 이야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이에게 동화를 만들어주고 싶어도 전문 창작 이론서나 인문서들은 낯설고 불친절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육아환경과 그에 따른 고민들은 그 책들이 다루는 주제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있다.


육아서의 경우에도 바람직한 지침을 확인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으나 실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성찰과 이해가 없다면 좋은 조언도 의무와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불필요한 자책감에 시달리며 육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어의 탄생이래 수천 년간 수다를 떨어온 인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조금씩 삶의 의미를 보태며 만들어낸 문화의 정수로서의 스토리텔링

만약 우리가 그 의미를 나눠가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는 물론 부모의 삶도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카피는 '엄마 아빠가 무럭무럭 자라야 아이도 자랍니다'이다.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부모를 위한, 이야기가 필요한 아이를 위한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3.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라


내 글에 피드백을 주는 독자를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소중히 한다는 의미가 꼭 댓글을 달거나 감사메일을 보내야 한다... 란 의미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당연히 좋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구독자의 반응 혹은 조언에 감사하며 내용 및 기획을 몇 번이고 다듬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브런치는 댓글은 물론, 라이 킷(좋아요)으로 구독자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작가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통계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해당 독자가 어떤 검색어를 통해 어떤 플랫폼에서 진입했는지를 알 수 있고, 전체 글 중 어떤 제목과 주제의 글의 구독 수가 높았는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독자의 반응에 따라 해당 부분을 확대하거나 조회수가 떨어지는 글이라면 문제를 찾아 퇴고를 할 수 있다. 언제나 가장 좋은 스승은 독자란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작가의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책이 나온다면 브런치 편집진에게 알려라


브런치를 통해 글을 썼던 작가의 책이 출판되면 브런치 측에서는 카카오톡 책 선물하기 입점을 통해 본 글의 하단에 나온 것처럼 링크페이지를 만들어준다.


또 브런치가 전개하는 다양한 콜라보 행사나 이벤트에 연결시켜 줄 수 있으니 꼭 브런치 편집진에게 본인의 책 소식을 전달하시길... 만약 운이 좋다면(?) 카카오 계열 플랫폼 메인 페이지에 홍보를 해주실지도?


그리고 남은 이야기


책에도 썼지만 실제로 책 쓰기에 있어 브런치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주말에도 브런치 메인 페이지가 쉼 없이 갱신되거나 최신 글 중 좋은 글들이 바로바로 추려져 daum 등에 반영되는 걸로 봐서, 편집진들이 주말도 없이 일하시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 아닌 우려를... 건강 챙기시고, 높으신 분들께선 너무 무리해서 일 시키지 말아주세요....


지난 글에서 작은 이벤트 이야기를 했었는데, 무료 강연이 있습니다. 브런치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이 마련해주신 자리인데, 가급적 무료로 했으면 좋겠다... 맞벌이 부부도 오시게 주말에 했으면 좋겠다... 좀 여유 있게 방학시즌에 했으면 좋겠다... 등등의 (스타 강사들이나 하는) 요구를 너그러이 수용해 주셨습니다. 혹 주말 백화점 나들이 계획 있으시면 한 시간 정도 강연이니 사전 신청 후 들러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엄마 아빠의 동화 DIY란 제목으로 연재됐던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구독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이야기가 있을 법한 곳이라면 언제든 앨리스처럼 뛰어드세요~


도서구매 링크 :  

http://goo.gl/ixcYJ6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문화센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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