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받는 법 (12)

완독하기 좋은 쉬운 책을 쓰는 법

by 뮤즈노트

쉬운 책 쓰기


출판사에서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판매해야 하기에 쉽게 읽히는 글을 작가에게 요구합니다. 최근에는 쉬운 글에 덧붙여 얇은 원고량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전처럼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찾기가 힘들어지고 대부분 200-300페이지 사이의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독자 입장에선 쉽게 읽혀서 훌훌 책장을 넘기고,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라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적절한 분량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접근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면 완독의 즐거움을 통해서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철학자로 칭송받는 플라톤 역시 연극적인 대화체로 책을 썼다는 걸 고려한다면 쉽게 읽히는 책을 쓰는 건 작가의 의무랄 수 있을 듯합니다.


쉬운 책을 쓸 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o 문체 정하기

o 요약 페이지 넣기

o 비유를 활용하기


문체 정하기


문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종결어미를 '~다'로 끝낼지 '~습니다'로 할지를 정하는 것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문체의 종결어미는 특별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가 쓰려는 글이나 책의 장르에 적합한 톤 앤 매너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대중 교양서나 실용서를 쓰는 작가는 친절하고 쉽게 쓰려고 '~습니다'라는 격식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쓰는 글도 마찬가지로 '~습니다'로 쓰고 있는데, 이는 독자 입장에서는 곁에서 저자의 말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겐 낯선 제가 실제로 옆에서 말을 하고 있다면 딱히 편하진 않겠지만요) 단점이라면 작가가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게 설명조로 풀어가는 경우와 장황한 문장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습니다'체를 사용할 경우에는 문장의 의미가 중언부언하지 않고 정확히 담기고 있는지, 적어도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다'라는 평서형은 간결하고 빠르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에세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장르의 책에 사용 가능한 문체이기에 작가 입장에서 익숙합니다. 그런데 '~다'는 때에 따라선 '~해야 한다!'처럼 독자에게 강하게 주장하는 톤으로 느껴지기 쉬운 문체입니다. 특히 실용서나 자기 계발 장르의 책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독자를 압박하거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정적인 진술로 느껴지는 단점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느낌 상 이런 차이가 존재합니다.


1. [격식체] 비판을 내 권위를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2. [평서체] 비판을 내 권위를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둘 다 똑같은 의미를 갖는 말이지만, 2번이 더 강한 어조처럼 들립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단정적이고 강한 어조로 표현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요약 페이지 넣기


인문교양서나 자기 계발서의 경우, 한 꼭지의 내용을 요약한 요약 페이지를 넣어 독자가 다시 한번 글의 요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치하기도 합니다.


책은 의외로 정보의 휘발성이 강합니다. 읽을 때는 '아! 이런 방법이구나!' 했지만 책 끝에 도달하면 대부분 까먹게 되죠. 그렇다고 매번 책을 찾아보기엔 번거롭습니다. 따라서 책의 마지막에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 두면 독자 입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처럼 철학의 기초를 통해 글쓰기의 기본 작법을 알려주는, 이른바 정보량이 많은 책은 부록처럼 '설득력 있는 말과 글을 위한 그리스 철학자의 18가지 조언'이란 페이지를 따로 정리해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편집자님도 이 부록 편을 따로 정리한 걸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고, 독자 리뷰도 마지막에 정리된 부분이 있어서 유용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자기 계발서나 인문에세이류에도 이런 요약은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경험과 정보, 기술을 습득하거나 소설과 에세이처럼 감정을 공유하고 깨닫기 위해 읽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옳은 말이죠. 그런데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엮는다면 어떤 말이 적합할까요?


"좋은 책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소설을 다 읽은 독자가 그 길로 담을 넘어 연인을 만나 꼭 안았다는 편지를 받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무척 기뻤다고 술회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에세이와 소설이 감정을 움직였다면 우리는 담을 넘은 독자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주식투자 실용서를 읽었다면 그 책에 나온 대로 따라서 투자를 따라 하려 합니다. 종교 경전을 읽었다면 그 말씀대로 살려고 할 테죠. 자기 계발서가 좋은 말만 잔뜩 늘어놓을 뿐 행동에 이르게 하지 못했다면 실패작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자신이 쓰고 있는 내용을 요약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누군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를 살피고, 그에 따라 요약페이지를 구성해 보는 것이죠. <일터에 관한 낯선 시선>에서는 각 장의 끝에 To-do List를 넣었습니다. 인문 에세이지만 실제로 깨달음을 요약해서 나누고 삶에 적용할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비유를 활용하기


제가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쉽게 읽히고 이해가 잘 되는 훌륭한 책은 대개가 비유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점입니다. 한 번은 신기해서 '정말 그럴까?'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책들을 하나씩 분석하며 읽은 적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 옛날이야기, 신화, 속담, 우화, 창의적인 비유 등이 가득 들어있음을 발견했죠.


플라톤은 동굴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 대한 비유로 이데아라는 난해한 철학적 개념과 진리를 깨달은 자의 고독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등 자기 계발서의 고전으로 일컫는 앤서니 라빈스의 책은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유명인과 자신의 겪은 에피소드로 가득합니다. 딱딱한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르빈 슈뢰딩거가 고안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고안한 비유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엘리베이터 비유를 활용합니다. 가속도와 중력이 동일한 물리적 효과를 갖는다는 일반상대성 이론의 등가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나온 곳이 나의 길이 된다. 그러니 도전하라!


이런 류의 문장은 멋있지만 사람들은 금세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이것을 비유로 된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일터에 관한 낯선 시선>에서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활용했습니다. 도로시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오즈의 마법사를 찾았지만 그 역시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모험의 길을 돌아봤을 때 허수아비로 상징되는 지혜, 차가운 줄 알았던 양철나무꾼의 따뜻한 마음, 겁쟁이 사자가 용기를 냈던 순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용기 있게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소중한 깨달음이 지나온 길 위에 있었던 것이죠. 이런 비유를 통해 독자는 '일단 용기를 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오즈의 마법사 같은 작품도 온통 비유로 된 이야기네요)


쉽게 이해되고 끝까지 읽히는 글은 작가의 의무

얼마 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넷플릭스에서 <더 킬러>라는 작품을 봤습니다. 요즘은 쇼츠나 릴스에 익숙해져서인지 장편 영화를 좀처럼 건너뛰지 않고는 보기 힘들어진 시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정적인 쇼트와 주인공 내레이션까지 지루하게 이어져서 '이 영화, 결국 끝까지 못 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잘 짜인 편집 때문인지, 마이클 패스벤더의 매력 때문인지 기묘하게 계속 보게 됐습니다. 결국 몰입해서 시청한 후, 크레디트를 확인하고서야 감독이 에이리언 3, 파이트클럽, 패닉룸의 '데이비드 핀처'임을 알게 됐습니다. 뛰어난 감독의 탁월한 연출 덕분에 간만에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 것이죠.


당연히 세상엔 어려운 영화도 있고, 어렵지만 의미가 충만한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나 감독이 게을러서 작품이 어려운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금 쓰는 글이 독자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는지,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끌고 있는지, 나의 무심함과 나태함으로 독자를 소외시키고 있는지는 반드시 점검해서 많은 사람이 끝까지 읽고 사랑받는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2071322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7183965


매거진의 이전글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받는 법(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