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긴장과 이완의 기술
첫 번째 글(링크)부터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되겠죠?
독자가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며 읽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 2악장을 듣다 보면 금가루가 벚꽃처럼 날리는 초반부를 지나 중반부에 이르러 피치를 하나씩 높여가면서 한없이 고조되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끝나나? 여기서 더 오른다고? 더? 더? 더?!' 그렇게 끝나지 않을 상승을 거듭한 끝에 오케스트라가 마치 폭죽을 터지듯 한 번에 울려 퍼집니다. 초반부의 주제가 다시 반복되지만 처음과는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팽팽한 긴장 끝에 터져 나온 주제는 세상을 흠뻑 적시듯 완전히 뒤덮어버립니다.
같은 음악의 반복임에도 처음과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긴장과 이완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글쓰기(비극=희곡)에 대해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를 말합니다. 바로 모든 이야기는 '문제와 해결'로 되어 있단 것입니다. 문제는 긴장이고, 해결은 이완입니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것이 바로 스토리아크입니다.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문제가 해결되는 국면에 이르러서는 이완이 되는 구조입니다. 잘 만들어진 음악, 문학, 글쓰기, 강연, 영화 등은 바로 이 구조를 기본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런 구조는 이야기나 음악에서라면 쓸 수 있지만
일반적인 책 쓰기에는 사용하기 어렵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책을 쓴다면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이야기에서 문제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출근의 고통에 대해 기술할 때 '출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OOO 때문이다.'라고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문제-해결', '긴장과 이완'의 구조로 바꿔 쓴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문제에 동참하면서 긴장감이 올라가고 동시에 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이런 식의 구조는 독자에게 이득이 큽니다. 작가가 단순히 '하늘은 파랗다'라고 쓰는 것은 그저 하나의 진술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가을 하늘의 색깔은 어떨까?'라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독자 역시 작가의 눈빛을 따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독자가 얻는 감상은 훨씬 입체적으로 마음에 남게 됩니다.
글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중 또 다른 방법은 깊이 있는 문장을 적절히 쓰는 것입니다.
책은 쉽게 읽히도록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설계할 때 일직선으로 설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지루함으로 인한 과속 혹은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평이한 도로는 자극과 변화가 없어서 속도에 무감해지거나 쉽게 지루해져 졸음이 찾아오게 됩니다.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가 쉽도록 친절히 쓰는 것은 작가의 덕목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읽어서 책을 덮는 순간 지식과 감정이 휘발되어 버리거나 아무런 인상도 남지 않는 책이 되도록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즉 의도적으로 곡선구간을 만들고 터널을 통과할 때처럼 호루라기 소리를 울려줘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쉽게 평이하게 썼다면 중간중간 독자가 이미 읽은 내용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문장을 써넣어야 합니다. 마치 속도방지턱을 설치하면 차가 앞에 뭐가 있구나라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인지적인 리듬감을 책에 넣어주면 독자 입장에선 더 깊이 있는 독서, 인상에 남는 지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논리는 엄밀해서 상상력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오히려 '논리는 상상력의 해방자다.'라는 문구는 속도를 줄이고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긴장과 이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유머의 적절한 활용입니다. 심각하고 깊이 있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중간중간 '풋'하는 웃음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언제나 유머를 잘 활용합니다.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의 영화 역시 그 진지함과 상반되는 유머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19세기 유명작가 찰스디킨즈의 <위대한 유산>에도 궁전같이 큰 집을 묘사하면서 '도그레이스를 할 정도였어.'라는 대사에 웃음이 터진 적이 있습니다.
유머는 어려운 글을 따라 읽으며 긴장의 피로가 쌓여있을 때 이를 이완해 주는 효과를 줍니다. 예를 들어 생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을 따라 읽다가 유머가 있는 예시를 보게 되면 '운동이 건강에 좋은 이유를 이렇게 받아들이다니 재밌네'라며 미소 짓게 됩니다. 긴장이 일시에 이완되면서 다시 글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독자나 관객을 상정한 대중예술과 책은 긴장과 이완의 묘미로 변화를 어떻게 가져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글이 너무 평이하고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로 설계된 것은 아닌지 점검하면서 다양한 변화로 독서의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글을 다듬다보면 전보다 나은 원고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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