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방법들
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 받는 법 강의 시간입니다. 첫번째 글부터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되겠죠?
브런치에 쓰는 글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둘째는 출간을 위해서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한 편의 독립적인 이야기여도 무방합니다. 일기를 쓰듯이 그날 있었던 인상적인 일이나 문득 떠올라 기록해두고 싶은 글을 쓰면 되죠. 하지만 출간을 고려한다면 기획이 들어간 구성이 필요합니다.
출간은 책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책으로 만들만한 분량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단행본 사이즈로 책을 낼 경우, 원고지 700매, A4로 90-100장 정도가 필요합니다. 작은 단행본 사이즈로 낸다고 해도 원고지 600매, A4 80장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에 그 정도 분량을 연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출판사 역시 완성된 원고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행본이 될 사이즈의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내 이야기의 사이즈를 작가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원작은 재밌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을 때 이해가 안 가거나 재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듄> 같은 SF원작은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이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게 되면 이야기 사이즈가 지나치게 축약돼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드뇌 빌뇌브 감독은 전작들의 문제를 알고 있었기에 이를 연작 시리즈 영화로 제작한 것이죠. 마찬가지로 단편 소품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이야기를 10부 이상의 드라마로 만들게 되면 지루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해외 생활에서 발생한 좌충우돌 경험담을 에세이로 쓰는 경우, 에피소드가 10개 정도라면 나머지 20개의 에피소드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해야 합니다. 이야기는 주스에 물을 탄 것처럼 밍밍해지고 말겠죠. 출판사 편집자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이야기의 확장 가능성을 따져보고 제안을 하게 됩니다. 10개의 독립된 이야기만으로는 책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사이즈를 키울 수 있을까요?
목차는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독자가 방문할 카페의 인테리어 역할을 합니다. 일단 목차를 만들 때는, 레트로나 재즈바 인테리어처럼 콘셉트와 구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경험담 에세이라면 다음과 같은 콘셉트로 기획과 구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o 시간 : 1부 유럽에 온 이유 2부 좌충우돌 유럽 생존기 3부 두 번째 고향이 된 유럽
o 정보 : 1부 이민 절차와 과정 2부 빠른 정착을 위한 생존 꿀팁 3부 영주권과 시민권 따기
o 감정 : 1부 두려움 속의 결정 2부 정착 과정 당시 후회와 고난 3부 안정과 만족, 새로운 기대
이러한 목차가 있으면 편집자는 '이런 이야기로 진행되겠구나, 이런 정보를 줄 수 있겠구나, 독자가 이런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겠다'라며 기대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원고가 완성되지 않았어도, '이 정도 필력에, 이런 이야기 구성이라면 책을 만들 수 있겠다'란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원고가 완결된 상태가 아니어도 이야기의 사이즈와 예상되는 내용이 목차에서 제시되기에 빠른 제안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브런치에 다소 어수선하게 글을 올리고 있었다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만들 때는 목차를 신경 써서 재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사이즈가 잘 드러나게 목차를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의 간판이 작고 허술하다면 고객 눈에 띄기 어렵습니다. '간판 없는 카페'로 유명해진 곳도 있지만, 그런 곳도 간판을 달지 않은 콘셉트로 기획했을 뿐 SNS 등 다른 형태의 마케팅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눈에 띄는 간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작가들은 고집이 셉니다. 줏대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눈길을 끄는 제목 짓는 것을 쑥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유튜브에서는 '인천공항 케데헌으로 난리난 상황', '호주 유학생의 충격적인 한 달 생활비 ㄷㄷㄷ'같은 콘텐츠를 꾹 누르게 됩니다.
물론 글의 제목을 유튜브나 SNS 낚시성 제목처럼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내 글에 호기심을 갖도록 고민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도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을 살 때는 인테리어를 둘러보듯이 목차를 주욱 읽어봅니다. 내가 궁금한 것들이 대 여섯 개 목차 소제목에 있을 때 구매버튼을 누르게 되죠.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해외 생활 에세이의 목차가 다음과 같다면 어떨까요
1. 인천공항에서 유럽공항까지
2. 낯선 도시에서 짐 풀기
3. 첫째 날이 밝았다...
대략 어떤 흐름인지는 알겠지만, 호기심과 궁금함이 일지는 않습니다.
1. 인천 공항과 유럽 공항의 결정적인 차이 (정보)
2. 짐을 풀자마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스토리)
3. 첫째 날부터 향수병이 도진 한국인 (감정)...
만약 목차를 위와 같이 쓴다면 처음의 무미건조한 제목보다는 호기심과 궁금함이 일어납니다.
좋은 작가분들 중에는 '커피 맛만 좋으면 되지, 인테리어 같은 꾸미기는 영 체질이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글로벌 작가도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를 책과 글의 제목으로 삼는 걸 OK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커피 맛에 자신 있다면, 분위기와 간판도 그 맛을 드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와 분위기를 함께 즐기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은 출간 제안이 있을 것 같은 여러 가지 징조(?)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서 궁금할법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써보겠습니다.
새 책인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나무의철학)이 나왔습니다.
철학을 배우면서 말하기 글쓰기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학문의 방법론부터 창조적인 사고법, 아이디어 만들기,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법과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3901560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던 책인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이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연재하는 동안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시고 회사에서 공유하고 싶다고 요청하셨던 인문학 수필을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입사를 앞두고 떨리는 분에게는 취업 준비의 마음가짐과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인지 알려드립니다.
출퇴근의 권태로움에 휩싸인 분들께는 잘 노는 법을,
일이 고통스러운 분들에겐 먹을수록 좋은 천연 진통제 복용법을 들려드립니다.
문학, 철학, 영화 등을 아우르는 '인생 천재'들의 세상살이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가득 담은 이 책은, 오늘 하루를 꿋꿋이 살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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