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쓰기
프롤로그만큼 책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목차입니다. 프로 독서가들은 대개 서문과 목차를 보면서 이 책이 제대로 구성이 된 책인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구매합니다. 목차는 여행 지도와 같습니다. 여러 글을 묶어놓은 챕터(장)는 하나의 경유지가 되고, 그 경유지에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거쳐 목적지에 도착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여행지도에 해당하는 목차가 다음과 같다면 어떨까요?
<재미있는 서울-부산 여행>
1장 [서울] 막창, 경복궁
2장 [김천] 김밥축제, 성심당
3장 [대전] 유성온천, 계룡산
4장 [천안] 호두과자, 독립기념관
5장 [부산] 해운대, 돼지국밥
이 목차의 첫 번째 문제점은 목차의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부산에 도달하려면 '서울-천안-대전-김천-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논리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고속도로든 기차든 대구까지 갔다가 다시 천안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여행자인 독자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경로인 데다가 비논리적 순서 탓에 작가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 책의 작가는 여행을 해본 건 맞나?
쓰고자 하는 책이 철학책이나 실용서처럼 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면 목차는 반드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순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
1장 [소크라테스] 2장 [탈레스] 3장 [밀레토스학파] 4장 [헤라클레이토스] 5장 [파르메니데스]...
위 책의 목차는 1장을 빼고 2장 탈레스부터는 사상사적 발전 순서에 따라 목차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철학자와 사상이 등장한 시대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구나!'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여기서 1장 소크라테스의 경우 시대 순서상 어긋나지만, '이해가 쉽도록 철학적 생각법을 먼저 배운 뒤, 사상 발전순서에 따라 구성했다.'라고 프롤로그에 언급하면 논리적+시대순 구성임이 오히려 잘 드러나게 됩니다.
위 여행지도의 두 번째 문제점은 경유지에 속한 즐길 거리가 잘못 매칭된 점입니다. 서울 막창과 김천 성심당 등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실수는 이미 초안이 있는 글을 목차로 재구성할 때 종종 나타나는 실수입니다. 예를 들어 <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쓰려고 다음과 같이 챕터를 구성했다면,
1장 : 브런치와 글쓰기 1) 브런치 등록하기 2) 브런치의 특장점 3) 출간제안서 작성법...
2장 : 출간 준비...
3장 : 원고 작성...
1장의 내용은 브런치 관련 내용이 주가 되고 있기에 '3) 출간제안서 작성법'은 2장 출간 준비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챕터가 일목요연하게 구분된 경우가 아닌 경우, 즉 중구난방으로 글이 여러 편 완성돼 있다거나 장르적 특성상 챕터 나누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다양한 주제의 카테고리로 변용을 시도해서 글을 묶을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서울 - 부산 여행>이란 여행지도의 경우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창, 성심당 빵, 호두과자, 김밥, 돼지국밥처럼 먹거리와 경복궁, 계룡산 등과 같이 명승지 등으로 카테고리화가 가능합니다. 즉 목차를 구성할 때 논리, 지역, 시간 순서뿐 아니라 글의 속성에 따라 카테고리화하여 챕터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죠.
<일터에 관한 낯선 시선>의 경우, 일터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입사부터 회사생활 더 나은 직업인이 되는 논리적 순서로 챕터를 구성했습니다. 1장 시작하기 - 2장 즐기기 - 3장 나아가기로 일목요연하게 글을 묶으면 독자 입장에서도 책의 끝까지 인과적이고 시간적 흐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에서는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혹은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고, 즐기기는 이미 일을 시작한 사람이 회사에서 덜 고통스럽고 보람되게 일하는 방법론을 다룹니다. 3장에서는 단순히 회사를 돈을 버는 장소로 바라보는 것을 너머 개인적 성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관점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목차는 독자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면 효용, 즉 무엇을 선물로 받을 수 있겠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좋습니다.
[서울], [대전]처럼 챕터에도 제목이 있지만, 경복궁, 성심당처럼 개별 글에도 제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요 키워드만 써넣는다면 목차를 보는 독자 입장에서 호기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서울에 경복궁이 있지, 대전엔 성심당이 있고, 그런데 뭐?'란 느낌이 들기 마련이죠.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챕터 제목, 글의 제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글 제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2장 [즐기기] '회사와 놀이'
2장 [즐기기] '회사만큼 재밌는 곳은 없다?'
'회사와 놀이'라는 학술서에 나올 법한 제목보다는 '회사만큼 재밌는 곳은 없다?'라는 제목이 좋아 보입니다. '회사가 재밌을 수 있나?', '회사원의 놀이 방법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독자 마음에 자리하기 때문이죠. 공급자인 작가 입장에서 전달하려는 정보가 아니라, 수용자인 독자 입장에서 흥미를 일으킬 관점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제목과 글의 톤 앤 매너가 조화로워야 합니다. '회사만큼 재밌는 곳은 없다?'라고 제목을 달아놓고 무미건조한 학술논문 같은 글이 등장하면 독자는 실망하게 됩니다. 리본이 달린 포장지에는 화려한 액세서리가 담겨 있어야 하고, 익살맞은 캐릭터로 꾸며진 상자 안에는 장난감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글의 제목을 정할 때는 책의 제목, 챕터의 소제목과 어울리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작성하면 좋습니다.
목차 쓰기는 책 정보를 나열하는 목록 이전에 독자가 책 속을 어떻게 여행할지를 안내하는 관광지도입니다. 글을 쓰기 전, 혹은 최종 출간을 앞두고 지도를 멋지게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2071322&start=pcsearch_recen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8074970&start=pcsearch_rec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